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수시 서류 내다가 알게된 충격적인 사실

정은영 2024. 9. 26.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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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혼 가정 자녀들 가족관계증명서에는 형제 자매가 없다

[정은영 기자]

 2025학년도 수시 원서 접수가 시작된 9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입학정보관에 수시 접수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4.9.9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관계 없습니다)
ⓒ 연합뉴스
현재 고등학교에서는 대학 입시가 한창 진행 중이다. 수능 시험은 11월 14일에 치르지만, 수능 시험 위주의 정시와는 별도로 수시 전형에 몰두하고 있는 학생이 많기 때문이다. 단순 비율로 보면 수시 60%, 정시 40% 정도로 선발하지만 우리 학교는 약 80% 정도가 수시에 지원한다. 그러니 진정한 의미에서 대입 전형 시즌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수시 원서 접수는 이미 9월 13일에 마감되었다. 수시는 최대 6장까지 원서를 쓸 수 있는데, 안정권부터 도전권에 이르기까지 최대한 효율적으로 원서를 써야 한다. 학생들은 고민하느라 바빴고, 교사들도 상담과 조언 등으로 정신 없었다. 그리고 그 이후인 지금은 면접 준비나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추기 위해 노력 중이다.

재혼 가정의 다자녀는 다자녀가 아니다?

그런데 지난주 금요일, 동료인 A교사로부터 아주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A는 고3 담임 교사인데 학급 학생인 B의 수시 원서를 쓰다 겪은 당혹스러움을 같이 점심을 먹는 우리들에게 공유해 준 것이었다.

일부 특수한 입시 전형의 경우 지원을 하고 나서 7일 이내에 서류를 접수하도록 되어 있다. 예를 들어 학교장 추천 전형의 경우 추천 서류를, 사회배려자 전형이면 해당하는 자격 요건에 맞는 추가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B는 다자녀 가족에 해당하는 학생으로, 4장은 일반 전형으로 쓰고 2장은 사회배려자 전형으로 원서를 썼다고 한다. 그래서 추가 서류를 접수해야 하는데 거기서 문제가 터진 것이다. 아니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게 문제가 되어 버렸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B는 재혼 가정의 아이였다. 형제자매가 4명인데(보통 다자녀 가정 조건은 3명 이상이다.) 엄마 쪽 2명, 아빠 쪽 2명의 형제자매가 함께 이룬 가정이었다. 수시 상담을 할 때 B는 조심스럽게 그 이야기를 했고 4명이긴 하지만 해당이 안 되면 어쩌냐고 걱정했다고 한다. A는 너무도 당연히, 재혼 가정인 게 무슨 문제냐며 아이를 격려하며 원서를 쓰게 했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재혼 가정은 다자녀가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으니 A의 당혹스러움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이 된다. 수시 원서 2장의 소중한 기회를, 자신이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한 상식 때문에 날아가게 되었으니 얼마나 미안했을까.

오랜 기간 가족으로 살았는데 법적으로는 남?

대학에서 요구하는 것은 가족관계증명서였다. 그런데 재혼 가정의 자녀들은 우리 '가족'이 아니라고 나온다. 아예 가족관계증명서에 없다. 그러니까 엄마의 가족관계증명서에는 2명만 나오고, 아빠의 가족관계증명서에도 2명만 나온다. 그때 모여 있던 교사 5명은 모두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고 A의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호적등본이라는 것이 사라진 후 생겨난 게 가족관계증명서인데 결국 거기서도 크게 달라진 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로 꽤 오랜 기간 가족으로 살고 있는 B의 가족은 법적으로는 반반으로 나뉘어 있는 셈이다.

A는 대학입학처에 처음에는 읍소를 하다, 말이 안 통하자 거세게 항의했다고 한다. 다행히 '가' 대학 관계자는 혼인관계증명서와 각각의 가족관계증명서를 제출하면 자신들이 심사해 보겠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나' 대학 관계자는 태도를 바꾸지 않아 걱정이라며 하소연했다.

게다가 '나'대학 관계자는 매년 이런 항의 전화를 받는다고 했다는데, 그 대학 수시 전형 모집 요강에는 그런 내용이 정확히 명시되어 있지 않아 더 황당했다. 우리는 나머지 한 대학도 서류는 접수한 후 계속 요청해 보자고 결론을 내렸다.
 가족관계증명서 견본
ⓒ 법원행정처
가족관계라는 법적 효력, 어디에 하소연해야 하나

물론 이혼과 재혼 과정 자체는 쉽지 않았겠지만, 이혼과 재혼이라는 말이 자연스러운 시대가 아닌가. 그런 와중에도 정상 가족의 범주만이 인정되는 제도가 아직, 이렇게나 많다. 어디 대학입시뿐이겠느냐마는 대학입시까지 그럴 필요가 무엇인가 싶다. 가족관계증명서에 4명의 자녀가 나오려면 입양 절차를 거쳐야 한다. 재혼한 후 오랫동안 함께 양육한 아이들을 다시 입양해야 한다니, 기가 막히는 제도라고 생각했다.

사회 교사 C를 붙들고 이런 분노를 털어놓았더니 C는 오히려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건 법적 문제고 상속권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아니 상속권과 대학입시가 같이 취급되어야 할 문제냐고 물었더니 그걸 왜 자기한테 따지냐고 해서 민망했다. 과연, 이걸 어디에다 따져야 하나. 대학입시는 대학에 권한이 넘어가 있지만, 한 시간 넘게 대학 입학처에 호소하고 항의해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라면 어디에다 따져야 하나. 따지지는 못하더라도 공감을 호소하는 마음으로 이렇게 글이라도 써서 널리 알려야 마음이 덜 답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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