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전 흥행 망작 ‘비주얼 컬트' 됐다…MZ 추앙받는 '無CG' 판타지 '더 폴'
관객 3배 들었다…
컬트 추앙 ‘더 폴’ 감독판
CG 없이 24개국서 촬영

“2023년 신작(‘디어 자시’)으로 토론토영화제에 갔을 때 많은 비평가가 ‘더 폴’을 왜 볼 수 없느냐는 거예요. 20년 전 그토록 이 영화를 알리려 했을 땐 어디 있었냐고 되물으니 다들 ‘그땐 10살이었다’더군요. 새로운 세대가 이 영화를 원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죠.”(타셈 싱 감독)
16년 전 흥행 쪽박 영화가 추앙받는 컬트 걸작이 됐다. 지난해 12월 25일 감독판이 국내 개봉한 인도 감독 타셈(본명 타셈 싱‧64)의 영화 ‘더 폴: 디렉터스 컷(이하 더 폴)’ 얘기다. 원작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의 일종의 감독판이다. 멀티플렉스 CGV 집계, 이 영화 관객의 70%가 20~30대다.
“SNS를 전혀 하지 않아 ‘더 폴’의 열성팬이 있는 줄 몰랐다”는 타셈 감독은 지난해 비로소 이 영화를 4K 디지털 리마스터링판으로 출시했다. 9월 북미 OTT 플랫폼 ‘무비’를 통해 재조명됐고, 이어 한국에선 극장 개봉하며 지난 5일 10만 관객을 돌파했다. 상영관 50개 남짓한 예술영화로선 큰 흥행이다. 2008년 개봉 당시 총 관객수의 3배를 넘었다. 이를 기념해 4일 내한한 타셈 감독이 6일 서울 용산 CGV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4년간 24개국 촬영 "미친 어리석음, 시각적 난교"


그런데 이 전무후무한 개성이 세계 각지에 헌신적인 추종자를 모았다. 토론토 첫 공개부터 개봉까지 물심양면 도운 영화감독 데이빗 핀처, 스파이크 존즈를 포함해서다. 유명 평론가 로저 에버트는 “‘더 폴’은 미친 어리석음, 화려한 시각적 난교, 현실에서 미지의 영역으로의 자유낙하다. 그저 존재하기 때문에 보고 싶을 만한 영화”란 극찬을 남겼다.
1200년 전 인도 우물서 추격전…CG 안 쓴 이유?

“오랜 친구인 (데이빗) 핀처 덕에 많은 투자자를 만났지만 모두가 거절했죠. 당시 시나리오는 가이드에 불과했거든요. ‘주인공 아이를 찾으면 그 아이가 (촬영 상황에 맞춰) 이야기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몇 개국에서 촬영할지 나도 모르겠다’고 했더니, 돈을 대려는 데가 없더군요.”

Q : -CG를 전혀 안 쓴 이유는.
“아무리 훌륭한 특수효과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구식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론 CG도 좋아하지만, 촬영지들이 매우 마법 같은 공간이었고 이런 공간에 CG를 사용하면, 모자 위에 또다시 모자를 쓰는 듯해 그러고 싶지 않았다. 오래 남을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Q : -전작도 비주얼을 강조했는데.
“아버지가 이란에서 엔지니어로 일하셔서 어릴 때부터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로 된 방송‧영화를 많이 봤다. 무성영화 같은 비주얼 스토리텔링에 익숙해졌지만, 전혀 비주얼적이지 않은 영화도 좋아한다. ‘더 폴’도 병원에서 두 주인공의 이야기만으로 찍을 수 있었지만, 당시 실연의 충격으로 집까지 팔아버려 돌아갈 데가 없었다. 그래서 비틀스처럼 미스터리한 전 세계 투어를 떠나게 됐다.”(웃음)

타셈 감독은 히말라야 기숙학교에 다니던 유년기, 자신이 본 영화 줄거리를 친구들에게 들려주는 식으로 이야기꾼 재능을 쌓았다. 영화 ‘더 셀’(2000) ‘신들의 전쟁’(2011) 등 개성 강한 비주얼을 선보여온 그는 최근작 ‘디어 자시’(2023)에선 철저히 내부 세트장에서만 촬영을 감행했다. “다소 극단적”이라 자신을 설명한 그는 “뮤직비디오도 영상 아이디어가 먼저고, 맞는 곡을 운 좋게 찾으면 만든다. 레이디 가가(팝가수)의 ‘911’(2020) 뮤직비디오를 그렇게 만들었다”고 돌아봤다.
"한국은 다른 우주 같아, 한국서 영화 만들고 싶죠"

그는 또 “한국에서 성공을 거둔 게 자랑스럽다”며 서툰 한국말로 “감사합니다” 인사를 건넸다. “영국 런던의 아이맥스관보다 한국 영화관에서 본 ‘더 폴’이 의도한 4K 효과가 잘 살아 좋았다”면서 “다른 문화권은 다른 행성처럼 느껴지는데 한국은 아예 다른 우주 같다. 흥미를 끄는 소재만 있다면 한국에서도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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