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필투표에다 중복공천까지’…신기한 일본 총선

김이현 2024. 10. 27.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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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3년 만의 日 총선
승패 기준점 ‘3가지’
선거 고전 중인 자민당
1955년 후 야당 경험 2번 뿐
일본 국회 전경. 게티이미지뱅크


3년 여만의 일본 중의원(하원) 선거가 27일 열린다. 자민당이 비자금 스캔들로 고전하는 사이 야권이 세를 확장하고 있다. 일본 역사상 자민당 외 정당이 집권한 사례가 1955년 이후 2번뿐인 만큼 정권 교체까진 어렵다는 평가가 다수이지만 야권의 세 확대로 인해 선거 이후 일본의 정세도 급격히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각제 일본…승패 라인은 3가지
일본 중의원 회의가 열리는 모습. AFP연합뉴스

일본은 대통령제인 한국과 달리 의원 내각제 국가다. 일반적으로 중의원 선거에서 과반을 획득한 세력이 총리 자리를 차지하고 내각을 운영하게 된다. 일본 중의원은 정수가 465석으로 과반 기준은 233석이다. 자민당(256석)과 공명당(32석) 연합은 해산 직전 288석으로 압도적 다수를 점했다. 반면 야권은 자민당 성향 무소속 의원 등을 제외하면 160석 안팎에 불과했다.

일본 선거에서 승패 라인을 구분 지을 수 있는 의석수는 크게 3개다. 우선 최소 기준선은 과반인 233석이다. 이어 244석의 ‘안정다수 의석’을 확보하면 모든 상임위에서 위원 절반을 확보하고 위원장을 독점할 수 있다. 261석은 ‘절대 안정 다수 의석’으로 압승의 기준점이 된다. 이 경우에는 모든 상임위 위원 과반을 차지할 수 있다.

자필투표·석패율제·안분표 등 특성
2021년 중의원 선거 모습. AP뉴시스

중의원 선거는 27일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진행된다. 소선거구제와 비례대표제를 동시에 채택하고 있어 한국 총선처럼 유권자는 1인 2표를 행사하게 된다. 다만 비례대표 선거의 경우 전국 단위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전국을 11개 지역으로 나눠 지역별 비례대표 의원이 선출된다.

특히 소선거구제 입후보자가 비례대표 명단에도 중복으로 입후보를 할 수 있다. 중복 입후보자의 경우에는 지역구에서 낙선했더라도 석패율(당선자 득표율 대비 낙선 후보 지역구 득표율)을 계산해 ‘패자부활’을 할 수도 있다. 다만 자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비자금 스캔들 연루 의원들은 중복 입후보를 허락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지역구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후보들은 불출마를 선언하기도 했다.

일본 선거의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세계에서 드문 자서식 선거라는 점이다. 이는 투표용지에 선거 후보자(소선거구제)와 지지 정당(비례대표)명을 직접 필기로 기록해야 하는 제도다. 이 때문에 무효표가 적지 않게 나오는 편이다. 무효표를 최소화하기 위해 동명이인이나 유사한 정당명으로 인해 후보·정당을 특정하기 어려운 표를 이들의 득표율에 따라 배분하는 ‘안분표’라는 제도도 있다. 예를 들어 투표용지에 ‘자유민주당’이나 ‘입헌민주당’ 대신 ‘민주당’이라고 기재돼 있으면 무효표보다는 안분표로 집계돼 이들의 득표수에 따라 배분된다.

1955년 이후 자민당 정권 2번 내줘
오는 27일 열리는 일본 중의원 선거를 앞둔 15일 후보 공고물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는 모습. 신화뉴시스

일본에선 1955년 자유당과 민주당의 합당으로 자민당이 탄생한 이후 정권을 내준 적이 단 2번에 불과하다. 특히 자민당은 1955년부터 1993년까지 38년 동안 단 한 번도 집권당에서 내려온 적이 없어 ‘자민 막부’라는 별칭도 있다. 이 시기를 55년 체제라고 칭하며 우파 성향의 자민당이 과반 안팎 의석을 석권한 뒤 나머지 의석의 절반 정도를 좌파 성향의 사회당이 차지한 구도가 이어져 ‘1.5당 체제’라고 부르기도 한다.

첫 정권교체 사례는 1993년 총선 이후 비자민 연립정권이다. 당시 총선에서 자민당은 223석으로 1당에 올랐지만 과반 의석인 256석에는 한참 모자랐다. 사회당, 신생당, 공명당, 일본신당, 민사당, 신당 사키가케, 사회민주연합 등 야 7당이 연립 정권 출범에 합의하면서 자민당은 야당으로 밀려난다. 다만 당시 야권은 정치 성향 등과 관계 없이 ‘비자민’이라는 공통점만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불협화음을 일으켰고 1년 만에 정권이 무너졌다.

이후 자민당은 직전 선거에서 2당을 차지한 사회당과 대연정을 통해 정권을 되찾아왔다. 다만 총리는 사회당 출신 무라야마 도미이치가 맡았다. 자민당은 1996년 총선 이후 2005년 총선 외엔 단독 과반을 달성하지 못했다. 다만 공명당과 연정 체제를 구축하며 2009년까지 안정적 과반 의석을 유지했다.

2009년 총선에서 자민당은 480석 중 119석만 얻는 전후 최대 패배를 당했고 정권은 308석을 차지한 민주당으로 넘어갔다. 민주당 정권은 동일본 대지진 등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자민당은 3년 만인 2012년 정권을 되찾아왔다.

자민당, “공명당과 합쳐 과반 목표” 외쳤지만
이시바 시게루(오른쪽) 일본 총리와 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 EPA연합뉴스

자민당은 2012년 재집권부터 2014·2017·2021년까지 4번의 총선에서 자민당은 ‘절대 안정 다수 의석’인 261석 이상의 압승을 거둬왔다. 하지만 올해는 비자금 스캔들 등으로 인해 고전하고 있다. 자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공명당과 합쳐 ‘과반’을 목표로 삼은 상황이다.

다만 12년 만의 자민당 단독 과반 미달만으로도 후폭풍은 거셀 전망이다. 당내 세력이 약한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레임덕은 불가피하다. 지난 1일 취임한 이시바 총리가 최단기 총리로 사퇴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특히 자민당과 공명당을 합쳐서도 과반에 미달하면 국민민주당이나 일본유신회 등의 도움이 필요해지는 만큼 자민당이 추진해온 개헌 등 드라이브도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1993년처럼 비자민 연립정권이 출범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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