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세 마녀' 삼한사온 실종 사건

강언구 2025. 2. 6.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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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지기압능과 절리저기압, 발해만저기압으로 얼어 버린 입춘

[강언구 기자]

춥다. 추우니까 겨울이다. 그렇지만 입춘도 지났는데 너무 추운 것 아닌가. 일기예보를 보면 매일같이 두 자리 수의 영하 기온이 전국 대부분 지역에 예상되어 있어 기상청 홈페이지도 추위에 고장난 것인가 하는 망상마저 든다.

겨울철 찬 공기의 형성

그러면 겨울은 왜 추울까. 그야 간단하다. 공기가 차가워졌으니 그렇다. 그렇다면 공기는 왜 차가워졌을까. 겨울엔 지구 북반구 입장에서 태양의 고도가 낮고 일조 시간도 짧다. 열원인 태양의 고도가 낮아지면 볕이 비스듬하게 지구를 비추게 되므로 동일한 지표 면적에서 받는 에너지가 적어진다.

또한 해양보다 비열이 작은(온도가 쉽게 변하는) 대륙에서 기온은 더욱 빠르게 차가워진다. 또한 시베리아의 순상지는 고도가 낮아 찬 공기를 가두는 거대한 그릇이 되므로 대륙 중심부에 찬 공기가 가득 채워진다. 공기가 차가워질수록 밀도는 커지고, 스스로 내리 눌러 고기압이 된다. 고기압의 맑은 하늘은 밤사이 복사냉각을 강화해 더욱 차가운 공기를 만들어내기를 반복한다.

이제 찬 공기가 왜 생기는지는 알겠다. 그런데 대륙 중심부는 우리나라와는 멀지 않은가. 아무리 차가운 공기라 해도 우리에게 운반되어 와야 한파가 될 터, 찬 공기를 이동시키는 흐름은 무엇일까.

찬 공기를 움직이는 상층의 흐름

위에서 이야기한 기작은 지구 표면, 좀 더 폼나게 이야기하면 대기 하층에 국한된다. 그러한 대기 하층의 구조를 통째로 밀고 끌어주는 정체는 머리 위 상층에 숨어 있다.

대기 상층은 지표면과의 마찰이 사라져 공기의 흐름이 매우 빠르다. 그중 특히 빠른 흐름을 '제트'라 부르며 아열대 제트와 한대 제트가 있으나, 겨울이므로 한대 제트만을 살펴보기로 하자.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한대 제트는 '공기의 키 차이' 때문에 발생한다. 기온이 높으면 공기는 팽창해 키가 커지고, 기온이 낮으면 수축해 키가 작아진다.

그렇다면 그 기온 차이는 누가 만들어 냈을까. 크게 두 가지, '위도'와 '비열'이다. 북반구를 기준으로 저위도인 남쪽은 따뜻하고 고위도인 북쪽은 춥다. 따라서 남쪽 공기의 키가 크고, 북쪽은 작다. 또한 비열 차이로 겨울철 해양 지역은 따뜻하고, 대륙은 차갑다. 따라서 해양 상공의 공기는 키가 크고, 대륙에서는 키가 작다.

이렇듯 키가 결정되고 나면 공기는 키가 큰 쪽에서 작은 쪽으로 떨어져 흘러내리고, 전향력으로 인해 휘어진다. 결과적으로 북반구에서 대기 상층의 공기는 진행방향의 오른쪽에 키 큰 공기(고기압), 왼쪽에 키 작은 공기(저기압)를 두고 흘러가며, 키가 극심하게 차이 나는 지역에서 가장 빨라져 한대 제트를 이룬다.

'일반 모드' 삼한과 사온

한대 제트를 포함한 상층의 움직임은 파도와 같이 파동을 그리며 서에서 동으로 흘러가는데, 보편적 주기의 파동은 하층의 날씨에 반복성을 부여한다.

상층의 기압골이 다가와 시베리아의 대륙 고기압을 남동쪽으로 밀어내면 차가운 북서풍이 서해상에서 눈 구름을 만들어 우리나라에 한파와 대설을 쏟아낸다. 이후 더 이상 차갑지 않게 변질되어 버린 이동성 고기압을 상층의 기압능이 동쪽으로 이동시키며 우리나라를 향하는 바람이 서풍으로 바뀌고 날이 풀리는 과정을 반복하게 되는데 이를 우리는 '삼한사온'이라 부른다.

'세 마녀' 저지기압능과 절리저기압 그리고 한대 제트

하지만 한겨울 상층 기압골과 기압능의 남북 진폭이 매우 커지게 되면 상층 대기의 흐름이 서에서 동으로 원활히 흐르지 못하게 되는데 이를 저지기압능(블로킹)이라 한다. 저지기압능이 태평양에서 오호츠크 해-캄차카 반도 부근까지 북쪽으로 깊숙이 밀고 올라와 자리잡으면 그 서쪽의 기압골 역시 동진하지 못하고 남쪽으로 밀려 내려와, 북쪽의 본류와 끊어진 채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도는 절리저기압이 된다.
5일~6일 오호츠크 해 부근으로 뻗은 저지기압능(블로킹), 만주 지역의 절리저기압
ⓒ 기상청
절리저기압이 만주지역에 자리를 잡으면 저기압의 반시계 방향 회전으로 인해 대륙의 차가운 공기가 우리나라로 무한정 밀려 들어오게 되는데, 블로킹이 약화되어 기압계의 정체가 풀릴 때까지 지속된다.

이에 더해 매우 추운 한겨울, 한대 제트가 우리나라까지 내려오게 되면 기존에 남하한 대륙 고기압 뒤로 새로운 고기압이 남하하게 되는데 그 사이에서 상대적 기압골이 발생하게 된다. 이 기압골은 남하하는 과정에서 발해만의 따뜻한 바다를 만나 불안정을 더해 급속히 발전하게 되는데 충분히 발달하면 저기압 체계를 갖추게 된다.

'발해만 저기압' 추위에 추위를 더하고, 눈에 눈을 더하고

이번 추위가 바로 세 마녀가 모두 모이는 '발해만저기압' 유형이다. 6일 오전까지는 찬 대륙 고기압의 확장으로 북서풍을 타고 서해에서 만들어진 눈 구름이 충청도와 전라도 등 서쪽지역 위주로 눈을 뿌렸지만, 오후부터는 발해만저기압이 서쪽에서 다가오면서 더욱 발달된 눈 구름이 그 전면의 남서풍을 타고 동쪽으로 유입되어 동해안과 남해안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의 지역으로 강설 구역이 확장되겠다.
▲ 6일 아침 9시를 예상한 기상청 일기도(5일 발표) 붉은 화살표가 제트류로서,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와 우리나라로 진입하는 제트류가 한대 제트이다. 발해만 부근에서는 이미 중국 상해 부근에 위치한 1차 남하 고기압과 몽골 북쪽에 중심을 둔 2차 남하 고기압 사이에서 발달한 발해만저기압이 보인다.
ⓒ 기상청
특히 수도권과 강원영서, 충청도에는 대설 예비특보와 예비특보가 발표되어 있는 만큼 지난 설 연휴 대설에 이어 다시 한번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바짝 긴장해야겠다. 절리저기압이 통과한 이후에는 다시 차가운 북서풍으로 인해 주 강설 구역이 전라도로 남하, 많은 눈이 내릴 것으로 예상되니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또한 제주도 역시 이미 대설 특보가 발표된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눈이 예상되니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겠다.

저기압이 통과한 후에는 바람이 북서풍으로 변해 기온이 더욱 더 떨어지므로 매우 위험하다. 차가운 대륙의 공기가 재차 진출하여 매우 추운 날씨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많은 지역에서 아침최저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를 보이는 날씨가 지속되다가 고기압이 변질되어 동진하는 주말 낮이 되어야 길었던 추위가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북서풍의 추위에 강풍은 언제나 동반되니 잊지 말고 주의하자.

입춘이 지나도 강력한 한파가 계속 되니 주변에서는 입춘이 얼어 죽었다는 말이 들린다. 강력한 한파를 유발하는 '세 마녀'가 우리나라를 벗어나고 날이 풀리면 이번 겨울엔 다시 보지 않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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