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혹평에도 ‘뚝심’…웰메이드 드라마의 귀한 상승세 [D:방송 뷰]

장수정 2024. 9. 17. 11:1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유어 아너’
작품의 힘으로 쓴 반전

빠른 전개로, 너무 무겁지 않은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안방극장의 ‘성공 공식’이 됐지만, ‘묵직하게’ 메시지를 전하며 시청자들에게 ‘깊은’ 만족감을 전하는 작품들이 그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유어 아너’도,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도 오롯이 ‘작품의 힘’으로 ‘반등’을 끌어내면서 반가움을 유발했다.

MBC에서 방영 중인 금토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이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살인 전과자가 된 청년이 10년 후 그날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담은 역추적 스릴러로, 최근 6.5%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첫 회에서 2.8%로 시작한 이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호평을 바탕으로 상승 곡선을 그리며 ‘입소문이 중요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억울하게 살인범이 된 고정우의 변화를 납득 가능하게 그려낸 변요한의 연기력을 향한 호평은 물론, 살인범을 둘러싸고 반전을 거듭하며 진실을 찾아가는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의 짜임새도 훌륭했다. 이를 자극적이지 않게 풀어내면서 조화롭게 담아낸 변영주 감독의 연출력 또한 이 드라마를 ‘웰메이드’로 만드는 핵심 요소였다.

‘너무 무겁고, 어둡다’, ‘고구마 같다’. 요즘의 인기 드라마들과는 다른 길을 선택해 부정적인 반응을 얻기도 했지만, 탄탄한 극본과 배우의 열연, 그리고 곁들여진 변 감독의 연출까지. 오롯이 작품의 완성도에 방점을 찍는 선택으로 상승세를 이뤄내며 ‘의미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유어 아너’ 또한 아들의 살인을 은폐하는 판사 vs 아들의 살인범을 쫓는 무자비한 권력자, 자식을 위해 괴물이 되기로 한 두 아버지의 부성 본능 대치극을 통해 뚝심 있게 메시지를 전달해 내며 ‘반전’을 썼다. 1.7%의 낮은 시청률로 시작한 이 드라마는 손현주, 김명민의 열연에, 쿠팡플레이 시리즈 ‘소년시대’를 집필한 김재환 작가의 필력을 바탕으로 시청자들에게 관심을 받았고, 그 결과 최종회는 6.5%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도움’ 없이 ‘성공’을 거뒀다.

일부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가 타 OTT 공개 없이 ENA 방송과 지니TV 공개만을 택해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다’는 아쉬움 섞인 반응을 얻곤 했는데, 탄탄한 전개와 배우들의 완성도 높은 연기 등 ‘잘 만든’ 드라마의 조건만 갖춘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긴 작품이 됐다.

보기 드문 ‘대사서사’로 ‘깊은’ 만족감을 선사하는 작품도 있다. 애플TV플러스 ‘파친코2’가 그 예로, 고국을 떠나 억척스럽게 생존과 번영을 추구하는 한인 이민 가족 4대의 삶과 꿈을 방대하게 그려내며 국내외 시청자들의 극찬을 받고 있다.

시즌2에서는 일제강점기 시절을 배경으로 재일 조선인들의 처절한 삶을 조명하고 있는데, 여러 세대에 걸친 이야기를 긴 호흡으로 풀어내며 ‘전 시즌보다 더 깊이 있어졌다’는 평을 끌어냈다. 50여 년에 걸친 삶을 공들여 풀어내는 ‘파친코’ 시리즈는 ‘대서사시’의 강점으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는 쉽지 않은 일을 해내면서 최근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 9개국에서 1위를 달성하는 성과를 남겼다.

최근 콘텐츠들의 흥행 주기는 점차 짧아지고, 이 가운데 초반 화제성을 끝까지 유지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반짝’ 화제성 이후 빠르게 관심이 식으며 아쉬움을 남기는 작품들도 없지 않다.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들은 ‘관심이 전 같지 않다’는 평을 받고 있으며, K-콘텐츠를 향한 관심을 바탕으로 초반 여러 국가에서 1위를 차지하지만 이것을 꾸준히 이어나가는 작품은 많지 않다.

이 가운데 이러한 ‘웰메이드’ 드라마들이 뒷심을 발휘하는 것에 더욱 반갑다는 반응이 이어지기도 한다. 한 방송 관계자는 “좋은 작품이면 찾아서 본다는 것이 입증됐다는 것이 의미 있다고 여긴다. 트렌드는 빠르게 변하지만 결국 작품의 완성도가 중요하다. 유행은 때에 따라 바뀌더라도, 좋은 작품만 있으면 시청자들은 돌아온다는 믿음이 필요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