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가는 길, 이렇게 힘들까…이란 본토는 폭격되고, 선수단은 발 동동

북중미 월드컵으로 향하는 이란의 행군이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가족들이 있는 본토는 미국으로부터 계속 폭격당하는 가운데 대회장으로 가는 길도 녹록치 않다.
미국 중부사령부는 9일(현지시간) “최고사령관(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를 따라 오늘 오후 이란을 향해 자위적 성격의 공격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전날 미국 육군 아파치 헬리콥터가 격추된 것에 대한 대응이다. 이번 작전은 정당화될 수 없는 이란의 공격 행위에 대한 비례적 대응이다”고 강조했다.
해당 아파치 헬기는 호르무즈 해협 상공을 순찰하던 도중 이란의 드론 공격을 받고 격추된 것으로 보도됐다. 조종사 2명은 무사히 구출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불가피하게 이 공격에 대응해야만 한다”고 말해 보복 조치를 시사했다.
이번 월드컵 개최국인 미국은 대회가 다가옴에도 이란을 향한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A조 멕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개막전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참가국 중 하나인 이란 본토 공격까지 감행하는 중이다.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이란 선수단의 월드컵 로드도 순탄하지만은 않다. G조 뉴질랜드와의 1차전이 일주일도 남지 않았지만, 여전히 미국 입성 날짜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당초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훈련을 소화할 예정이었지만, 지난 2월 전쟁이 발발하면서 캠프를 멕시코 티후아나로 바꿨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을 따르면, 미국 국토안보부 대변인은 9일 성명을 내고 “이란 축구대표팀이 경기 당일 입출국 하도록 강요받는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배려로 이란 선수단은 경기 전날 입국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이란 대표팀이 월드컵 경기 당일 입국한 뒤 경기 직후 출국해야 한다”고 말한 아볼파즐 파산디데 주멕시코 이란 대사의 주장을 반박하면서다.

경기 전날 입국은 허용되는 분위기지만, 논란은 여전히 남는다. 짧게는 사나흘, 길게는 일주일 전에는 결전지로 향하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하루 전날 입국은 형평성을 벗어나는 처사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미국은 선심을 쓰는 듯이 이를 발표해 빈축을 샀다. 또, 이란 대표팀의 매니저와 전력분석관, 외교부 관계자 등은 여전히 비자를 발급받지 못했다고 이란축구협회는 주장하고 있다.
이란 축구팬들의 원정 응원 가능성도 미지수다. 이란축구협회는 “우리가 배정받은 입장권이 취소됐다. 미국이 이란 응원단의 경기장 입장을 방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장에서 일어날 정치적 소요를 차단하는 행위라는 비난이 불가피하다. 비판의 대상은 당연히 미국과 국제축구연맹(FIFA)이다. FIFA는 이와 관련해 아직 논평을 내지 않고 있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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