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페이퍼 황화수소 원인 '물값 아끼기'?

전주페이퍼 공장 황화수소 원인 파이프에 남아있던 '백수' 지목
원료제작과정서 사용된 '백수' 세척에 재사용
온도·습도 등으로 인한 화학반응으로 유해물질 발생 가능성 내부제보
과거에도 황화수소 유출 사고 있던 것으로 알려져
수십년간 공장 운영에도 주변 환경운영평가 이뤄지지 않아 주민들 "악취 종종"
고용노동부, 10일 이같은 사실들 인지하고 회사측에 보건진단명령
지난 7일 오전 전주페이퍼 19세 근로자 사망사고 공개조사에서 측정기가 최대치인 'max'를 표시하고 있다/김경수 기자

전주페이퍼에서 검출된 황화수소(H2S)의 발생 원인이 회사 측의 비용 절감 차원의 세척수 재사용 때문이라는 내부 직원의 주장이 제기됐다.

해당 직원은 과거에도 전주 페이퍼 공장 내부에서 황화수소 유출 사고가 있었다는 주장도 했다. 심지어 공장 주변 주민들은 악취 문제를 수시로 호소하는 상태지만, 주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등은 수십 년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환경당국 등 관계기관의 철저하고 정확한 조사와 평가가 요구된다.

익명을 요구한 전주페이퍼 직원 A씨는 10일 전북일보에 "공장에서 발생한 황화수소의 원인은 바로 내부 파이프 세척에 사용되는 '백수'가 원인"이라며 "이 백수는 종이의 원료를 제작하는데 사용한 물로, 세척에는 깨끗한 물을 사용해야 하지만 공장은 그 비용을 줄이기 위해 백수를 사용해 왔다"고 주장했다.

백수란 원료 제작 과정에서 사용된 물로, 원료와 물의 희석수를 의미한다. 해당 직원은 이 같은 백수가 공장 파이프 세척 과정에서 내부에 남아 있다가 온도와 습도 등을 이유로 화학반응을 일으켜 황화수소 등 유해물질을 발생시켰다는 것이다.

발생한 유해물질은 공장의 원료공급 작업으로 파이프를 타고 출구로 모이게 된다. 실제 전주페이퍼는 지난달 16일 19세 근로자가 사망하기 6일 전 ‘백수’를 사용해 파이프를 청소한 뒤, 원료를 재공급하는 과정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19세 근로자가 파이프 출구를 확인하면서 파이프 전체에 쌓였던 황화수소 등을 한꺼번에 흡입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지난 7일 전주페이퍼에서 진행됐던 공개 조사에서도 회사 측은 백수를 사용해 파이프를 청소한 뒤, 동일한 시간에 원료를 공급하고 황화수소를 측정했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단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던 황화수소가 검출됐다. 당시 현장에는 계란 썩는 듯한 악취가 가득했지만, 회사 측은 "절대 황화수소가 나오지 않을 것이다"며 조사를 진행한 뒤, 측정되자 검출기가 고장이 났다는 말만 반복했다.

심지어 과거에도 황화수소가 유출된 적이 없다는 회사 측의 말과 달리 황화수소로 인한 질식사고가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A씨에 따르면 1990년대 후반 전주페이퍼공장 안에서 청소 작업을 하던 협력업체 직원 3명이 쓰러지면서 탱크 안으로 추락하는 사고도 있었다. 이들은 주변에서 업무를 보고 있던 다른 직원들에 의해 구출됐다.

A씨는 “파이프에서 원료가 10m 상당의 높이에서 떨어지기 때문에 유해물질이 한순간에 확산될 수 있다”며 “과거에도 황화수소로 인한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는데, 왜 회사가 황화수소는 절대 검출되지 않았다고 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또한 해당 공장 주변의 유해화학물질이 주변에 영향을 미치는 여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는 32년 동안 단 한번도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북지방환경청측은 “1992년 2월 전주 제2공업단지 확장조성사업과 관련 주변 공장들과 함께 환경영향평가 받은 이력 외에 조사를 한 적은 없다”며 “해당 사업장이 통합환경관리 허가 사업장이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반면 팔복동 주민 B씨는 "흐린 날이나 특정한 날 등 페이퍼를 지날 때 코를 막을 정도의 악취가 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서강대학교 화학과 이덕환 교수는 “백수는 유기물이 굉장히 많고 부패될 시 황화수소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제지회사 자체가 애초에 유해물질이 굉장히 많이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이고, 표백 과정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이 굉장히 많다”고 지적한 뒤, "공장 내부뿐만 아닌 외부에 대한 정밀한 조사와 평가가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노동당국은 일단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10일 전주페이퍼에 보건 진단 명령을 내렸다.

고용노동부 전주지청 관계자는 “회사가 설립된 뒤, 해당 공정이 30여년간 무사고였다고 회사가 주장했지만, 황화수소 등이 검출됨에 따라 관련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며 "올해 조사에서는 황화수소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서류가 있지만, 과거의 서류 등도 가능한 부분에서 검토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전주페이퍼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예상추 못했던 장소에서 황화수소가 검출된 것을 교훈 삼아 최우선적으로 유해가스 재조사에 나설 방침이다”며 “운전 매뉴얼을 개정해 백수 대신 재용수 사용을 기본으로 하고, 유해가스가 조금이라도 나올 만한 곳에는 방독면을 필수적으로 현장에 배치하거나 가스감지센서를 갖추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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