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취향이 될 수 있는 제품 8

안녕, 에디터B다. 쇼핑을 하고 구매를 결정짓기 전까지는 무수한 ‘선택의 산’을 넘어야 한다. 컬러는 무엇으로 할 것인지, 사이즈는 무엇으로, 더 저렴한 비슷한 제품은 없는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최종 결정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고작 제품 하나로 여겨지지 않는다. 내가 사는 것 중에는 쓸모없어 보이는 것도 많지만, 잘 보면 다 이유가 있다. 6월의 마지막 ‘택배왔’에는 유난히 쓸모없는 물건이 많다. 첫 번째 아이템, 바버와 브롬튼이 협업한 자전거 파우치도 마찬가지.


[1]
“자전거는 없지만 파우치는 갖고 싶어”
바버 x 브롬튼 집 파우치

근본 있는 브랜드를 좋아한다. SINCE 2002가 아니라 SINCE 1902 정도는 되는 유서 깊은 브랜드. 뼈대 있는 브랜드는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오리지널리티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바버는 1894년에 영국에서 탄생했고, 브롬튼은 1976년 영국에서 창립했으니 두 브랜드의 협업 제품을 구매하지 않기란 어려웠다. 이 제품은 자전거 파우치다. 즉, 자전거를 타는 사람을 위한 가방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자전거가 없고 따릉이밖에 타지 않는 내가 이걸 산 게 오늘날의 아이러니다(턴테이블이 없지만 LP를 수집하는 것과 비슷하다). 나는 이 가방을 데일리 가방 용도로 구입했다. 전면에 크게 박힌 두 개의 로고 덕분에 데일리 가방으로도 충분하다는 판단이었다. 이 가방을 메고 다니면 모두가 물어볼 것만 같다. “아니 에디터님, 이런 가방은 어디서 사셨어요?” 안타깝지만 재고가 없기 때문에 리셀러를 통해서 구매할 수밖에 없다. 단, 10만 원도 안 하던 가방이 20만 원을 넘겼으니 섣불리 구매하지는 말자.


[2]
“어디서든 청양고추가 필요한 사람을 위해”
웰빙팜 뿌청

한국인이 좋아하는 매운맛이란 청양고추의 매운맛이다. 베트남 고추의 불붙는 매운맛이나 할라피뇨의 찌를 듯한 매운맛과는 다르다. 혀에 달라붙어 증발하지 않으면서 한식의 단맛, 짠맛과 섞이며 감칠맛을 끌어올리는 어려운 일을 수행해야 한다. ‘뿌려 먹는 청양고추’ 뿌청은 청양고추를 로스팅한 후 가루로 만든 제품이다. 짜장면이나 짜파게티를 먹을 때도 좋고, 매운 음식을 더 맵게 만들 때도 유용하다. 종류는 맵기 단계별로 세 가지가 있다. 신라면 맵기 정도의 오리지널, 조금 더 매운 뿌청50, 화끈하게 매운 뿌청90. 구매 링크는 [여기](https://bit.ly/44s8STT).


[3]
“과묵한 나의 친구”
찌콩상점 반려돌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가 소비의 영감을 받는 편이다. 한번은 <에브리띵 에브리웨어 올앳원스>를 보는데, 돌멩이끼리 대화하는 장면이 나왔다. 그리고 반려돌을 구매했다(?). 이 구매 프로세스가 이해되지 않는 사람이 많을텐데,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쇼핑중독자라고 생각하자. 아무튼 놀라운 건 내가 반려돌을 ‘산 게’ 아니라 반려돌이라는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는 게 아닐까? 동네 뒷산에서 주운 돌과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다른 점이 있다. 눈코입이 그려져 있으며, 모양이 동그랗고 앙증맞아서 귀엽다는 것. 상세 페이지에는 반려돌의 장점으로 “반려돌은 당신을 떠나지 않으며 비밀을 터놓을 수 있는 과묵한 친구”라고 적어 놓았다. 디스 이즈 마케팅! 이게 바로 마케팅이다. 마케팅 역량도 기를 겸 구경해 보면 좋겠다. 링크는 [여기](https://bit.ly/3NQB2Bl).


[4]
“세상 힙한 색종이”
키티버니포니 x 장차북스

패턴 잘 만들기로 유명한 키티버니포니와 어린이 디자인 브랜드 장차북스가 협업을 했다. 그렇게 탄생한 제품이 바로 색종이. 마지막으로 색종이를 산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아마도 초등학교를 다닐 때, 학교 앞 문방구에서 200원을 내고 사지 않았을까. 패턴이 너무 화려하니 이 색종이가 과연 아이를 위한 것일까 생각도 잠시 했다. 어른의 욕망이 투영된 어린이용 색종이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 보니 그게 무슨 상관일까 싶다. 이 색종이를 통해 지구엔 무한한 컬러가 있듯 다양한 패턴도 있다는 걸 알면 좋지. 그게 아이든 어른이든. 구매는 [여기](https://bit.ly/3JDasdl).


[5]
“하나뿐인 토끼 저금통”
빌랑 푸어링래빗 DIY 미술 키트

푸어링 아트라는 게 있다. 말 그대로 물감을 부어서 불규칙한 흐름을 만드는 방법이다. 다른 말로는 ‘플루이드 아트’라고도 한다. 지금 소개하는 빌랑의 푸어링 래빗은 흰토끼에 아크릴 물감을 부어 나만의 저금통을 만드는 DIY 키트다. 주문할 때 물감 컬러를 고를 수 있는데, 나는 하늘색, 분홍색, 흰색 세트로 주문했다. 뒤통수에 동전 구멍이 있고 아래에 저금통을 오픈하는 구멍이 있다(요즘 동전 쓰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가격은 1만 8,000원. 아이뿐만 아니라 손재주 좋은 어른을 위한 힐링 장난감으로 추천한다. 생각보다 결과물이 예쁘고, 과정이 즐겁다. 링크는 [여기](https://bit.ly/3r1FXr3).


[6]
“아침을 굶고 다니는 사람을 위해”
플라하반 퀵오트

오트밀이 건강에 좋다고 해서 꾸준히 챙겨 먹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절반도 먹지 못하고 버렸다. 너무 대용량으로 샀고 나중엔 그릇에 퍼담아 먹는 게 귀찮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메일 한 통을 받았다. “안녕하세요 플라하반입니다. 직장인들의 아침 식사를 지원하는 오피스 오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디에디트에서도 관심 있으시다면…” 대표님이 답장을 했다. “ 아침을 굶고 오는 직원이 많은데 너무 좋네요.”

며칠 뒤, 아침을 굶고 다니는 직원이 있는 사무실에 컵오트밀이 도착했다. 플라하반은 아일랜드의 오트밀 전문 기업으로 1785년에 창립하여 230년이 넘는 전통을 갖고 있는 유서 깊은 브랜드다. 타지역 오트밀에 비해 지방함량이 낮은 아일랜드 동남쪽의 귀리를 사용한다고 한다. 컵에 담겨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고, 설탕이 소량 들어 있어서 적당히 달게 먹을 수 있다. 맛은 오리지널, 딸기, 사과&시나몬 세 가지. 구매 링크는 [여기](https://bit.ly/3Xx2tnR).


[7]
“수도원에서 만드는 소시지”
분도푸드 겔브부어스트

분도푸드는 미식가에게는 익히 알려진 곳이다. 드물게 독일 정통 소시지를 판매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성직자가 직접 맥주를 양조하거나, 소시지를 제조하는 수도원이 많은데 분도푸드 역시 그렇다. 왜관 성베네딕도수도원의 한국인 수도사들은 독일로 건너가 제조 기술을 전수 받았다. 수도원으로 돌아와 독일 현지의 맛을 그대로 구현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나는 가톨릭 신자인 대학 후배를 통해 분도푸드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다. “선배, 고향이 왜관이라고 했죠? 거기 소시지로 유명한 성당 하나 있는데.” 독일 현지의 소시지를 몰라서 비교는 어렵다. 다만 한국에서 먹어본 소시지와는 다르다. 기름지지 않고 건강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당일 도축한 돼지고기만 사용하고 대두 단백질이나 전분을 섞지 않는다고 하더라. 사진 속 겔브 부어스트는 굽지 않고 바로 먹어도 되는 제품이고, 위 제품 외에도 다양한 소시지가 있다. 캠핑 갈 때 사가면 좋지 않을까. 구매는 [여기](https://bit.ly/3r4l1Qm)에서 할 수 있다.


[8]
“인생처럼 달고 쓴 한 입의 디저트”
파티스위스 초콜릿

어느 날 메일이 한 통 왔다. “안녕하세요! 디에디트를 오랫동안 좋아한 구독자입니다. 제가 이번에 취업을 했는데 회사 제품을 꼭 선물 보내드리고 싶어서 이렇게 메일 드렸어요.”

정말 축하드린다는 답장과 함께, 이것 또한 냉큼 받았다. 파티스위스는 이름에 ‘스위스’가 들어가지만 2004년 터키에서 탄생한 초콜릿 브랜드다. 종류별로 가득 받았는데, 맛있어서 다 먹고 2개밖에 남지 않았다(사진 속에 2개밖에 없는 이유). 동결건조한 과일에 초콜릿이 반쯤 발린 컨셉이다. 달콤한 과일과 쌈싸름한 다크초콜릿의 궁합이 좋다 보니 하나같이 다 맛있었는데, 베스트 오브 베스트를 꼽자면 피스타치오에 다크초콜릿을 입힌 제품이다. 오독오독 씹는 맛이 특히 좋았다. 단 거 좋아하는 친구에게 선물하면 굉장히 좋아할 것 같다. 링크는 [여기](https://bit.ly/3Ntgm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