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 청약도 전량 매수"...고려아연, 3.1조 공개매수 승부수
MBK·영풍측 매수가 상향도 촉각
4일 오전 기준 주가 75만원 웃돌아
국가핵심기술 판정 심의도 이날 진행
3조원 규모 자사주 공개매수로 경영권 방어에 나선 고려아연이 최소 매수 수량을 없애는 승부수를 띄운 건 응모 주식 수가 미달해 공개매수에 청약이 안 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을 해소하려는 의도다. 한마디로 83만원 공개매수 참여율을 높이겠다는 얘기다.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가 상향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면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치킨게임’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고려아연은 4일 글로벌 사모펀드(PEF) 베인캐피탈과 함께 주당 83만원에 자사주 372만6591주(지분 18.8%)를 매입하는 공개매수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고려아연은 자사주 320만9009주(지분 15.5%)를 2조6635억원을 투입해 취득, 베인캐피탈은 지분 2.5%에 해당하는 51만7582주를 약 4000억원에 인수하는 방식이다.
고려아연은 당초 최소매수 수량을 121만5283주(5.87%)로 정했으나, 금융당국에 제출한 신고서에서는 이 조건을 없앴다. 최소매수 조건 없이 단 1주만 청약하더라도 이를 모두 매입하겠다는 뜻으로, 청약 미달에 따른 불확실성을 제거하려는 판단이다.
관심은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추진하고 있는 공개매수 청약에 모이고 있다. MBK가 추진하는 공개매수는 이날 오후 마감된다. MBK와 영풍 측은 주식시장 마감 시간인 오후 3시 30분까지 공개매수 조건을 변경할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 고려아연과 마찬가지로 최소매수 조건을 없애거나 83만원을 상회하는 가격으로 매수 가격을 상향하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다.
이들은 시장 상황에 따라 대응 전략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4일 오전 9시20분 기준 고려아연 주가는 75만8000원으로 이들이 제시한 공개매수가(75만원)를 넘어서고 있다. 주가 상승이 지속될 경우 공개매수에 실패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MBK 측도 매수가 상향 조정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강성두 영풍 사장은 아시아경제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에서 "공개매수가 인상 여부는 전적으로 MBK의 권한"이라면서도 "지금 MBK 쪽에 추가자금이 입금돼 자금 여력은 충분하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양측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적법성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영풍은 고려아연 이사회 결의 직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자사주 매입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을 재차 제기했다. 지난 2일 법원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낸 자사주 매입 금지 가처분을 기각했지만 영풍은 이에 불복해 추가 대응에 나섰다.
영풍과 MBK는 고려아연이 이사회 결의로 추진하는 자사주 매입이 권한 범위가 넘어서는 상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임의적립금이 이사회 결의로 가능한 배당 재원에 포함되지 않아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가능 규모는 586억원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고려아연은 6조원 이상의 배당 가능 자본이 있다는 입장이다. 상법에 따라 자사주 취득 가능 규모가 산정되며, 그 한도 내에서 보유현금, 차입금 등을 취득 재원으로 적법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는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는데도 허위사실로 주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며 "곧바로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금감원 신고와 형사 조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오후 산업기술보호전문위원회를 열고 고려아연의 전구체 제조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판정하는 안건을 심의한다. 이르면 심사 당일 최종 판정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고려아연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도 MBK의 공개매수에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지만 만약 MBK가 경영권을 쥐게 될 경우 향후 중국 등 외국에 기술이나 경영권을 매각하는 데 제약이 생길 수 있다.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은 외국 기업으로의 인수에 정부 승인이 필요하다.
이성민 기자 minut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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