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승승장구' 은행…피벗으로 好시절 마무리하나

유제훈 2024. 10. 15.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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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행권이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38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며 그 후폭풍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권에선 당장은 대출 규제의 영향으로 큰 변화가 없겠으나, 본격적 금리 인하 사이클이 가동하면 자연스레 은행 경영의 핵심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하락, 중·장기적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지난 2018년 부터 올해 6월까지 약 6년 간 은행권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철수가 총 1만 4천426개로 집계된 24일 서울 시내 한 거리에 시중은행들의 ATM이 설치되어 있다. 은행들은 ATM 관리나 냉난방비 등 유지 비용 문제를 들어 ATM을 빠르게 철수 시키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15일 금융정보 분석업체인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4대 금융지주회사(KB·신한·하나·우리)의 올해 합산 지배주주 기준 당기순이익 컨센서스는 16조6427억원에 이른다. 사상 최대라던 2022년 합산 당기순이익(15조6503억원) 대비 6.34%(9924억원) 증가한 수치다.

당장 지난 3분기에만 4대 금융은 합산 4조6504억원으로 5조원에 육박하는 당기순이익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4대 금융의 당기순이익은 고(高)금리의 영향으로 ▲2022년 15조6503억원 ▲2023년 15조1367억원 ▲2024년 16조6427억원(추정)으로 3개년도 연속 15조원을 넘어선 바 있다.

금리 인하 기대감에 따른 시장금리 하락에도 은행권이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갈 수 있었던 배경엔 폭발적 대출 성장과 이를 막기 위한 인위적 금리조정이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의 준거 금리가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달 중순 3.145%까지 하락한 바 있다. 2년여만의 최저치다.

그러나 7~9월 은행권 대출이 주택시장 회복의 영향으로 20조원 넘게 불어난 데다, 가계부채 급증을 막기 위해 당국과 은행이 가산금리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도합 30여차례에 걸쳐 가계대출 금리를 상향조정 함에 따라 시장금리 하락에도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일례로 4대 은행의 가계대출 예대금리차(정책서민금융 제외)는 계속 축소되다가 지난 8월 평균 0.44%포인트로 전월 대비 0.11%포인트 상승하기도 했다.

이렇듯 은행의 고공행진이 지속되고 있지만, 지난 11일 한은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하(0.25%포인트)를 단행함에 따라 중·장기적으론 은행의 호(好)시절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단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 시장금리가 하락하면서 지난 2분기 다수 은행의 NIM은 전분기 대비 하락세를 면치 못한 상태다. 미래에셋증권은 전날 낸 보고서에서 지난 7~8월 주택담보대출을 급격히 늘린 일부 은행의 경우 3~4bp(1bp=0.01%)가량의 NIM 하락을 겪었을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2024년 상반기 국내은행 수익성, 건전성 현황 및 전망' 보고서를 통해 "국내 은행은 대체로 이자 이익을 얻는 이자부 자산이 이자 비용을 부담하는 이자부 부채보다 커 금리가 오르면 이자 이익이 늘고, 떨어지면 줄어드는 양상을 보인다"면서 "국내은행의 NIM은 시장금리와 유사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향후 전 세계적인 금리 인하 분위기 속에서 국내 정책금리가 인하되고 이에 따라 시장금리가 하락할 경우 하방 압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도 "최근 1~2년간의 흐름을 보면 각 은행이 기업, 가계 등 자산을 꾸준히 늘려왔지만,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시장금리가 줄곧 내림세를 보였고, 더군다나 예대금리차 공시 이후 축소 흐름이 이어지면서 NIM도 내림세를 겪었다"면서 "연말 실적을 보면 양적 지표는 좋겠으나, 질적 지표는 악화했을 가능성이 높고 이런 흐름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권에선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종료될 때까지 NIM의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태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은행의 NIM은 경기가 충분히 회복돼 기준금리 인하가 종료된 이후 급반등하며, 대출성장률도 이때 급등하기에 이자 이익 역시 이 시기가 돼서야 본격적인 성장을 보일 것"이라며 "은행업은 아직도 순영업수익에서 이자 이익의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이 구간에선 이자 이익 비중이 작거나 NIM이 금리에 덜 민감한 은행을 중심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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