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현 가능성에 방점? 이재명 정부 그래서는 안된다

플랜 1.5 2025. 9. 1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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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온실가스 48%, 53% 감축안 쪽으로 기우나... 최소한 65% 이상으로 수립해야

플랜1.5는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막아내는 것을 목표로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을 보다 효과적이고 정의로운 방식으로 이루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 단체입니다. 온실가스 배출 책임에 부합하는 감축 방안, 나중이 아니라 지금 바로 실행 가능한 대안 마련을 지향하며 시민사회의 기후 운동이 더욱 확대될 수 있도록 연대하고자 합니다. <기자말>

[플랜 1.5 ]

2020년, 영국 기상청은 조금 특별한 일기예보를 내놨다. 온실가스를 제대로 줄이지 않은 30년 후를 가정한 2050년 가상의 일기예보다. 이 예보에 따르면, 영국 전역의 기온은 40도 안팎을 넘나든다. 도심은 열섬효과로 더욱 뜨거워진다. 높은 기온에 야외 활동이 어려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재택근무를 택한다. 문을 닫는 야외 산업이 계속 늘어난다.

2050 스포일러, 유감

불행히도 이 예보는 불과 2년 만에 현실이 됐다. 2022년 7월 실제 날씨가 앞서 기상청이 발표한 2050년 미래 가상의 예보와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국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영국 기상청이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은 상황을 가정해 예측한 2050년 7월 가상의 일기예보는 2022년 실제 기상예보와 거의 동일했다.
ⓒ MarketWatch composite/U.K
비단 남의 나라 얘기일까. 우리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 기상청은 무려 2011년에 비슷한 전망을 발표한 적 있다. '2050년 우리 동네 기후는?'라는 제목의 자료로,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실패하면 우리나라 평균 기온이 3도 이상 오르고 아열대 기후로 바뀐다고 전망한다. 그로부터 약 15년이 지난 현재, 서울 한복판에서는 바나나가 자라고 기록적인 폭염과 집중 호우가 일상처럼 반복되고 있다. 예고됐던 미래가 정확히, 하지만 훨씬 빠른 전개로 현실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2050 탄소중립 성패를 가를 '2035 NDC'

올해는 모든 국가가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035 NDC)를 제출해야 하는 시기다. 정부는 19일 국회에서 '2035 NDC 대국민 공개 논의 총괄 토론회'를 열고 국민 의견 수렴을 시작했다. 11월 최종안을 확정하겠다는 방침이다.
▲ 2025년 9월 8일, 국회 기후위기 특별위원회 회의 2025년 9월 8일,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국회 기후위기 특별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2035 NDC 논의(안)을 발표했다.
ⓒ 국회 영상회의록시스템
2035 NDC. 그야말로 대한민국 기후 대응의 성패를 가를 국가목표다. 환경부는 그 중요성에 대해 "2035년은 배출정점인 2018년부터 2050년까지의 중간 지점으로, 국가 비전인 2050 탄소중립 달성과 사회·경제적 변화의 속도를 좌우하는 변곡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48%부터 65%까지 4개 감축률을 논의 안건으로 제시했다.
곧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파리협정 1.5도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 48%, 53% 감축률이 포함된 까닭이다. 청년 기후활동가들로 구성된 청년기후의회는 19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 정부는 2035 NDC에서 미래세대에 대한 의무를 다해야 한다"며 "최소한 65% 이상 감축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같은 날 오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범시민 연대체인 기후위기비상행동 역시 기자회견을 열고 "기후정의에 입각한 감축목표를 수립하라"며 65% 감축목표 수립을 요구했다.
▲ 9월 19일, 청년기후의회가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9월 19일, 청년기후의회가 국회 앞에서 2035 NDC 65% 감축목표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청년기후의회
'실현 가능한' NDC가 숨기는 문제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실현 가능성'이 2035 NDC 수립의 방점이라고 밝혔다. "녹록지 않은 (탈탄소) 현실" 역시 여러 번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실용주의' 국정 철학이 떠오르는 발언이자, 정부의 의중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헌법재판소 기후 헌법소원 판결과 우리나라 탄소예산을 고려한 65% 감축목표가 아닌, 지금까지 감축률을 답습한 48%, 53% 감축안 쪽으로 최종안이 기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실현 가능성'이란 말은 얼핏 합리적이고 책임감 있게 들린다. 하지만 정작 대답돼야 할 문제를 숨기거나 선취한다. 진짜 대답돼야 할 문제는 이런 것들이다. "1.5도 목표에 부합하는 2035 NDC를 수립하지 않을 때 몇 도 상승이 예상되며, 이에 따라 마주하게 될 현실은 무엇인가", "우리 경제와 산업은 어떤 영향을 받는가", "미래 세대를 포함한 국민의 삶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재명 정부는 '실용주의'를 국정철학으로 내세우며 "성과를 만드는 실용", "문제 해결의 실용"을 강조했다. 예견된 위기가 앞당겨진 현실로 일어나고 있는 지금, 2035 NDC 수립에 있어 진정한 실용은 무엇인가? 적어도 편의적 타협은 아니다. 실용주의가 진정한 문제 해결을 뜻한다면, 정부가 선택해야 할 길은 분명하다. 지금 감내해야 할 선택을 정직하게 내놓는 것이다. 이를 2035 NDC 4개 후보에서 찾자면, 탄소예산에 근거한 우리나라 감축목표인 65%만 남는다 . 이재명 정부에 실용주의적 2035 NDC 수립을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한수연 플랜 1.5 정책활동가가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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