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교원감축 정책 파장, 농어촌 지역은 '날벼락 위기'

무주신문 이진경 2024. 10. 10.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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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무주, 중학교 교사 10명 감축 계획 '정원 대비 16% 수준'... 주인 없는 학교 될까 걱정

[무주신문 이진경]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9월 26일 서울 여의도 TP타워에서 열린 딥페이크 허위합성물 예방 및 관련 제46차 함께차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교육부 제공
교육부의 중장기 교원수급계획과 관련, 중학교 교원 감축 문제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윤석열 정부의 긴축 재정 기조 속에서 교육부가 올해 2월 '중장기 교원수급계획'을 수립, 내년부터 초등·중등 교사를 감축할 예정인데 전북 도내에서도 특히 무주 지역에 감축 인원이 쏠려 교육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역의 교사와 학부모를 중심으로 적잖은 반발이 예상된다.

지난 1일 <무주신문>이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아래 전북교육청)에 알아본 결과, 교육부는 2025학년도 전북의 중등 교원 정원을 204명 줄이겠다고 통보했다. 이후 전북교육청은 각 시·군의 교육지원청에 감축 인원을 하달했다. 이에 따라, 무주 지역에 통보된 중학교 교원 감축 인원은 총 10명. 관내 6개 중학교의 교사 정원이 63명인 점을 따져보면, 지역 내 전체 중학교 교원의 약 16%에 이르는 인원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인근 전북 장수군과 진안군만 놓고 보더라도, 예고된 교원 감축 인원은 각각 5명. 파악한 바에 따르면, 이들 2개 지역의 중학교 교원 총 정원 대비 장수군(7개 학교)은 약 7.3%, 진안군(10개 학교)은 6% 정도에 이르는 비율이다. 교사·학부모 등 무주 교육계가 반발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전북교육청 전경.
ⓒ 무주신문
이른바 '지역 쏠림' 현상에 대한 문제 제기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무주군 무풍중을 제외한 무주중 3명, 설천중 1명, 적상중 2명, 안성중 2명, 부남중 2명의 교원을 각각 감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사실이 지역사회에 알려지자, 무주 교육계는 "소규모 학교가 많은 농어촌 지역의 열악한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감축 규모"라며 반발, 교육 공백을 우려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를 내세워 교원 감축을 추진하고 있지만, 가뜩이나 교사가 부족한 농어촌 지역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키는 '땜방식 처방'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교원 감축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의 학생들에게 이어질 수 있어 가뜩이나 열악한 농어촌의 교육환경에 기름을 붓는 꼴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전북교육청 교원인사과는 감축 인원에 대해 '현재 협의 중인 사안'이며, '각 지역교육지원청과 학교 간에 협의 중인 단계'라고 말했다. 교원인사과 관계자는 "이미 정원 감축을 하고 있고, 거의 정해진 내용으로 봐도 무방하다"면서 "교육부에서부터 정원이 내려왔기 때문에 감축할 수 밖에 없다. 교육부에서 정원을 늘려주지 않는 이상 감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감축 인원 기준에 대해선 '중등교원인사업무처리요령'에 따랐다고 밝혔다. 관련 요령에 의하면, 학교의 학급수당 교사 배정 인원이 결정돼 있는데, 학령 인구가 감소되다 보니 교원 감축이 필요한 상황이 됐고, 또한 올해부터 교원 감축이 예정된 상황으로 관련 기준에 맞춰 감축 인원을 산정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교육 과정 비정상화 우려, 학생 피해 불 보듯 뻔해"

즉,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중심으로 산정한 것. 무주 지역의 경우 교원인사업무처리요령에 나온 배정 인원보다 그동안 좀 더 많은 인원이 배정됐었기 때문에 감축 인원 또한 많아지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어 관계자는 '무주는 특유의 지역적 특성으로 인해 기간제 교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으로 정규 교사(정원 내 기간제 포함)를 배치하여 순회 지원을 해왔기 때문에 관련 업무처리요령에 나와있는 배정 인원보다 현장에 배치된 교사가 많았다'고 부연했다. 교육부 정책에 따라 정원 감축을 수행해야 하고 관련 요령에 나와있는 기준에 의해 교사를 감축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을 뿐, 지역 쏠림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전북교육청은 교육부의 양적지표(교사 1인당 학생 수)를 기준으로 한 교사 정원 산출 방식은 교육 과정을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학급수를 고려한 정원 산출 방식으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에 따라, 농산어촌 소규모 학교가 많은 전북의 특수성을 고려한 정원 배정 기준 개정을 교육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하겠다고도 밝혔다.
 무주교육지원청 누리집.
ⓒ 무주신문
무주교육지원청도 난감한 입장에 놓였다. 최근 도교육청으로부터 인원 감축 계획을 통보받은 교육지원청도 감축 인원수를 보고 깜짝 놀랐다. 절차상 정원 감축 결정권이 없는 교육지원청이 정작 학교별로 감축 인원을 조정 및 협의해야 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학교별로 확정된 감축 인원은 아니며 현재로선 변동 가능성이 크다.

무주 지역은 순회 교사가 거미줄처럼 얽혀있기 때문에 감축 대상 순위로 학교마다 똑같은 교과목을 지목할 경우, 교육 과정 운영에 문제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 이에, 학교장들이 한데 모여 감축 대상 순위를 공유하고 순회 시수가 돌아가는지 아닌지에 따라서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무주교육지원청 역시 교육 과정 운영의 비정상화를 우려하고 있다. 교원 인원이 많은 대도시에서의 감축과 농어촌지역에서의 감축은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것. 작은 학교만 있는 지역의 경우, 기계적으로 인원 감축을 한 후 순회 교사로만 운영하면 학교 간 교육 과정 보완이 절대 이뤄질 수 없다며 걱정한다.

관사 운영과 순회 교사 운영은 물론 고교학점제 운영까지도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가령, 6명에서 4명으로 교원을 감축하면 교사들이 다 순회를 나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른바, '주인 없는 학교'에 대한 우려다. 나아가, 학교에 교사가 붙어있지 못하는 시스템이 되면 학생들을 위한 정책 사업 역시 이끌고 갈 주체가 없어지게 된다.

지역 교육계에서 학급 수가 아닌 학교 수에 따른 인원 감축 보정과 더불어 교육 과정 안정화를 위해 감축 시점 유예 등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러한 우려 때문이다. 이 같은 교원 감축 논란은 비단 무주 지역뿐 아니라 전남에서 특히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상태다. 전남도교육청은 지역 여건을 반영하지 못한 일방적 행정이라며 철회를 촉구, 교육부에 의견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한편, 교육부는 감축된 교원 공백은 순회 겸임제도를 통해 인근 학교에서 교사 지원을 통해 교육 과정을 메운다는 계획이다. 이 또한 부족할 경우엔 한시적으로 정원 외 기간제 교사를 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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