K라면 뜨더니…편의점 라면 조리기도 1500만불 수출 ‘대박’ [신기방기 사업모델]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4. 12. 7.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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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빈에서 월드옥타 뷰티 마스터 박형권 회장(가운데)과 하우스쿡 신영석 대표(우)가 수출 계약 마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범일산업 제공)
“제가 다 했겠습니까? 다 고생한 직원들 덕분이죠. 그리고 한류와 K라면, 주변에서 격려해주신 모든 분들 덕분입니다.”

주방가전 브랜드 하우스쿡을 운영하는 신영석 범일산업 대표 얘기다. 그는 서울 한강 편의점에서 흔히 볼 수 있던 라면 조리기, 일명 정수 조리기로 최근 1500만달러의 수출 계약으로 체결, 업계를 놀라게 했다. 그는 “아직도 얼떨떨하다”면서 “정식 발주 대금이 입금돼야 실감할 것 같다”고 웃었다.

범일산업은 지난 10월 말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한국상품박람회에 참가했다. 이 자리에서 미국의 뷰티·식품 유통 기업 뷰티마스터(회장 박형권)와 계약을 시작으로 불가리아, 중국, 벨기에, 네덜란드 등 다양한 기업과 수출 계약을 했다. ‘정수 조리기’는 단일 품목으로만 역대 최고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범일산업, 어떤 회사?

범일산업은 1980년 범일금속공업사로 출발한 알루미늄 주물 전문 기업이다. 주로 전기밥솥 열판과 인덕션 코일 등을 생산했다. 납품처로는 LG전자, 쿠첸, 쿠쿠 같은 국내외 주요 가전 대기업이다. 해외 거래선으로는 일본 타이거에 장기간 수출을 하고 있다.

2세 경영인인 신영석 대표는 1989년 입사 후 10년간 품질·생산 현장을 누비며 회사의 내실을 다졌다. 2001년 상무로 승진한 후부터는 경영 전면에 나서며 새로운 시각으로 회사의 미래를 모색했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만 머물러서는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런 고민 끝에 2016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신 대표는 전 직원들과의 회의를 통해 ‘하우스쿡’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더불어 정수 조리기라는 새로운 주방가전을 기획, 생산했다. 정수 조리기란 ‘인덕션’과 ‘정수기’를 결합한 멀티 주방 가전을 뜻한다. 언제든 냉온수를 마실 수 있고 간단한 요리도 할 수 있게 설계됐다.

“우리가 가진 인덕션 히팅 기술과 정수기를 결합한 제품이 시장에서 먹힐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간편조리가 핵심인데 가장 적합한 요리 아이템이 뭘까 하다가 라면을 떠올렸고 초창기에는 주로 라면을 간편하게 끓이는 시연을 많이 하다 보니 라면 조리기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죠(웃음).”

‘라면 조리기’에서 글로벌 주방가전으로

영동고속도로 덕평자연휴게소 주방에 설치된 정수 조리기(위), 제주~목포 간 운항 중인 퀸제누비아 고객 편의 시설에 설치된 하우스쿡 정수조리기(아래). (범일산업 제공)
‘정수 조리기’는 출시하자마자 반응이 뜨거웠다. 실제 써본 이들이 입소문을 내면서 하우스쿡은 편의점 외에도 외식매장, 무인매장, 고속도로 휴게소, 낚싯배, 여객선 등 다양한 곳에서 주문이 들어왔다. 라면수요가 많은 군부대까지 진출했을 정도다. 하우스쿡은 처음에는 일부 군부대에 기증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그런데 써본 장병 반응이 뜨거웠다. 급기야 2022년에는 국방부 우수상품 시범 사용 대상으로 선정됐다. 올해 5월에는 육군 우수 상용품으로 지정되며 판로가 더욱 늘어났다.

더불어 제품도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범일산업은 해외 직구 열풍에서 착안해 국내 제품을 해외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쇼핑몰을 개설해봤는데 여기서 힌트를 얻게 된다. 해외 고객은 하우스쿡 제품을 가지고 단순히 라면뿐 아니라 다양한 현지 요리를 했다. 해외 소비자가 하우스쿡을 이용해 요리하는 소셜미디어(SNS) 영상을 보고 본사에서는 ‘멀티 인덕션’ ‘멀티 주방가전’으로 제품이 ‘리포지셔닝’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그길로 다양한 조리 도구에 맞도록 여러 신제품을 내놨다. 더불어 해외 인증을 받으며 CES 2024에도 출품, LA와 뉴욕 고객으로부터 주문이 쏟아지기도 했다. 올해 7월 기준 하우스쿡 정수 조리기는 누적 판매량이 2만대를 넘어선 배경이다. 가격이 꽤 되지만 온라인 자사몰을 통한 해외 주문량은 지금도 월 100건이 넘는 등 K푸드 가전 대표 브랜드로서 입지를 공고히 다지고 있다.

이러한 발판 위에 최근 오스트리아 한국상품박람회에서 터진 수출 쾌거는 범일산업의 글로벌 진출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박형권 뷰티마스터 회장을 비롯해 해외 한인 교포의 관심과 지원이 큰 힘이 됐습니다. K라면과 K푸드의 인기가 우리 기술과 결합해 만들어 낸 시너지 효과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법인도 설립

뉴욕한인회가 주최한 ‘코리안 퍼레이드’ 행사에 하우스쿡의 정수 조리기가 K라면 알리기에 나섰다. 코리안 퍼레이드 행사장에 마련된 하우스쿡 K라면 부스에서 미국인들이 라면 시식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범일산업 제공)
범일산업은 미국 시장 반응이 뜨겁자 캘리포니아 산호세에 현지 법인을 열었다. 이를 통해 미국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현지 마케팅과 판매 활동을 더욱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신 대표는 이번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의 목표를 밝혔다.

“단순히 라면을 만드는 기계를 넘어, 진정한 K푸드 산업의 시작을 주방가전에서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우리 중소기업도 전 세계 시장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성장할 수 있다는 모범 사례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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