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표현 계획 서지 않은 건 처음" '레이디 두아' 신혜선이 꺼낸 속내

장혜령 2026. 2. 23.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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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넷플릭스 시리즈 <레이디 두아> 신혜선 배우

[장혜령 기자]

넷플릭스 시리즈 <레이디 두아>는 가짜와 진짜를 구분할 수 없는 시대에 사각지대를 교묘히 파고든 사라킴(신혜선)과 그녀의 욕망을 추적하는 형사 무경(이준혁)의 이야기를 그렸다.

1화부터 주인공 사라킴의 시체가 발견되고 범인을 추적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과정에서 오히려 피해자 '사라킴은 누구인가'를 끊임없이 되새기게 한다. 매화 끝자락에서는 다음 화를 누르지 않을 수 없는 클리프행어(작품의 마지막에 충격적 결말을 남기는 서사 장치)가 제대로 적중했다. 끊어 보지 않고 8화까지 단숨에 보는 정주행의 묘미가 있다.

새로운 이름과 인물이 끊임없이 등장하며 진실의 국면이 계속해서 바뀐다. 지금까지의 진실이 허구가 되고, 상상이 물거품이 되기도 한다. 사라킴의 네 페르소나는 양파 껍질 벗기듯 계속 등장한 후 작품 속에서 자유롭게 활보한다. 사라킴은 대체 누구였을까? 왜 이런 일을 벌인 걸까?

20일 종로구의 카페에서 '사라킴'을 연기한 신혜선과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심도 있게 풀었다. 그는 사라킴을 연기하며 극도의 어려움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모든 연기가 힘들지만 힘들다는 말을 잘 하지 않는 타입인데, 이번에는 감정 표현에 계획이 서지 않았다"라며 "연기 톤과 대사 해결 방식이 도전이었다. 연기 루틴에서 벗어나 새롭고 다른 경험을 했다. 풀어나가는 과정이 재미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다음은 그와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글이다.

사라킴의 진짜 이름은?
 신혜선 배우
ⓒ 넷플릭스
-작품 선택 계기가 궁금하다.
"대본상에 사건과 인물관계, 결말이 흥미로웠고 궁금해서 선택했다. 여러 인물을 연기해야 한다는 부담감보다는 재미로 받아들였다. 업계 최고의 사람들이 뭉쳐 만들었는데 공개되고 나니 칭찬이 많아서 은근 보상받는 기분이다. 다만 글로만 봤을 때는 인물의 감정선이 읽히지 않아 애먹었다. 대본에서부터 인물의 성향, 성격, 외모, 말투가 계산되면서 감정까지도 전이되는데, <레이디 두아>는 그렇지 않았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계획이 서지 않았던 작품이긴 했다."

-비선형적 타임라인과 여러 캐릭터가 등장한다. 연기할 때 가장 중점 둔 부분은.
"아무래도 대본이나 캐릭터의 흐름대로 촬영할 수 없어서, 각 페르소나가 엮이는 인물과 관계성과 상황에 맞춰 연기해야 했다. 약간의 변형과 연결성을 둔 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사라킴은 겉으로는 감정이 드러나지 않아야 했고, 진실과 거짓이 혼합된 인물이었으면 했다. 이미지로 설명하자면 호수 위의 백조 같은 느낌이다. 물 위에서는 우아해 보이는데 물 밑에서는 물장구를 열심히 치는 것 같았다."

-사라킴의 진짜 이름은 무엇이라 생각했나.
"처음부터 설정한 이름은 없었다. 대본에는 사라킴이라고 되어 있었다. 작품 속에서 진짜 이름이 뭐냐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 부두아란 이름도 '레이디 디올'을 빌려 만든 거다. 인터넷에는 제주도 출신이라는 설도 있던데... (웃음) 두아라는 이름은 자기 연민과 혐오가 섞인 이름이다. '너를 너무 사랑하지만 네가 너무 싫어!' 같은 모순덩어리를 말하는 거다."

-사라킴의 뚜렷한 전사가 등장하지 않아 미스터리한 인물로 보인다. 철저한 계획으로 부두아를 만들고 이름을 속여왔지만 돌발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밖에서 떨고 있는 노숙인에게 장갑과 목도리를 벗어준다든지, 자선냄비에 현금 다발을 넣고 온다. 남들에게 보여주려는 의도인지, 진심인지, 어떤 마음에 기인한 행동이라고 생각했나.
"내면에서 나왔던 게 아닐까 싶다. 정말로 부를 갖고 태어났다면, 봉사 정신이 투철했을 수 있겠다.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가진 자의 여유, 그러니까 비뚤어진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느껴보고 싶었던 우월감에서 비롯된 행동이다."

-사라킴의 첫 번째 이름인 '목가희'의 전사를 생각하면서 연기했다고 하던데.
"목가희는 사라킴의 첫 페르소나라 전사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연기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가짜와 진짜가 뒤섞인 존재가 사라킴이다. 인물의 시작점이 되어야 할지, 쌓인 서사가 없는 데 흑화 되는 설정으로 봐야 할지, 연장선상의 지점부터 보여주어야 할지, 고민했다. 감독님과 논의 끝에 목가희도 도용된 신분이란 결론을 내렸다."

-사라킴은 여러 사람과 관계를 맺는다. 그중 누구에게 가장 진심이었을 거라 추정하나.
"사라킴은 자기애가 강하기 때문에 누군가를 사랑할 여유가 없다. 부두아를 만든 것도 자신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다만 저라면 홍성신(정진영 분)과의 관계를 꼽겠다. 남녀 사이가 아닌 사람과 사람의 관계였다. 사라킴을 완성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했던 인물이고, 사라킴으로 거듭나기 위한 마음가짐도 홍성신으로 인해 깨달았던 것 같다. 사실은 복수하러 갔던 건데 홍성신에게 혼란스러운 감정을 느낄 만큼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마지막에 신장 샘플에 손써 준 것도 아마 홍성신이었을거라 추측한다."

-브랜드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김미정이 되기로 한 선택에 동의하나.
"부두아는 곧 사라킴이었다. 사라킴이 목가희, 김은재로 신분세탁하면서까지 브랜드를 만든 건 은유적인 표현이다. 여러 이름을 빌려 살았지만 결국에는 고급화된 자기 자신을 갖고 싶었던 게 아닐까. 일련의 사건을 거치면서 자신을 만들어간 거다. 종국에 브랜드를 지킨 건 자기 자신을 지킨 것이나 다름없다."

부두아는 곧 사라킴
 넷플릭스 시리즈 <레이디 두아> 스틸컷
ⓒ 넷플릭스
-이준혁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취조실 장면에서 <원초적 본능>, <양들의 침묵> 같은 쫀쫀한 서스펜스를 느낄 수 있었다.
"저는 사라킴으로 연기했다. 위조된 이름이지만 완성된 인물, 사라킴이라는 정체성이 있었다. 취조실 장면을 찍을 때 준혁 오빠도 아팠고 저도 그랬다. 심적으로 부담되는 신이었다. 액션 없이 대화만으로 이루어진 2인 극이잖냐. 작가님도 과감한 선택을 하신 것 같다. 둘의 감정선만 가지고 몇 회차를 끌고 가는 게 쉽지 않았다. <비밀의 숲> 이후부터 친척 오빠 같은 내적 친밀감이 커졌다. 8년 동안 함께 호흡 맞추지 않아도 늘 응원하고 그랬다. 심적으로 의지할 사람이 있어서 큰 위로가 되었다. 저와는 다르게 기술적, 시청자, 소비자의 입장으로 거시적으로 보는 사람이다. 다른 관점을 보고 말해줘서 도움이 되었다."

-부두아가 사라킴 없이도 잘 돌아간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는데, 어떤 의미로 해석하면 좋을까.
"다중적인 감정이 교차했다. 부두아 디자인이 얼기설기 좋은 것만 붙여 놓은 것 같이 보이는 것도 사라킴을 형상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교도소에서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좋기도 했지만 씁쓸했다. 자신을 투영한 브랜드의 가치는 진짜가 되었지만 정작 누리지 못하는 아이러니다."

-감옥에서 형을 살고 김미정이란 이름을 얻었다. 출소 후 어떤 인생을 살아갈까.
"음.. 상상해 보자면 능력자인 것을 세상에 증명한 셈이다. 마케팅 천재니까. 주변에 도와줄 사람은 많을 것 같다. 새롭게 만난 사람이든, 이전에 알던 사람이든 도움받게 될 것이며, 죄책감은 없을 거다."

-1인 2역, 1인 다역, 보디 체인지, 해리성 장애 등 다층적인 역할을 많이 맡았다.
"그렇다. 사실 저도 잘 몰랐다. 취향이라면 취향일 수 있겠는데 연기하기 재미있겠다 싶은 것을 지금까지 선택해 왔다. 시도해 볼만한 것, 평범하지 않은 것을 선택하면서 경험을 쌓고 싶었다. 주연 롤을 얻고부터는 무조건 '경험해 보자'는 취지로 해왔다. 저는 인물의 성격을 중점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직관적으로 시각, 청각적인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목소리 톤을 생각해 본다. 이번에는 미술팀이 꾸며준 분위기에도 도움받았다. 세트, 패션, 헤어, 메이크업 등 시리즈의 톤 앤 매너가 조화로워야 유기적으로 흘러가는데, 초반부터 잘 잡아 줘서 저도 맞춰 갈 수 있었다. 페르소나 별로 헤어, 메이크업, 코디의 디테일이 각각 달랐던 것도 캐릭터의 서사를 구별하는 장치이자 표현법이었다."

- 사라킴의 페르소나 중 공감되는 캐릭터나 자신과 비슷하다고 생각되는 캐릭터를 고른다면.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지만, 세상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라고 생각될 때가 있었다. 이상은 큰데 그에 따르지 못하는 내세울 것 없는 현실을 마주하면서 작아지는 시기가 사춘기였다. 어릴 때는 막연히 반짝이는 배우가 되고 싶었다. 사라킴처럼 현실보다 이상이 크고 그걸 따르고자 했던 욕망이 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필더무비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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