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수 상태 환자여도 뇌는 회복을 준비하고 있답니다
한국잡지교육원에서 취재기자·미디어 에디터 양성과정을 수강 중인 예비 기자입니다. 새롭고 유익한 과학 정보를 쉽고 흥미롭게 풀어내는 과학기자를 꿈꾸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전문적인 내용을 최대한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논문과 공식 통계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기자말>
[김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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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의 한 장면. 중환자실에 누운 환자와 그 곁을 지키는 보호자의 모습. |
| ⓒ 출처: tvN DRAMA 유튜브 캡처. |
하지만 이런 상황은 단지 극적인 설정에만 머물지 않는다. 특히 중장년층에 접어들면, 주변에서 "누가 갑자기 쓰러졌다더라", "몇 주째 의식이 없다더라" 같은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된다. 이처럼 혼수 상태에 빠지는 환자는 생각보다 적지 않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24년 2~5월 중환자실 입원 환자는 11만 6846명이며, 이 중 사망자 수는 1만 3677명에 달한다(2024년 8월 기준). 나머지 환자들은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장기간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이처럼 의식 없이 중환자실에 머무는 환자들은 가족과 의료진 모두에게 하루하루가 막막한 기다림이자 선택의 시간이다. "계속 치료를 이어가야 할까?" "회복 가능성이 없다면, 중단해야 하지 않을까?" 의학적으로도 윤리적으로도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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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이처지에 실린 한 연구에 따르면, 혼수 상태의 환자들 중 일부는 뇌파에서 마치 깊은 잠을 자고 있는 듯한 신호가 포착되었다.(자료사진). |
| ⓒ keithtanman on Unsplash |
지난 3월 네이처지에 실린 한 연구에 따르면, 혼수 상태의 환자들 중 일부는 뇌파에서 마치 깊은 잠을 자고 있는 듯한 신호가 포착되었고, 이 신호가 깨어날 가능성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뇌의 '수면 패턴'을 관찰하면, 환자가 다시 눈을 뜰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있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수면 방추, 뇌파에서 발견된 의식 회복의 단서
2014년부터 2023년까지 미국 콜럼비아 대학교 병원에 입원한 226명의 급성 뇌 손상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가 진행됐다. 연구진은 환자들에게 EEG(뇌파 검사)를 시행해, 특히 밤 시간대에 나타나는 '수면 방추(sleep spindle)'라는 특정한 뇌파 패턴의 존재 여부를 분석했다.
수면 방추는 일반적으로 건강한 사람의 수면 중 나타나는 리듬성 뇌파로, 뇌가 기억을 정리하고 회복을 준비하는 단계와 관련 있다. 연구에서는 '또렷한 수면 방추(Well-Formed Sleep Spindles, WFSS)'라 불리는, 규칙적이고 명확한 형태를 중심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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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기적인 의식 상실로 이어질 수 있는 손상인 뇌출혈(주황색, 인공 색상 처리된 이미지)이 있는 환자의 뇌) |
| ⓒ Science Photo Library |
뇌는 겉으로는 조용해 보여도 내부에서는 회복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또렷한 수면 방추가 의식 회복을 예측할 수 있는 조기 신호로 활용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WFSS와 CMD 모두 회복 가능성을 예측하는 독립적인 단서로 작용하며, 둘을 함께 분석할 경우 예측력이 더 높아진다고 밝혔다.
병상에서 확인하는 '회복의 실마리'
수면 방추는 단순한 생리적 신호를 넘어, 실제 의료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회복 예측의 단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MRI나 정밀 신경학적 검사에 비해 뇌파 검사(EEG)는 빠르고 간단하며, 비용 부담도 적다. 병상 옆에서 바로 검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실용성 측면에서 큰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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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홈페이지 설명 갈무리(번역본)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1-025-03578-x 화면갈무리 |
| ⓒ nature.com |
현재도 EEG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예측 알고리즘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며, PhysioNet 챌린지(MIT에서 개최하는 생체신호 분석 경진대회) 등에서는 실제로 환자의 뇌파를 분석해 회복 가능성을 예측하는 인공지능(AI) 모델이 연구 중이다.
희망적이지만, 아직은 조심스러운 이유
이번 연구 결과는 분명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여전히 섣부른 확신보다는 신중한 해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우선, 중환자실 환경 자체가 매우 시끄럽고 불규칙해 정상적인 수면 뇌파 형성을 방해할 수 있다. 중환자에게 흔히 사용되는 진정제나 마취제도 뇌파 신호를 왜곡할 수 있고, 이로 인해 회복 신호를 놓칠 수 있다.
CMD 검사 또한 완벽하지 않다. 이 검사는 환자가 '움직임을 상상하거나 명령을 이해하는 능력'이 있어야 반응을 보이는데, 중환자에게는 그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실제 연구에서는 건강한 사람조차 CMD 검사에서 25%의 거짓 부정(false negative) 반응을 보였다는 보고도 있다. 실제로는 뇌가 반응하고 있었는데도 검사에서는 '없다'고 잘못 판단된 셈이다.
이처럼 뇌파 검사나 CMD 검사 결과만으로 회복을 단정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뇌파, 신경학적 반응, 영상(MRI), 생체 지표 등 다양한 정보를 함께 종합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혼수 상태의 환자 곁을 지키는 사람들에게 "깨어날 수 있을까"는 아마도 매일같이 마주하게 되는 질문일 것이다. 이번 연구는 그 물음에 의학적으로 참고할 수 있는 하나의 근거를 조심스레 더한다. 아직 단정할 수는 없지만, 뇌파 속에 나타난 이 작은 신호가 회복 가능성을 가늠하는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
이 작은 단서는, 앞으로 비슷한 상황을 마주할 누군가에게 조금 더 나은 판단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참고자료 1. Carroll, E. et al. (2025). Sleep spindles as a predictor of cognitive motor dissociation and recovery of consciousness after acute brain injury. Nature Medicine. https://doi.org/10.1038/s41591-025-03578-x 2. 보건복지부 보도설명자료 (2024.10.8). 「중환자실 사망환자 관련 보도설명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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