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이냐 착시냐…집값 두고 반등vs하락 ‘팽팽’
평균 응찰자 수 증가에도 낙찰률은 여전히 부진
청약시장 경쟁률 상승했지만 양극화 심화
시장 지표가 혼조세를 보이며 반등론과 하락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인 서울 아파트 거래량과 청약 경쟁률, 경매시장 평균 응찰자 수는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거래된 가격, 계약률, 낙찰가율 등을 따져보면 아직도 바닥을 다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1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전월 대비 0.81% 상승하며 지난해 6월(0.23%) 이후 처음으로 상승 전환됐다. 정부가 지난 1월 발표한 부동산 규제 완화 영향과 최근 시중 금리 인하가 맞물린 결과다. 실제 올 1분기 거래된 서울 아파트 중 절반이 지난해 4분기보다 상승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 들어 거래된 서울 아파트 531건 가운데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 대비 상승한 거래는 277건으로 52.5%의 비중을 차지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도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금리 인상으로 거래 절벽이 심화됐으나 올 1월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역이 규제지역에서 해제되는 등 각종 규제 완화로 급매 위주의 거래가 늘기 시작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6일 기준 2223건으로 2021년 10월 이후 1년 4개월 만에 월 2000건을 넘어섰다. 2월은 이달 16일 기준 2223건이 신고된 상태다. 이번주(13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 대비 0.16% 내리며 5주 연속 하락폭이 줄었다. 또 이는 지난해 9월 둘째주(-0.16%) 조사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하락률이다.
다만 집값 하락폭이 줄고 거래량과 상승 거래 비중이 늘었다는 지표만 갖고선 시장 상황이 반전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집값 바닥론이 입증되기 위해선 시장에서 저가 매물이 소진되는 것은 물론, 곧바로 추격 거래가 발생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추격 거래가 발생하면 매도자들이 호가를 올리고 부동산에서 매물을 거둬주면서 가격이 상승하는 흐름으로 가야하는데 현재 상황은 급급매 물건이 팔리고 나서 추가적인 상승 거래가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박스권에서 실거래가가 등락을 거듭하는 오락가락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으로 인해 부동산 연착륙에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통계적 착시 현상이 최근 시장에 만연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체 부동산시장의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경매시장에서 평균 응찰자 수가 증가한 것이 한 예다.
지지옥션이 발표한 ‘2월 경매동향보고서’에 따르면 평균 응찰자 수는 10.4명으로 한 달 전 8.3명 보다 2.1명이 증가했다. 이는 2021년 9월(10.2명)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회복한 수치다. 하지만 그럼에도 낙찰률과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모두 하락했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1652건으로 이 중 547건이 낙찰돼 낙찰률은 33.1%를 기록했다.
현재 경매시장은 ‘가격’에 따라 일부 물건에만 응찰자가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유찰이 거듭되면서 가격이 많이 빠지고 입지가 좋은 물건에만 집중적으로 응찰자수가 몰리고 있다"며 "단순히 응찰자 수가 늘었다고 경매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청약시장에서도 단지와 지역에 따라 양극화 현상이 짙어지는 모습이다. 올 1월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규제지역 해제로 주택 소유 유무와 관계 없이 가구주·가구원 누구나 청약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이른 바 투자 가치가 높은 곳으로 꼽히는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경쟁률이 치솟는 반면 전국에서는 미달 현상이 속출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분양시장 규제를 대거 해제한 1·3 대책 이후 서울 첫 분양 단지인 영등포구 ‘영등포자이 디크니티’는 98가구 모집에 2만명 가까이 몰리며 1순위 경쟁률이 198대1에 달했다. 반면 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청약일 기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이달 8일까지 전국에서 일반 분양을 진행한 59개 아파트 중 청약경쟁률이 미달인 곳은 32개 단지로 절반이 넘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이를 보고 주택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면 과잉해석"이라면 "일부 청약시장의 호조는 시장흐름이 달라졌다기 보다는 정부의 군불때기 효과가 더 큰 영향을 미친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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