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확보한 MBK…최회장 '표대결' 불리,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주목
최윤범 회장 측 자사주 공개매수 성공할수록 MBK 측 의결권 늘어나는 딜레마
영풍·MBK 측 임시 주총 열어 이사회 장악 후 배임의혹 투자 정보 요구 예상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 5% 이상을 확보하면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았다. MBK·영풍 연합 측이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83만원)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89만원)보다 낮지만, 자사주 공개매수의 불확실성과 세금, 초과 청약 시 안분비례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투자자들이 지분을 나눠 공개매수에 응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제 최 회장 측은 자사주 공개매수가 성공적일수록 경쟁자의 의결권 지분을 과반에 가깝게 높여주는 딜레마에 빠졌다. 향후 영풍·MBK 연합은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이사회를 장악하고 그간 배임 의혹을 제기했던 투자와 관련한 자세한 의사결정과정 및 회계정보 등을 회사 측에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영풍 연합은 전날까지 진행된 고려아연 공개매수에서 지분 5.34%를 추가하며 의결권 기준 과반에 성큼 다가섰다. 이로써 MBK·영풍 연합의 고려아연 지분은 기존 33.13%에서 38.47%로 늘어나게 된다. 영풍·MBK 연합은 "목표한 수치를 달성했다"며 "한국 자본시장에서 의미 있는 이정표로 남게 될 것"이라며 자축했다. 영풍·MBK 연합 측은 고려아연 지분을 5% 이상 추가 확보하며 최 회장 측보다 낮은 공개매수가격으로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 회장 측이 자사주 대항 공개매수를 진행 중인데, 약속대로 남은 유통 주식(약 15%)을 모두 매입해 소각하면 의결권 있는 주식 기준, MBK 측의 지분율이 과반에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MBK는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청약 경쟁률 등을 확인하고 이른 시일 내 이사회 장악을 위한 임시주주총회 소집에 나설 계획이다.
최윤범 회장 측, 자사주 공개매수 성공적일수록 경쟁자 의결권 높여주는 딜레마…
영풍·MBK 연합, 임시 주총 열어 이사회 장악 후 배임 의혹 투자 정보 요구할 것으로 예상
영풍·MBK 연합이 최 회장 측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기대 이상의 지분을 모으게 되면서 최 회장 측은 표 대결에서 불리한 입장에 처했다. 고려아연 측이 공개매수하는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다. 또한 자사주 소각이 예정돼 있어 우호 세력과 지분 교환도 불가능하다. 고려아연의 공개매수는 베인캐피털이 최대로 확보할 수 있는 2.5%에만 의결권이 있을 뿐이다. 또한 자사주 공개매수로 들어오는 청약 물량이 늘어나면 의결권 계산에서 자사주 비중만큼이 분모에서 빠지기 때문에 영풍·MBK 연합의 의결권 비중을 늘리는 효과를 가져온다.
최 회장 측이 진행하는 자사주 공개매수가 100% 목표량을 달성한다고 가정하면 영풍·MBK 연합의 의결권 지분은 48%에 달하게 된다. MBK는 최근 2개년 동안의 고려아연 주주총회 참석률 등을 고려할 때 40%대 중반 의결권 지분을 갖고 있으면 주총 표 대결에서 유리하다고 강조해왔다. 주주총회에 불참하는 투자자들의 비율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의결권 과반을 확보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영풍·MBK 연합은 다음 달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할 예정이다. MBK 연합이 임시 주총에서 새로운 이사진을 선임해 이사회 과반을 장악하면 고려아연 경영권을 가져올 수 있다. 고려아연 정관에는 이사 수 제한이 없어 기존 이사진을 해임하지 않고 신규 선임 이사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도 경영권 장악이 가능하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진은 13명으로 장형진 영풍 고문을 제외한 나머지 12명은 최 회장 측 인사다. 영풍·MBK 연합은 이사회를 장악한 이후 이그니오홀딩스 투자,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 등 그간 배임 의혹을 제기했던 여러 가지 투자와 관련한 상세한 자료를 고려아연 측에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영풍·MBK 연합, 조원 단위 차입금 투입한 자사주 공개매수 중단에 모든 역량 집중…
고려아연 이사회 내부서도 법적 리스크에 대한 부담 관측…자사주 공개매수 중단 여부 21일 결론
MBK·영풍 연합은 자사주 매수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 판단을 앞두고 향후 일주일간 자사주 공개매수 중단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전날 공개매수 종료 이후 입장문을 통해 "최 회장 측이 진행하는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가 중단되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3조원이 넘는 대규모 차입방식의 자기주식 공개매수는 고려아연에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발생시킬 것이며 회사 재무구조에 피해를 주는 것뿐만 아니라 남은 주주분들께도 이러한 손해가 전이될 것"이라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기존에 진행 중이던 소송절차를 통한 구제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강구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영풍·MBK 연합이 이길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3조원이라는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무의미해질 수 있고, 회사에도 치명적인 손해를 입힐 수 있다는 점에서다. 영풍·MBK 연합이 법원에 제기한 자사주 매수금지 가처분 신청 결과는 오는 21일에 나온다. 최 회장 측의 공개매수 종료일인 23일보다 가처분 신청 결과가 먼저 나오는 셈이다.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 봐야 하지만 자사주 공개매수 중단의 명분에 실익이 더해진 셈이다. 앞서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와 가격 상향을 결정한 이사회에 법무법인과 현대자동차 측 이사 등이 연이어 불참하는 등 자사주 공개매수와 관련해서는 고려아연 이사회 내부에서도 법률리스크에 대한 부담이 큰 상황이다. 기관투자가들이 공개매수 가격이 낮은 영풍·MBK 연합의 공개매수에 상당수 응한 것 역시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에는 법적 리스크가 있다고 해석되는 부분이다.
고려아연 측은 영풍·MBK 측의 공개매수가 목표치에 다다르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깎아내리며, 추후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양측 모두 절대 과반에 미치지 못해, 의결권 다툼을 위한 우군을 확보하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다. 최 회장의 우호 세력으로 분류되는 한화와 현대차·LG화학 등 주요 주주들과 국민연금이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다.
한편 지난달 12일 고려아연 최대 주주 영풍과 MBK는 전격적인 경영협력계약을 체결하고 이튿날 곧바로 공개매수를 시작했다. 공개매수가 진행된 한 달여 동안 영풍·MBK 연합은 공개매수가격을 당초 주당 66만원에서 75만원, 83만원으로 두 차례 높였고, 경영권을 수성하려는 최 회장 측은 자사주 대항공개매수를 주당 83만원으로 개시한 뒤 89만원으로 한 차례 가격을 상향 조정했다. 최 회장과 우군인 베인캐피털이 진행하는 자사주 공개매수는 오는 23일까지 진행된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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