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버시와 기능까지 고려한 언덕 위의 하얀 날개집

언덕에 펼쳐진 새하얀 날개
용인 연향재 椽香齋

학교 언덕길에 눈길을 모으는 집 한 채. 곡선을 품고 새하얀 날개를 달아 땅을 읽어내 얹은 다섯 식구의 집에는 건축가가 가족을 위해 쏟아낸 치열한 고뇌가 담겼다.


도로 방향으로 뻗어나오는 네 개의 날개벽은 학교를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서향으로부터의 강한 일사를 조절한다. Ⓒ장원준
Ⓒ장원준

대지는 고등학교 보강토 옹벽을 북쪽에 면하고 있고, 남서쪽으로는 공원에 면하고 있다. 북쪽이 높은 경사지이며 기존에는 주변 지역주민들이 텃밭으로 사용하던 대지였다. 등하교 시간에 많은 학생들이 서쪽의 도로로 통행하고 있어서 건축계획에서 이를 고려하였다.

주택의 주요한 표정을 만드는 동측 입면. 1층 바깥으로는 콘크리트 데크가 단정한 마당의 역할을 한다.
주택의 대문은 매스 안으로 넣어 자연스럽게 포치를 만들어줬다.

HOUSE PLAN

대지위치 : 경기도 용인시
대지면적 : 395.00㎡(119.48평)
규모 : 지하 1층, 지상 2층 + 다락
거주인원 : 5명(부부 + 자녀 3명)
건축면적 : 77.26㎡(23.37평)
연면적 : 321.66㎡(97.30평)
건폐율 : 19.56%
용적률 : 33.42%
구조 : 철근콘크리트조
주차대수 : 2대
최고높이 : 8.22m
외부마감재 : 외벽 –기린건장 STO, 유토 테라코타 타일
조경 : SOP(Sound Of Plant)
전기·기계 : 명동전기
설비 : 부전설비
구조설계(내진) : 원구조이엔지
시공 :㈜동인FC
설계·감리 : 그리드에이 건축사사무소 박정연
총공사비 : 10억원(설계·감리비 제외, 조경, 인테리어, 토목공사 포함)

거실로 활용되는 지하 1층 두 선큰 사이 널찍한 공간에서는 종종 가족의 음악 협주가 이뤄지기도 한다
건축가의 취미가 잔뜩 녹아든 그의 사무작업 공간.

아이들 3명이 각각의 방을 가지며 가급적 동일한 규모의 방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었다. 2층에 아이들의 방을 공원이 내려다보이도록 남서쪽 도로에 가깝게 남향으로 배치하였다. 건폐율이 20%인 자연녹지에서 3개의 방과 계단, 화장실을 계획 가능한 면적 내에 배치하는 것이 주안점이었다. 대지의 형태에 따라 방을 배치하고 이를 가장 적은 면적의 복도로 이어주면서 곡선을 적용하였고 서측의 도로에서 실내가 들여다보이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벽체를 조금씩 연장하였다. 이것이 수직의 벽으로 만들어지며 건축의 주요한 외관을 만들어냈다.

거실로 활용되는 지하 1층 두 선큰 사이 널찍한 공간에서는 종종 가족의 음악 협주가 이뤄지기도 한다.
위에서 내려다 본 선큰 공간.
얇은 선으로 표현된 난간과 담백한 노출콘크리트, 곡면 벽이 계단실에 풍부한 조형미를 남겼다.

PLAN & SECTION


간결한 난간이 인상적인 계단실. 계단실 벽면은 처음부터 대형 책장과 책이 놓일 것을 고려해 별도 마감재를 적용하지 않았다.
콤팩트하게 정리된 주방.

INTERIOR SOURCE

내부마감재 : 벽·천장 – 석고보드 위 페인트, 벽지, 일부 골조 노출 / 바닥 –신명마루 퀵스텝
욕실·주방 타일 : 바른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대림, 아메리칸스탠다드
주방 가구 : 한샘
조명 : LIMAS 식탁등, 아르테미데 거실 플로어스탠드
계단재·난간 : 바닥 - 신명마루 퀵스텝, 난간 - 금속 제작
방문 : 영림도어
붙박이장 : 현장제작

곡선 벽은 필연적으로 직선에 비해 공간 활용의 비효율을 발생시키나 이를 동선화 시켜 디자인과 현실적 고려를 모 만족시켰다.
메인 침실. 침실-드레스룸-욕실이 하나의 동선 위에 놓였다.

이 윤곽 내에서 1층에는 안방과 주방·식당, 다용도실을 배치하였고, 거실은 지하층에 배치하며 2개의 선큰 공간을 만들어 지하층에 자연광이 충분히 유입되도록 하였다. 지하층은 북측의 옹벽으로부터 충분히 이격시키면서 적절한 면적이 되도록 하였다.자연스럽게 건축의 주요한 형태로 적용된 벽체를 강조하기 위해 동측, 서측 입면은 외단열시스템 STO로 마감된 백색 벽으로 계획하고 창을 최소화하였으며, 남측, 북측 입면은 이와 대비되는 유토社의 짙은 회색 테라코타 타일로 마감하였다.

긴 복도를 따라 아이들 방 세 칸이 나란히 자리했다.
세 아이들 방에는 모두 똑같이 다락을 넣어 부족할 수 있는 수납공간 확보와 함께 공간 면적을 극대화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주택 모습. 날개벽과 둥근 선큰이 굵은 선으로 또렷하게 인상을 남긴다. 트렌치를 겸하는 마당의 하얀 자갈 선은 동측 입면의 주요 포인트를 기점으로 뻗어나와 건물과 독특한 조화를 이룬다.
선큰에서 올려다 본 모습. 이 공간 덕분에 지하는 풍부한 자연광으로 인해 늘 밝다. Ⓒ장원준

앞서 설명한 방식으로 실을 구성하고, 합리적이면서 전체 공사비의 증가가 많지 않도록 내장재를 선택하였다. 노출된 배관이 없거나 마감재를 부착하지 않아도 되는 부위는 골조 그대로를 마감으로 사용하였고, 지하층에 4인치 시멘트 블럭을 쌓아 만든 방습벽 부분은 기능이 그대로 마감이 되도록 하였다. 벽체가 일부 돌출되도록 계획한 것은 기능적인 역할도 있지만, 조형의 완성을 위해 고집한 부분이기도 하다. 또한, 계단 난간은 부재를 최소화하고 본질만 남기고자 하는 의도로 계획하였으며, 책을 가까이 두면 조금이라도 더 책을 읽는 경험이 만들어질 것이라 생각하고 매일 오르내리는 계단벽 전체를 책장으로 계획하였다. 건축 의도를 그대로 구현할 수 있었던 특별한 경험이었고, 계획에 우선하였던 사항들을 잘 지키면서 건축을 완성할 수 있어서 좋았다. 오랫동안 꾸준히 가꾸면서 채워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건축가 박정연 : 그리드에이 건축사사무소

전북대학교 건축공학과,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석사 졸업 후 건축실무를 익히고 그리드에이 (Grid-A) 건축사사무소 대표로서 더 좋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네이버 파워블로그로 선정된 블로그를 통해 다양한 건축을 소개하고 있으며, 대한건축사협회 편집위원장으로 건축사신문과 월간 건축사지를 발행하고 있다.
031-8013-0343 | http://grid-a.net

글 박정연 | 사진 변종석, 장원준 | 구성 신기영
ⓒ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4년 8월호 / Vol.306 www.uuj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