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봉투 쥔 채 "숨이 안쉬어져요"…파출소 앞 쓰러진 남성 살린 경찰 [영상]
지난달 27일 오후 7시쯤 경기 시흥경찰서 능곡파출소 입구에서 ‘쿵’ 하는 소리와 함께 한 남성이 쓰러졌다. 약 봉투를 손에 든 50대 A씨는 창백한 얼굴로 “약을 먹었는데, 숨이 안 쉬어진다”고 말했다.
파출소 3팀장 이주성(43) 경감과 장경주(33) 경사는 A씨를 부축해 일으켜 세운 뒤 하임리히법(Heimlich Maneuver·기도폐쇄처치법)을 실시했다. 하임리히법은 음식이나 이물질이 목에 걸린 경우 환자 뒤에 서서 한쪽 주먹을 쥐고 엄지 부분을 환자 배꼽과 갈비뼈 사이 중앙에 댄 뒤 잡아당기는 응급처치법이다. 하임리히법 응급처치 덕분에 A씨가 구토를 하며 기도가 열려 의식을 차린 것이다.
경찰관들의 적절한 응급처치 덕분에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 쇼크로 호흡 곤란 증세를 보인 A씨가 목숨을 건졌다. A씨는 지병으로 수술을 받고 회복 중에 이날 병원을 찾아 약 처방을 받고 복용했는데,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났다고 했다. 119에 신고했지만, 이동 시간이 20분가량 소요된다는 안내를 받고 A씨는 직접 승용차를 몰고 이동하다 파출소를 찾았다.
파출소 외부 폐쇄회로(CC)TV엔 A씨가 차에서 내려 파출소 입구까지 20m가량 걸어오는동안 괴로워하며 주저앉는 모습이 여러 번 담겼다. 출입구 CCTV엔 벽에 기대있다가 힘없이 쓰러지는 상황도 포착됐다.
경찰은 119 구급차를 파출소에서 기다리기엔 상황이 위급하다고 판단해, 순찰차로 병원까지 이송하기로 결심했다. 이동 중에 기도가 막혀 다시 의식이 흐려지자 장 경사가 차를 세우고 하임리히법을 실시해 구토하게 했다.
응급실에 도착해 의료진 치료를 받은 A씨는 생명을 건졌고, 현재 몸을 회복해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A씨는 “기존에 똑같은 항생제 약을 먹었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약을 먹었는데, 5분도 안 돼서 손톱이 다 까지고 머리 두피가 다 까질 정도로 쇼크가 왔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그러면서 “차를 몰고 병원에 가려고 나왔다가 파출소 앞쯤 왔을 때, 몸이 완전히 굳어버렸다”며 “병원에서 10분만 늦었으면 죽었을 거라고 천만다행이라고 했다. 최선을 다해 애써준 경찰관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경감은 “평소 배운 심폐소생술, 하임리히법을 팀원들과 함께 우왕좌왕하지 않고 실시했다”며 “위급 상황에 닥친 시민을 구한 이번 일이 경찰 임용 20년 중에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했다.
손성배 기자 son.sung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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