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쿼터 투수 9명 중 최대 7명 불펜 기용? 설자리 잃은 국내 불펜, 몸값 '한파' 불가피

배지헌 기자 2026. 2. 11.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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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옌청을 불펜으로 쓰는 것도 여러 조합 가운데 하나다."

올 시즌부터 시행된 아시아쿼터로 투수를 영입한 구단들이 속속 '불펜 활용'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여기에 한화 왕옌청까지 불펜으로 나오면 아시아쿼터 투수 9명 중 최대 7명이 구원 투수로 나서게 된다.

선발이 아닌 불펜 투수들이 아시아쿼터 피해자가 된 사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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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쿼터 9명 중 최대 7명이 불펜 기용 가능성
-한화 왕옌청 등 보직 전환 속출
-저비용 고효율 아시아쿼터 불펜에 국내 불펜들 설자리 좁아지나
한화 왕옌청(사진=한화)

[더게이트]

"왕옌청을 불펜으로 쓰는 것도 여러 조합 가운데 하나다."

최근 한화 이글스 김경문 감독이 호주 스프링캠프에서 밝혔다는 구상이다. 올겨울 10만 달러(약 1억 4500만 원)에 영입한 타이완(대만) 출신 좌완 왕옌청을 선발이 아닌 불펜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 왕옌청은 영입 당시만 해도 선발 한 자리를 꿰찰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필승조 김범수가 FA로 팀을 떠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런 흐름은 한화만의 일이 아니다. 올 시즌부터 시행된 아시아쿼터로 투수를 영입한 구단들이 속속 '불펜 활용'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애초 도입 전까지만 해도 '국내 선발진의 대규모 실직 사태'를 우려했지만 실제로는 불펜들의 설 자리가 좁아지는 모양새다.
미야지 유라(사진=삼성)

해 넘기도록 계약 못한 FA 불펜투수들...원인은 아시아쿼터?

아시아쿼터 도입 전 야구계의 가장 큰 걱정은 국내 선발 투수들의 입지 축소였다. 외국인 투수 두 명에 아시아쿼터 한 명까지 선발 투수를 데려오면 국내 투수들의 설 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예상이 설득력을 얻었다. 

실제로 10개 구단 중 9개 팀이 투수를 선택하며 이 우려는 현실이 되는 듯했다. SSG 랜더스의 다케다 쇼타(20만 달러), 두산 베어스의 타무라 이치로(20만 달러) 등 일본프로야구에서 커리어를 쌓은 '네임드' 투수들이 속속 합류했다.

하지만 막상 이 투수들을 선발로 쓰려는 팀은 그다지 많지 않다. 영입 당시만 해도 아시아쿼터 보직을 불펜으로 못 박은 팀은 삼성 라이온즈(미야지 유라)와 두산 베어스(다무라 이치로) 정도였으나, 이후 LG, KT가 불펜 기용을 시사했다.

롯데 역시 김태형 감독이 아시아쿼터 불펜 기용 의사를 표했고 키움은 안우진이 돌아온 뒤부터 아시아쿼터를 불펜으로 돌릴 계획. 여기에 한화 왕옌청까지 불펜으로 나오면 아시아쿼터 투수 9명 중 최대 7명이 구원 투수로 나서게 된다.

이런 분위기 속에 올겨울 투수 FA 시장에서 선발과 불펜의 희비가 교차했다. 선발 투수들은 여전히 귀한 대접을 받았다. 37세인 양현종은 2+1년 총액 45억 원에 도장을 찍었고, 지난해 주 보직은 불펜이었으나 선발도 가능한 이영하(4년 52억 원)와 최원준(4년 38억 원) 역시 높은 몸값을 기록했다.

반면 전업 불펜 투수들은 한파를 경험했다. 리그 최정상급 마무리였던 조상우는 해를 넘기도록 미계약 상태로 머물다 스프링캠프 직전 KIA 타이거즈와 2년 총액 15억 원에 어렵사리 계약했다. 김범수 역시 원소속팀 한화의 우선순위에서 밀린 끝에 KIA와 3년 20억 원에 계약했고, 옵트아웃으로 승부수를 던졌던 홍건희는 기존 조건보다 낮은 1년 7억 원에 사인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타무라 이치로(사진=두산)

NPB 거물보다 비싼 국내 불펜…구단은 '가성비' 선택

이러한 현상의 근본 원인은 아시아쿼터의 압도적인 '가성비'다. 아시아쿼터 투수 대부분은 일본프로야구(NPB) 1군 무대에서 에이스급으로 활약했거나 풍부한 선발 경험을 갖춘 자원들이다. SSG 다케다 쇼타처럼 국가대표 출신 거물도 포함돼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아시아쿼터 투수들은 150km/h대 강속구는 물론 제구력과 경기 운영 능력까지 갖춰 국내 타자들을 상대로 상당한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장에 나온 국내 불펜 투수들이 이들보다 구위나 제구에서 확실한 우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시아쿼터 선수의 몸값은 최대 20만 달러(약 2억 9000만 원) 수준이다. 구단 입장에서는 3억 원도 안 되는 돈으로 NPB급 필승조를 확보할 수 있는데, 굳이 수십억 원을 들여 국내 불펜 FA를 잡을 이유가 사라진 셈이다. 부진할 경우 시즌 중 언제든 교체 가능하다는 점도 구단에겐 매력적이다. 선발이 아닌 불펜 투수들이 아시아쿼터 피해자가 된 사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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