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노벨상' 먼저 알았다…그녀의 금빛 초상화 그린 이 남자
지난 10일 소설가 한강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으면서 동시에 화제가 된 그림이 있다. 수상자를 발표한 노벨위원회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한강의 초상화다. 중단발의 머리, 노란 황금빛이 감도는 얼굴, 은은한 미소를 띤 이 그림은 스웨덴 출신의 화가 니클라스 엘메헤드가 그렸다.
12일(현지시간) 엘메헤드의 공식 홈페이지와 외신 등에 따르면 스웨덴 왕립예술학교 출신인 그는 매년 10월 초가 되면 분주해진다. 노벨상 수상자의 초상화를 도맡아 그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가 노벨상 수상자를 발표하는 스웨덴 노벨위원회의 미디어분야 예술감독이 된 2012년부터 해 온 일이다.
공식 발표에 앞서 초상화를 그릴 시간이 필요하기에, 엘메헤드는 심사위원들을 제외하면 노벨상 수상자를 가장 먼저 아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다. 그렇다고 소식을 빨리 알 수 있는 건 아니다. 발표 직전에야 명단을 공유 받는 것으로 보인다. 엘메헤드는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안타깝게도 노벨위원회의 기밀 정책으로 정확한 시간은 밝힐 수 없다”면서도 “내가 꽤 빨리 그림을 그리는 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35분 만에 초상화를 그리고, 즉시 뉴스룸으로 달려간 적도 있다. 공식 발표 전에 초상화를 노벨위원회 홈페이지나 소셜미디어에 올리기 위한 작업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그는 2015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초상화를 40분 만에 그렸다.
그의 노벨상 수상자 초상화가 노벨위원회의 공식 이미지가 된 건 일부 수상자, 특히 과학계 인사들의 사진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엘메헤드는 “많은 과학계 수상자들의 사진을 검색하면 전 세계 어딘가의 웹페이지에 있는 저해상도 이미지였다”며 “형편없는 카메라로 찍은 직원 페이지에서나 이미지를 찾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에 인물 사진을 그림으로 대체하자는 아이디어를 낸 그가 초상화를 직접 그렸고, 이렇게 만들어진 그림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그는 2014년부터 노벨위원회의 공식 초상화가로 일하게 된다.
그가 그린 초상화에선 수상자들의 얼굴이 황금빛으로 표현된다. 엘메헤드는 처음엔 푸른색과 노란색을 섞어 초상화를 그렸지만, 2017년부터 노벨상 수상자 발표 공식 색상이 금색으로 정해지면서 지금과 같은 화풍으로 바꿨다. 채색은 검은색 아크릴 물감으로 윤곽선을 그리고, 아주 얇은 금박을 특수 접착제로 붙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엘메헤드는 “처음엔 여러 가지 종류의 금빛 물감을 쓰다가 금박을 입히는 것에 매료됐다”고 밝혔다.
엘메헤드는 ‘수상자가 자신의 초상화를 보고 좋아하거나 화낸 적 있느냐’는 질문에 “수상자로부터 어떤 피드백도 받은 적 없다”며 “수상자들이 노벨상을 받은 뒤 너무 바쁜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때때로 지치기도 하지만, 내 직업을 사랑한다”며 “노벨상 수상자 초상화를 그리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그린 모든 노벨상 초상화에는 그의 이름을 뜻하는 ‘NE’라는 두 글자가 새겨져 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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