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혼남녀' 이기택, "티 안 내시는 어머니가 이번엔 콧노래 흥얼거리시더라"

이기택 (사진: 키이스트)

드라마 <미혼남녀의 효율적 만남>에서 이기택이 연기한 지수는 마지막까지 쉽게 잊히지 않는 인물이었다. 자유분방하고 자신감 넘치지만, 내면에는 외로움과 상처를 품고 있는 인물. 그래서 더 매력적이었고, 그래서 더 안타까웠다. 이기택 역시 지수를 “나와는 정말 다른 사람”이라고 표현했지만, 그 다름을 누구보다 집요하게 연구해 끝내 살아 있는 캐릭터로 완성했다. 첫 등장부터 강렬했고, 후반부로 갈수록 순수한 사랑에 서툴게 흔들리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붙들었다. 작품의 반응을 실감하느냐는 질문엔 “식당에 가면 어머님들이 음식을 많이 주신다”며 수줍게 웃었지만, 캐릭터를 대하는 진지함과 배우로서의 성실함이 인터뷰 내내 또렷하게 드러났다. 드라마 종영 후 나우무비를 찾은 이기택과 나눈 긴 대화를 전한다.


여러 매체들이 이기택 배우를 만나고 싶어 하더라.

지금 4일째 돌고 있다. 많이 불러주셔서 행복하게 다니고 있다. 원래도 얘기 나누는 걸 좋아하는데, 이 드라마가 감사하게도 시청자들의 반응이 있다 보니까 이런 기회들이 생기잖나. 그래서 감사한 마음으로 하고 있다.

지수에게 이입해서 드라마를 시청한 사람도 많았다. 남자 입장에선 약간 로망 같은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런 점도 있는 것 같다. 지수가 완전 와일드하고, 오토바이 타고, 남자답고 자유로운 느낌. 한국 영화 <비트>나 홍콩 영화 <천장지구>에 나오는 캐릭터들 보면 남자들이 좀 끌리는 그런 이미지가 있지 않나. 그래서 우리도 지수의 외형적인 설정을 90년대 감성 쪽으로 좀 가져갔다. 연극배우고, 오토바이 타고, 스타일도 그렇고. 그런 모습이 90년대 분위기랑 너무 잘 맞더라.

<미혼남녀의 효율적 만남>

이기택 배우는 90년대 스타일을 직접 겪은 세대는 아니지 않나.

90년대 태어났긴 했다. (웃음) 대신 90년대나 2000년대 영화 중에 명작이라고 하는 것들은 추천을 많이 받아서 찾아봤다. 다 알지는 못하지만, 유명한 영화들은 보려고 노력했다.

이 작품은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오디션을 보고 들어가게 됐다. 바로 전 작품인 드라마 <나미브>에서 B팀 연출하셨던 감독님이 이재훈 감독님께 나를 소개해 주셨다. ‘이런 친구 있다. 한번 봐 봐라’ 하셔서 오디션을 보게 됐고, 한 달 정도 뒤에 캐스팅 연락을 받았다.

처음부터 지수 역할이었나.

처음부터 지수 역할이었다. 근데 오디션이 발췌 대본이다 보니까 4부까지밖에 없었고, 인물 설정도 자세히 나와 있지 않았다. 대사만 보고 배우가 알아서 해석해서 가야 하는 상황이라, 감독님이 어떤 방향을 원하셔도 바로 보여드릴 수 있게끔 지수를 여러 방향으로 준비해 갔다.

지수의 첫 등장은 굉장히 중요했다. 소개팅 자리에 늦게 나타나 ‘늦었어요’라고 하는 그 장면부터 강한 인상을 줘야 했는데, 어떤 고민을 했나.

그 장면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지수가 이정우를 대신해 소개팅을 왔는데 단순히 이정우를 흉내 내는 사람처럼 보여야 할지, 아니면 지수 나름의 방식과 결이 있어야 하나. 여러 가지를 생각해 봤다. 특히 ‘늦었어요’라는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가 제일 어려웠다. 늦었는데 왜 이렇게 당당하지. 그게 포인트였던 것 같다. 근데 지수는 나와는 정말 다른 성격이다. 나는 처음 보는 사람들한테 그렇게 못 한다. 너무 반갑게 다가갔다가 상대가 부담스러워할 수도 있고, 오해할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지수는 어디로 튈지 모르고 자유분방한 사람이라, 그 결을 잡는 게 중요했다. 그래서 ‘늦었어요’를 혼자 계속 되뇌면서 해보기도 하고, 어떤 마음으로 저 자리에 왔을까 계속 생각을 짜내봤다.

지수는 어떻게 보면 미움을 살 수도 있는 캐릭터였다. 그 경계에서 선을 넘지 않으면서도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데도 많은 고민을 했을 것 같다.

맞다. 감독님이 항상 말씀하신 게 있었다. 이 드라마는 현실 공감적인 드라마고, 사람들 관계가 인위적이거나 부담스럽게 보이면 안 된다고. 지수가 의영(한지민)에게 다가갈 때도 마찬가지였다. 진심이긴 한데, 너무 작정하고 들이대면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장난만 치면 또 사람 마음 가지고 노는 것처럼 보일 수 있잖나.
그래서 지수만의 표현 방식을 많이 고민했다. 예를 들어 6부에서 의영과 피자 먹는 장면 있지 않나. 조명도 어둡고, 거리도 가깝고, 분위기가 굉장히 묘한데 잘못하면 너무 부담스러운 장면이 될 수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지수답게, 가볍지만 진심 있게 보일까 생각하다가 손가락으로 툭 건드리는 행동 같은 걸 넣었다. 2부 놀이터 회전 무대 장면에서도 대본엔 ‘손을 건넨다’ 였는데 지수라면 어떻게 했을까 고민하다 무도회에서 춤을 건네는 장면처럼 좀 더 장난스럽게 풀어보려 했다. 나는 그런 부분들이 지수의 성격을 보여주는 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목소리도 인상적이다. 지수의 말들이 대개 너무 힘을 주면 느끼해질 수 있고, 평범하면 재미없을 대사인데, 되게 짓궃으면서도 리듬감이 있어 매력적으로 들렸다. 그리고 오늘 만나 실제 목소리를 들으니 생각보다 너무나 차분하다. (웃음)

평소에 그 말투가 아니다. (일동 웃음) 나도 그 부분을 정말 많이 고민했다. 지수가 순수한 마음으로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느끼하게 들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대사의 리듬감 같은 경우는 지수에 대해 나만의 스토리텔링을 짜며 연구해 봤다. ‘지수라면 이런 식으로 말하겠지’ 하는 식으로. 내가 평소에 말하는 습관은 최대한 빼고, 감독님이랑 계속 회의하고 연습하면서 지수만의 톤을 잡아갔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부터 지수가 워낙 매력적인 캐릭터라 반응에 기대감이 있었을 것 같다. 그 때문에 ’이 역할은 잘해야 한다’는 부담도 컸을 것 같고.

부담이 엄청났다. 한지민 선배님, 박성훈 선배님이랑 같이한다고 하니까 ‘내가 언제 또 이런 선배님들이랑 작품을 해보겠나’ 싶어 설레면서도 너무 긴장됐다. 그리고 지수라는 캐릭터가 너무 매력적인 거다. 그래서 오히려 더 무서웠다. ‘이거 못하면 진짜 다음 일 없겠는데’ 싶을 정도로.
또 관계자분들 중에는 내가 평소 차분한 성격인 걸 아시니까 ‘이기택이 이런 매력적인 캐릭터를 살릴 수 있을까’ 의문을 가지셨다는 얘기도 들었다. 나는 그걸 깨고 싶었다. ‘이 배우가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

회차가 거듭될수록 반응이 올라오는 건 실감했나.

식당 같은 데 가면 어머님들이 많이 알아봐 주시고 음식도 많이 주신다. (일동 웃음) 얼마 전에는 친구 결혼식장에 갔는데 어머님들이 손을 잡으시고 안 놔주시는 거다. 그럴 때 ‘아, 드라마 반응이 진짜 좋구나’ 실감했다.

외형적인 부분도 캐릭터를 만드는 데 꽤 중요했을 것 같다. 웨이브 진 긴 머리나 패션 같은 것들 말이다.

오디션 때 내 머리가 지수보다 조금 더 길었는데, 감독님이 보시고 ‘이게 내가 생각한 지수 머리다’라고 하셨다. 그래서 그 스타일을 살리게 됐고. 옷도 마찬가지였다. 지수는 오토바이 타고, 극단 생활하고, 아르바이트하는 친구잖나. 늘 갖춰 입은 사람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스타일을 아예 포기한 사람도 아니고. 그래서 90년대 공연계 쪽 감성, 약간 보헤미안 같은 예술가 느낌으로 접근했다.

후반부에 지수가 의영에게 더 적극적으로 나설 때, 이전과 다르게 서툴고 조급해진다. 변화하는 모습을 어떻게 표현하려 했나.

그 변화의 계기는 납골당 장면이었던 것 같다. 그전까지는 호기심도 있었고, 궁금해서 자꾸 보고 싶고, 그러다 보니 장난도 치고 가까워진 거였다면, 납골당에서 ‘나는 진짜 혼자구나’라고 느끼는 순간 의영이 옆에 있다는 게 크게 다가온 거다. 그때부터는 ‘아, 나는 이 사람에게 정말 진심이구나’라는 확신이 생긴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이후에는 장난을 덜 치게 됐다. 오토바이를 팔고 차를 사고, 더 안전하게 만나고 싶어 하고. 그때만큼은 장난을 섞기보다 진심을 더 정직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물론 어떤 배우는 그 와중에도 장난기와 진심을 동시에 가져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당시 내 역량으로는, 더 진실하게 가려면 장난을 덜어내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지수를 응원하는 입장에서 ‘양복 입지 마, 오토바이 팔지 마’ 하면서 봤다. 여유를 가지고 의영에게 다가서길 바랐는데 너무 조급해 보여서 속상했다.

지수가 어려서 그런가 보다. (일동 웃음) 혼자라고 생각해 왔던 사람이 누군가를 확신하게 되니까, 외로움이 한꺼번에 밀려와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이후 의영이 지수와 거리를 두기 시작하면서 팬들에겐 아쉬운 장면들이 이어졌다. 의영의 마음이 이해가 됐나.

우리도 그 부분을 많이 얘기했다. 한 번 더 고백을 하게 되면 의영이가 더 부담스러워할 수 있겠다, 그런 얘기를 했다. 이미 진심을 한 번 정확하게 표현했는데 계속 반복하면 앞의 고백 자체도 의미가 이상해질 수 있고, 상대방 입장에선 불편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렇게 간 것 같다.

시즌2가 나오면 좋겠다는 반응도 많다.

정말 그런 분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지금도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고맙다. (웃음) 그때 되면 지수가 머리를 자를지, 그대로 갈지 모르겠다. 어떤 게 나을 것 같나. (일동 웃음)

이미 톱스타가 됐을 테니 톱스타의 모습으로 나와야 하지 않겠나.

지수의 매력은 또 긴 머리와 그 스타일이긴 한데… 그래도 또 다른 모습 보여드려도 좋을 것 같다. (일동 웃음)

태섭(박성훈)에게 의영을 보내준 뒤에는 태섭에게 조언도 해주며 오히려 그 사랑을 응원한다.

지수가 의영으로 인해 변하고 성숙해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지수 입장에서는 의영이 편했으면 좋겠고, 부담스럽지 않았으면 좋겠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그리고 지수가 보기에도 태섭이라는 사람이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고. 의영과 친구로 계속 남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냥 시간이 흘러 우연히 만나면 반가운 정도? 둘의 나중은 그 정도이지 않을까?

태섭은 지수를 대놓고 질투하지만, 지수는 그렇지 않다. 그래도 눈빛에는 견제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맞다. 딱 한 번 극단 선배한테 슬쩍 물어보는 장면 말고는 거의 드러내지 않지. 근데 확실한 건 지수는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 아니다. ‘인정은 하지만 나도 그렇게 될 수 있잖아’라는 마음이 분명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둘이 부딪혔을 때도 그렇게 쉽게 눌리진 않았을 거다.

한지민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어릴 때부터 작품을 너무 재미있게 봤던 선배님이라 긴장이 많이 됐다. 근데 선배님이 정말 편하게 대해주셨다. 두 번째 만났을 때부터는 ‘선배가 아니라 누나라고 해야지’ 하시더라. 우영이와 지수가 가까운 관계니까. 그렇게 가까워지면서 마음도 편해졌고, 연기할 때도 훨씬 자연스러워졌다.
또 리허설할 때 내가 준비한 부분을 더 해볼 수 있도록 계속 물어봐 주시고 응원해 주셨다. 상대 배우를 먼저 챙기는 분이라는 걸 많이 느꼈고, 현장 분위기 자체를 정말 좋게 만들어주셨다. 키 스태프는 물론이고 막내 스태프 이름까지 다 외워서 불러주시더라. 정말 배려심이 큰 분이었다.

박성훈 배우는 어땠나.

대립 관계라 거리감을 두실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내가 신이 이해가 안 가거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연락드리면 늘 편하게 이야기해 주셨고, 직접 가서 대사도 맞춰보고 했다. 현장에서도 ‘저 이번엔 이렇게 해봤는데 어떠세요?’ 하면 ‘나도 그게 좋은 것 같아’ 하시면서 계속 용기를 주셨고. 많이 이끌어주셨다.

지수는 밝아 보이지만 내면엔 상처가 큰 인물이다.

유년 시절엔 남들이 부러워하는 삶을 살았고, 그게 일상이라고 믿었던 아이가 갑자기 어머니를 잃고 집도 나오게 된 거잖나. 그런 가정사를 내 나름대로 디테일하게 쌓아보려고 했다. 그래서인지 7부 납골당 신 대사를 처음 리딩했을 때부터 눈물이 계속 났다. 현장에서도 그 감정이 잘 이어져서 다행이었다.

지수는 처음엔 생계를 위해 연기를 시작했지만 결국 연기에 인생을 걸게 된다.

나는 의영으로 인해서 그게 확실해졌다고 생각한다. ‘네가 진짜 하고 싶은 걸 해봐’라는 말을 듣고, 지수가 ‘내가 진짜 행복했던 게 뭐였지?’를 돌아봤을 때 결국 연극 극단과 연기였던 거다. 그리고 의영이에게 좀 더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까지 더해지면서 ‘아,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게 이거였구나’라고 알게 된 게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배우 이기택에게 연기란 어떤 의미인가.

사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연기란 무엇일까, 그 의미를 아직 다 찾지는 못한 것 같다. 그냥 좋아서 시작했고, 여전히 좋아서 하고 있다. 진짜 막연히 좋아서 시작한 일이었다. 처음엔 1년에 한 번 현장 가는 게 목표였고, 그다음엔 한 작품, 이제는 두 작품이 목표가 됐다. 근데 그 모든 원동력은 아직도 그냥 ‘좋아서’인 것 같다.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을 꼽자면.

3부에서 지수가 의영이 옷에 붙은 태그를 떼주려는 장면이다. 그냥 말해도 되고, 지나가면서 떼도 되는데 꼭 안아가면서 당황하지 않게 떼주려고 하잖나. 나는 그게 되게 예쁘고 마음이 가더라. 근데 웃긴 건, 어머니랑 나는 감동받으면서 보고 있었는데 아버지는 보시고 ‘환불해야 하는데 왜 떼?’ 이러셨다. (일동 웃음)

부모님도 이번 작품으로 무척 기뻐하셨을 것 같다.

매 작품마다 항상 챙겨봐 주시고 좋아해 주셨는데, 이번 작품은 어머니 주위 분들도 너무 좋아해주셨다고 하더라. 어머니가 티를 막 내시지는 않는데, 좀 콧노래 같은 게 들리더라. (일동 웃음) 어머니가 기분 좋으면 나도 좋고, 아버지가 기분 좋으면 나도 좋고. 그게 참 좋다. 교회에서도 많이들 재미있게 봐주셔서 부모님이 더 좋아하셨다. 드라마 끝난 걸 많이 아쉬워하시더라.

<봉주르빵집> (사진: 쿠팡플레이)

예능 <봉주르빵집>에도 출연한다. 차승원, 김희애, 김선호 배우와 함께한 소감이 궁금하다.

처음 섭외 연락을 받았을 때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그런 선배님들이랑 같이 일을 하지 싶었다. 특히 차승원 선배님은 모델 출신 배우의 개척자 같은 분이니까 모델 일을 하면서 외롭고 불안할 때 많이 위로를 받았던 분이다. 그런 분과 가까이서 소통하고 일하게 된다는 게 정말 행복했다.
<봉주르빵집>은 고창에 내려가 특산품으로 프랑스 베이커리를 만들어 어르신들께 판매하고, 그 과정에서 서로 힐링하는 예능이다. 우리가 힐링을 드리러 갔는데 오히려 우리가 더 많이 힐링을 받고 왔다.

프로그램에서 어떤 역할을 하나.

나는 보조 파티시에다. 주방에서 차승원 선배님 옆에서 필요한 걸 보고 챙기고, 같이 빵도 만든다.

차승원 배우에게 인상 깊은 조언도 들었다고.

내가 연기하면서 자책을 많이 한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선배님이 ‘자신을 채찍질하는 건 좋은데 너무 많이 해서 지쳐서 멈추지는 마라. 나아가려고 채찍질하는 거지, 멈추면 다음 스텝을 못 밟는다’고 하시더라. 그 말씀이 크게 남았다.

서브 남주 선배인 김선호 배우는 어땠나.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진짜다. 우리가 일할 땐 워낙 바빠서 대화를 많이 나누진 못했는데, 잠깐 얼굴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더라. 되게 선한 미소가 있지 않나.

드라마 속 지수가 첫 매체 연기에 도전할 때, 적응을 잘 못하며 어려움을 겪을 때 극중 새어머니가 될 뻔한 문정희 배우가 연기팁을 조언하는 장면이 있다. 실제 연기하면서 선배들로부터 작은 조언 하나로 큰 도움을 받았던 순간들도 있었을 것 같다.

그런 순간들이 많았다. <악마판사> 때는 지성 선배님이 눈을 보고 같이하자고 해주셨는데, 그때 감정이 정말 살아나더라. <나의 해피엔드> 때는 장나라 선배님께 많이 챙김을 받았고, <나미브> 때는 고현정 선배님한테도 정말 많이 도움을 받았다. 나는 매 작품마다 선배님들한테 많이 배우는 것 같다. 인복이 좋은 편인 것 같다.

평소 스스로 지키려는 루틴도 있나.

하루에 한 가지는 연기에 도움 되는 일을 하려고 한다. 발성, 발음 훈련은 매일 아침 하고, 헬스도 하고, 요즘은 복싱도 배우고 있다. 내가 연극영화과를 나온 것도 아니고 예고 출신도 아니라서, 계속 배워야 경쟁력이 생기고 배우로서 계속 일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목표를 적어놓고 본다고 들었다.

새해마다 ‘1년에 두 작품 하기’는 꼭 적어두고, 그 외에도 복싱, 일본어, 헬스 같은 걸 적어둔다. 뭔가 거창한 계획이라기보다는, 핸드폰에 적어두고 계속 보면서 스스로 상기시키는 거다.

함께 연기해 보고 싶은 배우는 역시 이병헌 배우인가.

그렇다. 영화 <광해>를 보면서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병헌 선배님 작품을 볼 때마다 항상 다른 사람인 것 같다고 느꼈다. 저분은 어떻게 저렇게 하실까, 그걸 가까이서 보고 연구해 보고 싶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이나 장르가 있다면.

나는 나중에 대중분들께 ‘성실한 배우’라는 말을 듣고 싶다. 그러려면 다양한 작품, 다양한 캐릭터를 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매번 저렇게 다른 사람처럼 연기하지’라는 말을 듣고 싶다. 그래서 특정 장르를 고르기보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다양한 작품을 해보고 싶다.

차기작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아직 딱 정해진 건 없다고 들었다. 사무실에서 계속 고민 중이라고만 들었고. <미혼남녀의 효율적 만남>의 반응이 있다 보니까 더 여러 가지를 신중하게 보고 있는 것 같다.

영화에서도 꼭 보고 싶다.

열심히 연기해서 영화도 꼭 해보고 싶다. 근데 영화로 내 모습을 보면 눈물 날 것 같긴 하다. (웃음)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내가 <미혼남녀의 효율적 만남>을 찍으면서 꼭 전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다. 나도 20대 때 사람 관계든, 하고 싶은 일이든 잘 안 풀리면 자신을 많이 깎아내리고 자책하고 했다. 지금도 그렇긴 하지만. 그런데 나를 너무 낮추지 말고, 내면을 가꾸고 채우고 하다 보면 나라는 사람의 매력을 알아봐 주는 사람이 생길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기적으로 굴라는 뜻은 아니고. 그냥 나를 잘 가꾸고 사랑하다 보면, 결국 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 나타나고, 그 사람과의 관계가 ‘효율적인 만남’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자신을 너무 비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를 많이 사랑해 줬으면 좋겠다. 이 말을 꼭 하고 싶다.

글 · 나우무비 심규한 편집장
사진 · 키이스트, SL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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