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농민군 구출 앞장, '옥중 순국' 민족대표가 외친 것
[이돈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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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루 여덟 번 열차가 지나는 앵남 철도 건널목. 철길 너머로 광산이씨 사당과 전남학숙이 보인다. |
| ⓒ 이돈삼 |
요란한 종소리와 함께 차단기가 내려온다. LED 경보등도 번갈아 깜박인다. 건널목 관리원이 서둘러 밖으로 나와 차량 통제에 나선다.
잠시 뒤, 열차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지난다. 옛 기억 속의 기다란 열차가 아니다. 달랑 세 량을 이끌고 있다. 금세 차단기가 올라가고, 경보등도 일상으로 돌아가 잠잠해진다. 다시 평온해진다.
"하루 여덟 번 지나는 기차 가운데 하나입니다. 경전선, 광주송정역에서 출발해 순천 방면으로 가는 거예요. 옛날엔 기차도 자주 다니고 북적거렸을 텐데, 지금은 기차 구경이 힘들 정돕니다. 시대가 많이 변했죠."
김우식 철도 건널목 관리원의 말이다. 철도 건널목은 옛 앵남역과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옛 앵남역은 남평역과 화순역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앵남역은 2008년 1월 폐지됐다. 지금은 간이역의 흔적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만 존재할 뿐이다.
옛 산간 마을에 자리한 앵남역사는 직사각형 콘크리트 집이다. 역 이름과 함께 이전 역, 다음 역을 알려주던 회색빛 나무 안내판도 사라지고 없다. 언뜻 시골 마을의 버스정류장처럼 생겼다. 앵남역은 1932년 간이역으로 문을 열었다. 부침을 겪긴 했지만, 늘 서민과 애환을 함께했다. 1980년대 후반 대중교통이 발달하고 열차 이용객이 줄면서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 2006년 사람이 타고 내리는 역의 역할이 중단됐다. 앵남역이 생긴 지 74년 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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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옛 앵남역과 경전선 철길. 앵남역사가 흡사 버스정류장 같다. |
| ⓒ 이돈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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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순 앵남마을. 복숭아 과원과 한데 어우러져 있다. 복숭아꽃이 필 때면 꽃마을을 이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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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순 앵남마을에 있는 광산이씨 사당. 광산이씨의 자긍심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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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선(1475∼1506)은 홍문관과 수찬, 의정부 사인, 승정원 좌부승지를 지냈다. 고려사 바로잡기 작업과 <태종실록> 편찬에 참여했다. 광산이씨 시조 이순백의 6대손으로 홍문관 제학을 지낸 필문 이선제의 손자이자, 전라감사 이중호의 할아버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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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산이씨 승지공비(承旨公碑). 이달선 묘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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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남마을 앞으로 흐르는 하천. 경전선 철길과 전남학숙이 한데 어우러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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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학숙 입사비는 매달 11만 원. 하루 세 끼 식사는 물론 통학버스 무료 이용이 가능하다. 장학금 지급, 국내외 견학과 체험 등 혜택도 다양하다. 광산이씨 승지공비와 전남학숙 앞을 지나는 도로가 '지강로'로 이름 붙여져 있다. 지강 양한묵(1862∼1919) 묘도 가까이 있다. 전남학숙 뒤편 앵무산 자락에 제주양씨 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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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강 양한묵의 묘. 앵남마을 제주양씨 선산에 모셔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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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한묵은 모진 고문을 받으면서도 '독립을 계획하는 것은 한국인의 의무이고, 앞으로도 기회만 있으면 독립운동을 할 것'이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옥중에서 생을 마감한 유일한 민족대표였고, 호남 사람이었다.
양한묵은 인내천(人乃天)을 외쳤다.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인내천은 양한묵이 쓴 <대종정의>에 언급돼 있다. 그는 신분 차별이 용인된 사회에서 모든 사람의 평등을 꿈꿨다. 양한묵이 동학에 참여한 이유다. 장흥과 보성에서 잡혀간 동학농민군 구출에도 앞장섰다.
양한묵은 애국계몽운동을 하며 운동단체 창립도 이끌었다. 1898년 일본으로 건너가 손병희 등과 함께 진보회를 조직했다. 1905년엔 이준 등과 공진회를 조직해 일제에 맞서다 옥고를 치렀다. 1911년엔 기호학교와 동덕여학교를 운영하며 항일 정신교육에, 낙향해선 신학문 보급에 앞장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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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강 양한묵 추모비. 화순 남산공원에 세워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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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남일보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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