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한강 책 들고 인증샷 찍어요"…'한강 열풍'에 서울 야외도서관 '북적'
한강 책 찾는 시민들로 ‘북적’
“이곳을 오니 한국이 노벨상 받은
이유를 알겠다”…외국인도 감탄
독서 공간 넘어 문화 플랫폼으로
“한강 책 들고 인증숏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려야죠!”
20일 오후 1시쯤 서울 광화문에 마련된 야외도서관 ‘광화문 책마당’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방문객들로 붐볐다. 책을 읽으러 온 시민들과 나들이를 온 가족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일부러 한강의 책을 보기 위해 방문한 이들도 있었다.
경기 수원에서 왔다는 오진희씨(28·여)는 “한강 작가가 노벨상을 탔다는 소식을 듣고 책을 구하려 했는데 다 품절이었다”면서 “그런데 이곳에는 한강 작가의 책이 가득하고, 심지어 무료로 읽을 수 있다고 해서 오게 됐다”고 방문 이유를 밝혔다. 이어 “직접 책을 읽으려고 도서관을 찾은 건 올해 처음”이라며 “한강 작가 덕분에 최근 독서에도 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광화문광장·서울광장·청계천 야외도서관 …시민 누구나 이용 가능
서울시는 최근 광화문광장·서울광장·청계천에 운영 중인 서울 야외도서관에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의 책을 총 216권 전시했다. 전시 대상 책은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검은 사슴’ 바람이 분다’ ‘가라’ 등 총 10종이다. 한강의 작품뿐만 아니라 야외도서관에 있는 다양한 책들은 시민 누구나 읽을 수 있다.
이날 부스 관계자 박은엽씨(29·여)는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이후 야외도서관을 찾는 이들이 급증했다”며 “한강 작가의 책이 어디 있냐고 문의하는 시민들이 끊이질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구하기 힘든 한강 작가의 책이 구비돼 있어 더욱 방문객이 늘어난 것 같다”고 귀띔했다.
한강의 작품들은 광화문 광장 한복판에 진열돼 있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는 문구가 적힌 진열대에는 한강의 책을 집기 위해 모인 수많은 시민으로 가득했다. 시민들은 “여기 ‘채식주의자’도 있다” “이게 5·18 다룬 그 책인가 봐” 등의 대화를 나누며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진열대 옆에는 한강의 책을 배경으로 ‘인증숏’을 찍는 시민들로 줄을 이뤘다.
"한국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이유를 알겠다"…외국인도 감탄
그 틈에 외국인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부스 관계자 박민정씨(24·여)는 “한강 작가의 책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한 외국인은 ‘이곳(광화문 야외도서관)에 오니 한국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이유를 알겠다’라고 했다”며 “’도심 한복판에 이러한 문화 공간이 있는 게 너무 낭만적’이라며 연신 감탄했다”고 전했다.
외국인도 감탄하게 한 이곳 야외도서관은 북악산 자락을 배경으로 다채로운 색상의 빈백과 캠핑 의자, 텐트 등이 비치돼 마치 ‘도심 속 휴양지’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시민들은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앉아 여행을 즐기듯 즐거운 표정으로 독서에 심취해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서울 야외도서관을 책 문화공간을 넘어 매력적인 문화 플랫폼으로 만들 것’이라는 서울시의 취지에 공감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여자친구와 야외도서관을 찾은 임승민씨(29·남)는 “데이트하러 왔는데 너무 만족스럽다”며 “어디 멀리 여행을 온 것 같다. 편안한 기분에 주중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것 같다”며 재방문 의사를 밝혔다. 8살 딸을 데리고 방문한 최진영씨도(39·여) “집 앞이라 일주일에 서너 번은 오고 있다”며 “아이에겐 놀이터, 어른에겐 쉼터가 된다. 도심 속 이러한 문화 공간이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시민 극찬 이어진 ‘야외도서관’…기자가 직접 이용해보니
기자도 야외도서관을 즐겨보기로 했다. 10여분을 기다리자 꽉 차 있던 텐트 중 하나가 비었다. 기자는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빼 와 자리를 잡았다. 조용한 공간에서 엄숙하게만 행해졌던 실내 도서관에서의 독서를 건물 밖, 탁 트인 광장에서 경험하니 재미있고 설레는 느낌이 들었다. 선선한 가을바람과 따뜻한 햇볕 아래 책장이 술술 넘어갔다. 넓은 하늘 아래 독서가 편안한 휴식처럼 느껴졌다. 그 순간 ‘인증숏’ 생각이 났다. 여러 번의 시도 끝에 결국 이날 기자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 할 ‘한강 독서 인증숏’을 남기는 데 성공했다.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야외 도서관의 관리 상태에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들은 하루에도 수백, 수천 명이 오고 가는데 어떻게 이렇게 깔끔하게 유지가 되느냐고 입을 모았다. 일본인 교환 학생 고오리씨(23·여)도 “관리가 깨끗하게 되는 게 신기하다”면서 “특히 아무도 책이나 물품 등을 훔쳐 가지 않는다. 한국의 시민 의식이 아주 높은 것 같다”고 감탄했다.
전시는 야외도서관 운영이 끝나는 다음달 초까지 계속된다. 야외도서관에 들렀을 때 해당 책이 서가에 남아있다면 누구든 읽을 수 있다.
서지영 인턴기자 zo2zo2zo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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