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까지 훔쳐 판다…이 나라에선 유니클로가 고급 브랜드

김은빈 2024. 10. 5.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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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 로이터=연합뉴스

일본의 대표 중저가 의류 브랜드인 유니클로 매장에서 외국인들의 절도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4일 보도했다. 특히 최근 관광객으로 위장한 베트남인들이 조직적으로 절도 행각을 벌여 1억원 상당의 제품을 훔치다 들통나기도 했다.

신문에 따르면 일본을 방문한 베트남 관광객 3명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도쿄와 오사카 시내 유니클로 매장 37곳에서 약 1230만엔(약 1억1200만원) 상당의 여성용 속옷 등 약 3300점을 훔치다가 적발됐다.

이들은 단기 체류 비자로 일본을 수차례 방문했다. 한 번 방문할 때마다 약 2주간 머무르며 17만~21만엔(약 154만~191만원)의 이익을 챙겼다.

관광객으로 위장한 여성들이 보스턴 백에 물건을 챙긴 뒤 가게 밖에서 망을 보던 남성에게 전달한다. 이들은 큰 여행용 가방이 가득 찰 때까지 범행을 반복했다. 이후 훔친 물품들을 숙소로 가져와 운반책을 통해 베트남으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관계자에 따르면 여성들은 신원 미상의 남성으로부터 지시를 받았다. 항공권과 숙소도 제공받았다. 이들은 주로 구조가 개방적인 상업 시설 내의 점포를 물색해 범행했고, 출입구가 많지 않은 매장은 피했다. 또 부피가 크지 않은 여성용 의류를 위주로 훔치는 등의 지시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에 가담한 한 명은 "베트남에서 유니클로는 고급 브랜드로 인기가 높다"며 "모방품이 많아 일본어 태그가 붙은 정품이 현지 사이트에서 고가로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문은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일본의 입국 규제가 완화되면서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함에 따라 조직적인 절도 범죄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유니클로 외에도 H&M(헤네스앤마우리츠), ZARA(자라)와 같이 지명도가 높은 해외 의류 브랜드 매장이나 화장품, 의약품 등이 있는 '드럭스토어' 등이 주요 타깃이 된다고 한다.

전국 절도범죄방지기구의 미츠자네 장 이사는 "일본은 다른 국가와 달리 매장에서 절도를 의심하더라도 노골적으로 경계하거나 대응하기 어렵다"며 "피해 방지를 위한 현장 대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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