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쩍않던 나토, 에너지 위기에 “7월 호르무즈 군사 개입 검토”

이란 전쟁에 거리를 둬 온 유럽의 태도가 바뀌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차원의 군사 개입 가능성을 내비치면서다. 7월까지 호르무즈해협이 개방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한 방안이지만, 전쟁이 끝난 뒤에야 개입한다는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 해협 봉쇄 장기화로 원유 등 에너지 위기가 가시화되고 있어서란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19일(현지시간) 나토 관계자를 인용해 7월 초까지 호르무즈해협 통행이 재개되지 않으면 나토가 선박의 통행을 지원하는 방안을 회원국들이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알렉서스 그린케비치 나토 유럽연합군 최고사령관(미 공군 대장)도 관련된 질문에 “정치적 방향이 먼저 정해지고 나서야 공식적인 계획이 세워질 것”이라면서도 “그 문제(호르무즈해협 개입)에 대해 물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나토의 기존 입장에서 변화한 것이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주요 나토 회원국들은 지난 2월 28일 미국·이란 전쟁 발발 후 물자 지원이나 자국 미군 기지 사용 등의 협력만 했다. 스페인은 미군의 자국 영공과 기지 사용을 불허했다.
호르무즈해협 개방 문제에 대해서도 소극적으로 대처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차례 해협 개방 노력에 동참하라고 압박해도 응하지 않았다. 프랑스는 샤를드골 항공모함을 이달 초 아덴만에 배치하고, 영국과 호르무즈해협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다국적 군사 모임 조성을 주도해왔다. 그러면서도 전쟁이 공식적으로 끝나야만 개입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이제 전쟁 종료 전이라도 해협 통행을 위해 군사 개입 카드를 고려하게 됐다. 블룸버그는 “미국은 아직 나토에 호르무즈해협 개입을 공식적으로 요청하지 않았다”며 “해협 봉쇄가 장기화함에 따라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유럽 각국의 성장 전망치가 급락하는 등 경제난이 심각해지면서 유럽 내에서 정책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실제 행동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한 나토 회원국 외교관은 “여러 회원국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실제 안건 가결에 필요한 만장일치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전했다. 회원국 간에는 해협 통행을 재개하기 위해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과 분쟁에 휘말리는 것을 꺼리는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에너지 위기가 심화한다면 개입 가능성이 커질 거란 관측이 나온다. 나토 고위관계자는 블룸버그에 “일부 동맹국이 비록 반대하고 있지만, 봉쇄가 계속된다면 제안에 동의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관련 논의는 7월 7일부터 8일까지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호르무즈해협 개방을 지속해서 추진 중인 미국으로선 환영할만한 변화다. 미군은 호르무즈해협에서 10개 이상의 기뢰를 식별한 뒤 이달 초부터 선박들을 기존 항로보다 이란에서 멀리 떨어진 우회 항로로 가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CBS방송이 보도했다. 미군은 평상시에 쓰이던 항로는 이란이 기뢰를 설치한 탓에 “극도로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나토에 대한 미국 지원은 줄어들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나토에 지원하는 군사 자산 규모를 축소하는 방침을 오는 2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나토 국방담당자 회의에서 알릴 것이라고 전했다. 축소 대상은 나토 회원국(유럽) 내 전쟁이나 나토 회원국 군대에 대한 군사공격 등 주요 위기 상황이 발생할 경우 미국이 지원할 병력 등 군사 자원이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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