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용 목사의 스티그마] 십자가와 칼

2026. 3. 12.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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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을 맞이해 교회학교 아이들이 십자가를 만드는 활동을 했다.

아이들끼리 십자가를 만들고 서로 누가 잘 만들었는지를 자랑하다가 갑자기 한 아이가 십자가를 거꾸로 쥐고는 칼처럼 만드니 너도나도 거꾸로 들고 칼싸움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십자가를 거꾸로 쥐고 칼의 모양을 만들어 휘두르는 미국 정부와 이에 결탁한 미국 복음주의의 교회들에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그 십자가를 어느 쪽으로 잡느냐에 따라 십자가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칼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미국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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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을 맞이해 교회학교 아이들이 십자가를 만드는 활동을 했다. 얼마나 십자가를 잘 만들고 있는지 몇몇 부서를 찾아갔는데 한 부서에서 놀라운 광경을 봤다. 아이들끼리 십자가를 만들고 서로 누가 잘 만들었는지를 자랑하다가 갑자기 한 아이가 십자가를 거꾸로 쥐고는 칼처럼 만드니 너도나도 거꾸로 들고 칼싸움을 하기 시작했다. 생명과 구원의 십자가가 한순간에 죽음과 폭력을 상징하는 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레고리 A 보이드 목사는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 복음주의 교회가 우경화되고 하나님의 이름으로 전쟁과 폭력을 정당화하는 왜곡된 애국주의를 보이는 모습에 충격을 받고 ‘십자가와 칼’이라는 책을 썼다. 그는 책에서 미국은 자신들을 하나님이 특별히 선택한 기독교 국가라 생각하면서 세계 질서를 지킨다는 이유로 행사하는 권력과 폭력을 하나님의 거룩한 임무로 정당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십자가를 거꾸로 쥐고 칼의 모양을 만들어 휘두르는 미국 정부와 이에 결탁한 미국 복음주의의 교회들에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보이드가 경고한 지 20년 지난 지금도 현실은 변화되지 않았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은 십자가를 거꾸로 쥐고 칼의 모양을 만들어 휘두르고 있는 패권적인 미국의 모습을 재방송처럼 보여주고 있다.

청교도들의 종교 자유에서 시작된 미국은 분명히 어느 나라보다도 십자가를 쥐고 있는 국가다. 그 십자가를 어느 쪽으로 잡느냐에 따라 십자가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칼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미국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실제로 오랜 역사 속에서 미국은 십자가와 그에 대한 선한 영향력을 곳곳에 드러내 왔다. 그러나 때로 십자가를 거꾸로 쥐는 역사를 반복하기 시작하면서 미국은 어느새 칼로 세상을 바꾸려고 하는 뒤틀어진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다.

역사는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가 죽고 부활하면서 원수까지도 사랑하고 그들을 위해 값없이 베푸는 희생으로 모든 인류를 구원했음을 증명하고 있다. 예수는 얼마든지 수많은 무리에게 십자가를 거꾸로 쥐게 하여 칼을 들고 예루살렘을 쳐들어가 전쟁을 선포할 수 있었다. 그러면 이후의 역사에서 전쟁과 폭력은 하나님의 이름으로 이뤄지는 신성한 행위로 정당화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예수는 단 한 번도 그에게 지워진 십자가를 폭력과 전쟁의 칼로 사용하지 않았다.

교회는 그 어떤 전쟁에도 평화를 위해 종전을 외쳐야 한다. 우크라이나에서 시작해 이란에까지 들려오는 포성과 비명은 십자가를 앞세우는 듯하면서 칼을 휘두르는 위선적 전쟁 때문에 들리는 모든 피조물의 고통스러운 탄식이다.(롬 8:22) 그 탄식을 멈추게 해야 한다.

2005년 개봉된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을 보면 6·25전쟁이 한창일 때 전투가 벌어지는지도 모르는 강원도의 한 마을에 부상당한 북한군 3명과 국군 2명이 들어와 서로 총을 겨누게 된다. 한 북한군이 졸음을 참지 못하고 수류탄을 놓쳤는데 순간적으로 다른 군인이 그 수류탄을 잡아 옥수수가 쌓여 있던 헛간에 던져 버렸다. 수류탄이 터지면서 그 안에 있던 모든 옥수수가 강냉이로 바뀌고 강냉이가 마치 눈처럼 하늘로 날리는 명장면이 나왔다. 그 장면의 진짜 의미는 사람을 죽이고 해하는 도구인 수류탄이 생명의 양식이 되는 강냉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사야 선지자는 “무리가 그들의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그들의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이며 이 나라와 저 나라가 다시는 칼을 들고 서로 치지 아니하며 다시는 전쟁을 연습하지 아니하리라”(사 2:4)고 말했다. 다시 십자가를 바로 쥐고서야 할 사순절이다. 칼을 쳐서 보습으로, 창을 쳐서 낫으로 만들어 예수와 함께 평화를 이루는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야 할 것이다.

김주용 목사(연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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