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구멍’ 선거소송… 전문가들 “초유의 용지 부족, 예단 어렵다”

구자창,박재현 2026. 6. 4.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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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지방선거일이 하루 지난 4일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마련된 송파구 개표소에 개함이 안된 잠실7동 제1투표소 투표함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6·3 지방선거에서 벌어진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두고 선거무효소송이 제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원은 선거 승패와 직결될 정도로 중대한 영향을 끼친 사유가 있을 때만 선거무효로 판단하는 엄격한 입장을 유지해왔다. 다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례없는 선거관리 부실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법적 다툼을 피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논란의 핵심인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승복 선언을 했으나 유권자들이 직접 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후보자나 정당뿐 아니라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를 못한 유권자 등도 소송 당사자 자격이 있기 때문이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지방선거에서 서울 송파구 일대를 포함해 강남구·서초구·광진구·동작구 등 투표소 10여 곳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일부 유권자들이 투표시간을 넘겨 대기하거나 귀가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선거법을 잘 아는 전문가들은 용지 부족으로 투표를 하지 못하고 돌아간 유권자들을 중심으로 선거무효소송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당선의 효력을 따지는 ‘당선소송’은 정당이나 후보자만 제기할 수 있고, 선거 자체의 효력에 이의를 제기하는 ‘선거소송’은 유권자도 소송 주체에 포함된다.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불복 절차는 선거소송에 포함된다.

문제가 된 서울시장 선거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해당해 선거소송에 앞서 행정심판 성격의 ‘선거소청’ 단계를 먼저 거쳐야 한다. 법원에 곧바로 선거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대선·총선과는 절차상 차이가 있다. 선거에 불복할 경우 선거일로부터 14일 이내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소청을 제기해야 하고, 기각·각하 결정이 나오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법원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만을 선거무효로 인정한다. 공직선거법 224조는 선거무효 판단의 요건을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하는 때’로 엄격히 한정하고 있다. 투표용지 부족으로 귀가한 유권자 수가 1·2위 후보 간 최종 표차보다 많아 당락을 좌우할 정도라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선거무효소송은 사실상 ‘정치적 의사표시’로 이해돼 왔고, 실제로 받아들여진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다만 시의원(광역의원선거)이나 구의원(기초의원선거) 선거 등에 있어서는 수백~수천표 차이로 당락이 좌우되는 만큼 법원 판단을 예단할 수 없다는 의견도 팽팽하다. 법무법인 덕수의 김준우 변호사는 “핵심은 선거법 위반으로 발생한 표 차이”라며 “송파구의원 선거나 광역의회 비례대표 선거 같은 경우 법원이 어떻게 판단할지 관심이 모일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에서는 2021년 독일 베를린 선거를 선례로 거론하고 있다. 투표용지 부족 등 선거관리 부실 논란이 불거졌고, ‘참정권 침해’ 판단에 따라 선거무효 결정 후 재선거가 실시된 사건이다. 당시 베를린 선관위도 유권자 수요를 예측하는 데 실패해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졌고, 법정투표 종료 시각을 넘겨 투표가 진행되면서 일부 유권자는 출구조사 결과가 공개된 이후 투표하는 등의 사태가 벌어졌다.

베를린주 헌법재판소는 당시 시의원·구의원 선거 전체를 무효라고 판단했다. 베를린주 헌재는 “수천명의 유권자가 투표하지 못했거나 유효하게 투표하지 못했다”며 선거의 자유·보편성·평등 원칙이 침해됐다고 판단했다. 결국 2년 뒤인 2023년 재선거가 이뤄졌다.

법조계에서는 선거무효소송이 이뤄질 경우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선거법에 능통한 한 변호사는 “관건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인해 행사되지 못한 표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화에서 “코로나팬데믹 당시 ‘소쿠리 투표’ 사태보다 훨씬 심각하고 동시에 질적으로 다른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구자창 박재현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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