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괴물' 하늘도 허락하지 않은 류-김 맞대결

양형석 2025. 7. 27.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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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26일 류현진과김광현의 첫 맞대결, 결과는 SSG의 9-3 완승

[양형석 기자]

 26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 류현진과 SSG 랜더스 김광현의 데뷔 첫 선발 맞대결은 김광현의 승리로 끝이 났다.
ⓒ 연합뉴스
올 시즌 최고의 '소문난 잔치'였던 '류-김 대전'이 너무 허무하게 끝났다.

이숭용 감독이 이끄는 SSG 랜더스는 26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장단 13안타를 때려내며 9-3으로 승리했다. 만원 관중은 물론이고 한화의 김승현 회장까지 야구장을 찾았던 빅매치에서 승리를 거둔 SSG는 롯데 자이언츠에게 4-9로 패하며 5연패의 수렁에 빠진 5위 KIA 타이거즈와의 승차를 1경기로 줄였다(45승3무46패).

SSG는 선발 김광현이 6이닝6피안타1사사구3탈삼진2실점 호투로 시즌 6번째 승리를 따냈고 김민과 박시후,전영준이 1이닝씩 책임지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타선에서는 1회 선제 적시타를 때린 최정이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고 최지훈과 김성욱, 정준재도 나란히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반면에 한화 선발 류현진은 1이닝4피안타2볼넷5실점으로 KBO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1이닝 만에 강판 되는 수모를 경험했다.

류현진-김광현의 맞대결 역사

2006년 한화에 입단한 류현진은 프로 입단 첫 해 30경기에 등판해 18승6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2.23 204탈삼진의 눈부신 성적을 기록하며 투수 부문 트리플 크라운과 함께 KBO리그 최초로 MVP와 신인왕을 휩쓸었다. 놀라운 사실은 인천 출신의 류현진이 팔꿈치 수술 경력 때문에 연고 구단 SK 와이번스와 2차 1라운드 1순위 지명권을 갖고 있던 롯데의 외면을 받아 한화의 지명을 받았다는 점이다.

물론 지금 생각하면 두고 두고 후회할 선택이지만 당시 SK가 류현진을 지명하지 않은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바로 류현진 못지 않은 재능을 갖췄다고 평가 받았던 또 한 명의 특급 좌완 유망주 김광현이 2007년 SK 입단이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김광현은 루키 시즌 3승7패3.62를 기록하며 프로의 높은 벽을 경험했지만 그 해 한국시리즈에서 눈부신 호투를 선보이면서 SK의 첫 우승을 견인했다.

그렇게 한국야구의 '좌완 원투펀치'가 된 류현진과 김광현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도 각각 준결승과 결승에 등판하며 한국의 '퍼펙트 금메달'을 이끌었다. 그 즈음부터 언론은 류현진과 김광현의 '라이벌 구도'를 만들기 시작했고 야구팬들은 젊은 좌완 에이스 2명이 마운드에서 맞붙는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하지만 2009년까지 류현진과 김광현의 선발 맞대결은 한 번도 성사되지 않았다.

그러던 2010년5월23일 대전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화와 SK의 경기에서 류현진과 김광현은 나란히 선발로 예고됐고 야구팬들은 '최동원과 선동열 이후 최고의 빅매치'라며 기대를 높였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당일 대전 한밭야구장에 비가 내리면서 경기가 취소됐다. 두 선수는 그 해 대구에서 열린 올스타전에서 나란히 선발 등판하며 첫 대결을 펼쳤지만 후반기를 앞둔 두 선수는 모두 전력투구를 하지 않았다.

류현진과 김광현은 2011년3월15일 시범경기에서도 한 차례 선발 맞대결을 벌였다. 당시 류현진은 3이닝1피안타1실점을 기록하면서 3.1이닝4피안타4실점으로 부진했던 김광현에게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류현진과 김광현 정도 되는 에이스급 투수들에게 시범 경기는 투구 수를 늘리고 구위를 점검하는 기간이다. 그리고 류현진이 KBO리그에서 활약한 2012년까지 두 선수의 맞대결은 다시 열리지 않았다.

류 1이닝 5실점-김 6이닝2실점 '명암'

류현진은 2012 시즌이 끝나고 LA다저스와 계약하며 메이저리그에 진출했고 김광현은 2019년까지 KBO리그에서 활약하며 2018년 SK의 4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2019 시즌이 끝난 후에는 김광현도 류현진을 따라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지만 빅리그에서도 두 한국인 투수의 맞대결은 성사되지 않았다. 류현진은 작년 한화로 복귀해 SSG를 상대로 3경기에 등판했지만 당시에도 상대는 김광현이 아니었다.

파릇파릇하던 20대 초·중반부터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던 류현진과 김광현은 어느덧 30대 중반을 훌쩍 넘어 KBO리그에서 활동하는 선발 투수들 중 최고참급이 됐다. 류현진과 김광현은 올 시즌에도 맞대결 없이 전반기를 보냈지만 후반기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드디어 맞대결이 성사됐다. 야구팬들은 두 투수의 등판이 예상되는 26일 대전의 일기예보를 체크하며 '레전드 매치'를 기다렸다.

하지만 2010년 맞대결 무산 이후 15년 만에 성사된 두 좌완의 대결은 너무 허무하게 끝나고 말았다. 이 경기 전까지 올 시즌 16경기에서 6승4패3.07의 준수한 성적을 올리며 한화 선발진의 맏형으로 제 몫을 톡톡히 해주던 류현진은 이날 1회에만 4개의 안타와 2개의 볼넷을 내주며 대거 5점을 허용했다. 김경문 감독은 2회부터 엄상백을 올렸고 류현진은 '데뷔 최소이닝 투구'라는 불명예 기록을 썼다.

반면에 지난 20일 두산 베어스와의 후반기 첫 등판에서 6이닝4피안타1볼넷9탈삼진1실점으로 호투했던 김광현은 류현진과의 맞대결에서도 6이닝2실점의 안정된 투구로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비록 6피안타에 탈삼진도 3개에 불과했지만 5회까지 무실점을 기록할 정도로 영리한 투구가 돋보였다. 투구 수도 단 81개로 점수 차가 벌어지지 않았다면 7회에도 충분히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다.

사실 경기 전까지만 해도 최근 10경기에서 8승1무1패를 기록하며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한화가 6연패를 포함해 최근 10경기에서 2승8패로 부진했던 SSG보다 유리할 거라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본 결과 류현진의 조기강판과 함께 김광현과 SSG의 완승으로 끝났다. 두 전설의 첫 맞대결은 매우 반가웠지만 그토록 기다렸던 '류-김 대전'이 너무 일찍 끝난 아쉬움도 크게 남았던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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