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최대 30만원 간병비, 이를 어쩝니까
12.3 내란 사태 이후, 시민들은 무너진 세계를 구하기 위해 여의도, 광화문, 남태령으로 달려갔습니다. 어두웠던 광장을 빛으로 채운 건 형형색색의 응원봉뿐이 아니었습니다. '2024년 12월 3일 이후의 대한민국은 달라야 한다'는 외침은 광장을 넘어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가 창간 25주년을 맞아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전합니다. <편집자말>
[김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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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자 돌봄 |
| ⓒ temiscamingue on Unsplash |
생각지 못하게 많은 사람들이 글을 읽어주셨고 달려있는 댓글들을 하나하나 읽어보았다. 노령의 부모님이 아프실까 걱정되는 분들, 병원이나 시설에 아픈 부모를 모신 분들, 나처럼 가족 간병을 하고 계신 분들 그리고 본인이 아파 남은 자식에게 짐이 될까 걱정인 분들의 글을 읽으며 '다들 비슷하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 모두에게 앞으로 '반드시' 일어날 일
사실 아빠가 쓰러지기 몇 년 전 절친한 친구의 아버지가 먼저 쓰러지셨다. 오랜만에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준비하던 중 친구는 119 구급 대원의 연락을 받고 병원으로 급히 갔다. 그리고 2년 뒤 또 다른 친구 아버지의 뇌출혈 소식을 들었다. 당시 내 나이가 30대 중반이었으니 우리들의 부모님들은 60대였고 노환이라고 하기엔 아직 젊었던 분들이 하나둘씩 병으로 쓰러지고 계셨던 것이다.
나는 당시 가까이에서 이런 일을 보았는데도 몰랐다. 나에게도 닥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남들과 다를 바 없이 평범한 일상을 살던 우리 가족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을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었다.
아빠가 쓰러지고 약 1년 뒤인 39살 가을, 나는 회사에 사직서를 냈다. 그때만 해도 몰랐었다. 간병이라는 것이 이렇게 끝이 없는 긴 싸움이 될지를 말이다. 열심히 돈 벌어서 멋지게 싱글 라이프를 즐기려 했던 내가 예상에도 없던 가족 간병을 하면서 6년 차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 사회적 백수가 될 줄 누가 알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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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신이 벌 수 있는 수입보다 간병인 비용이 더 크니 학업, 일, 진로 이행을 뒷전으로 미뤄두고 직접 간병을 하는 가족들이 적지 않다. |
| ⓒ 오마이뉴스 고정미 |
그러나 간병 7년 차인 지금, 나의 통장 잔고는 반 이상이 줄어들었고 경단녀에 이제는 이력서를 내도 받아줄 곳이 없을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40대 중반의 여성이 되었다. 물론 아빠 때문에 결혼을 미룬 건 아니지만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를 만날 생각을 그때도 지금도 나는 하지 않고 있다. 누구에게 기약 없는 이 짐을 같이 나누자고 한단 말인가?
다시 가족 간병에 대해 같은 질문을 지금의 나에게 한다면 "간병비의 이유가 꽤 크다"라고 말할 것이다. 가족 간병을 하는 것은 간병을 하는 나머지 가족의 삶 전체가 예상치 못한 강력한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이다.
가족이 간병에 투입되는 상황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초반에 나와 같은 마음으로 가족 간병을 시작했다가 더 이상 간병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망가져서 어쩔 수 없이 환자를 공동 간병 혹은 요양 시설에 보내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돌봐야 할 자녀가 있는 경우 병원에서 재활 난민 생활을 더 이상 할 수 없어 집으로 환자를 데리고 가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처음엔 간병인을 쓰며 환자를 돌보다가 금전적인 부담에 가족이 직접 간병을 하는 경우가 있겠다.
모두가 환자 간병에 대한 금전적, 육체적인 부담들을 개인이 오롯이 감당을 하다가 현실적인 벽에 가로막혀 내린 결론들이다. 오랜 간병 생활을 하면서 더군다나 코로나로 외부와 차단되어 있던 3년이라는 시간이 겹치면서 은행이나 관공서에 마음 편히 가기도 어렵고, 본인의 건강 검진조차 제때 받지 못하는 보호자들이 허다하다. 환자의 안위를 챙기는 데 본인의 24시간을 쏟느라 본인의 몸과 마음은 정작 챙기지 못하는 것이다. 잠깐 대근 간병인을 두고 2~3일 집에 가더라도 병원에서 집까지 왔다 갔다 하는데 하루를 쓰고, 오랫동안 비워놓고 나온 집을 정리하고 청소하면 남은 하루가 다 간다고 한다. 그렇게 잠시 환자를 맡기고 집에 가서도 마음 편히 쉬지 못하고 서둘러 다시 환자에게로 올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혼자서는 힘든 현실, 사회의 역할이 필요하다
중증 환자를 옆에서 24시간 돌보는 시간이 2~3년이 넘어가면 점점 알게 된다. 환자에 대한 상태를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처음의 그 맹목적인 믿음과 희망에 대해서 포기할 부분은 포기를 하게 되는 시점이 온다는 것이다.
이미 한국은 고령화 사회에 진입해 있다. 자녀들이 있다 해도 매월 수백만 원씩 들어가는 간병비 혹은 24시간 간병에 대한 부담을 지우기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데다 외동이라 의논할 가족 하나 없이 혼자서 간병의 큰 부담을 지고 가는 사람도 있다. 여기에 나처럼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1인 가구 역시 많아지고 있다. 젊은 나이라도 자신의 건강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병을 얻었을 경우 병 자체보다 그에 들어가는 비용과 24시간 돌봄이 더 무섭다.
이 두려움을 온몸으로 겪어본 처지에서 가족 간병을 개인이 혼자서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설령 개인이 혼자 감당하지 않더라도 남은 가족 전체가 평범한 삶을 희생해야 하는 구조의 문제가 남았다.
그렇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일단 환자와 보호자가 받을 수 있는 재정 지원과 그것들을 어떻게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급성기 환자가 받는 수술과 처치는굉장히 큰 비용이 청구된다. 이때 받을 수 있는 재정 지원 정보를 젊은 사람들은 그나마 인터넷을 통해서라도 자세히 알 수 있지만 나이가 드신 분들은 자세히 알기가 어렵다. 실제로 금전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인데도 비용 걱정에 치료를 포기하시는 분들도 보았다.
사실 지역마다 다르긴 한데 주민센터 직원들도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고, 관할 지자체 공무원들의 안내가 다르기도 했다. 보호자가 직접 발로 뛰면서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데 나이 드신 분들이 이 과정을 다 할 수 있을까?
첫째, 환자를 받는 의료기관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고 다음으로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관련 지자체의 세심한 안내가 필요하다.
둘째, 간병인과 그 협회에 대한 정부의 관리 감독이 절실하다. 제일 큰 문제는 간병인 비용인데, 아빠가 다친 2018년에는 간병비가 1일 약 11~12만 원 선이었다. (이 비용은 지역별, 병원별로 다르다. 절대적인 평균가가 아니다) 그러다가 시세가 조금씩 오르면서 13~14만 원이 되더니 지금은 15만 원 선까지 올랐다. 하지만 다른 병원에서 온 보호자들 말을 들으니 18~19만 원까지 받아 가는 간병인이 있더라. 연휴나 격리병동에 들어가는 환자는 하루 20~ 30만 원까지 부른다고 하는데 기가 찰 노릇이다. 적정 비용이라는 게 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아픈 환자를 볼모로 보호자들에게 말도 안 되는 가격을 부르는 간병인들과 그들을 관리하는 업체에 대한 관리 감독은 해야 하지 않을까? 간병업체의 담당자가 정기적으로 병원에 나와 간병인들의 전반적인 생활에 대해 점검하는 것을 보긴 했지만 단 몇 만 원이라도 비용을 줄이기 위해 관리 명목으로 수수료를 떼는 협회를 나와 보호자에게 직접 입금을 받는 간병인들이 훨씬 많다.
사실 협회에 소속된 간병인을 고용하는 건 혹시라도 생길 사고에 대한 보험식으로 찾는 건데 협회가 있든 없든 사고가 나면 보호자와 환자가 제대로 된 보상을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러므로 환자에게 위해를 가한 간병인과 그런 간병인들의 행동에 대한 관리 책임을 갖고 있는 협회에 대한 감독 및 처벌은 법적으로 더욱 철저하고 엄격해져야 한다고 본다. 또 환자를 책임지는 의료진이 확인해야 하는 사항 역시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말로는 보호자들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병원의 수익을 위해 1 대 1 간병 병실을 줄이고 간호 간병 통합 병실과 공동 간병 병실을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마땅히 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간병하는 보호자들을 위한 정서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당장 해당 커뮤니티에 들어가 보기를 추천한다. 나 역시 간병 초기에 정보가 너무나 없었기 때문에 관련 인터넷 카페에 가입해서 많이 배웠다. 병에 대한 일반적인 지식은 인터넷과 책에도 나와 있지만 뇌질환 환자는 개인의 상태에 따라 너무나 많은 경우의 수가 있기 때문에 보호자가 얻을 수 있는 정보가 훨씬 많다. 그곳에서 아빠가 급성기 치료를 받아야 할 병원과 교수님에 대한 정보, 재활 치료와 재활 기구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산재 승인을 받기 위해 노무사님도 다른 보호자 분께 소개 받아 무사히 승인을 받았다.
그 외에도 다들 비슷한 상황을 겪었기에 현재 상황에서 받을 수 있는 금전 정보나 치료에 대한 정보를 다들 알려주려고 정성스러운 댓글들을 달아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새벽에 잠 못 들고 환자 곁에서 우는 사람이 나 말고 또 있다는 것, 혼자가 아니라는 것. 나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많다는 것 그 자체로 많은 위로가 된다. 아픈 환자 곁에서 오랜 시간 같이 있는 보호자들 중에는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 실질적인 위로와 함께 마음의 위로도 이곳에서 굉장히 많이 받았다. 사회적으로 도움을 받지 못하는 이런 부분들을 같은 보호자들끼리 서로 위로하고 도와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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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족들에게 주어진 돌봄의 무게를 덜어내는 것을 넘어 미뤘던 학업이나 일, 진로 이행 등 생애 과업을 이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
| ⓒ 오마이뉴스 고정미 |
더불어 많은 가족 간병을 하는 보호자들에게 우리 인생을 환자에게만 너무 올인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간병하는 당신의 인생도 아주 소중하다고, 조금은 그 짐을 내려놓고 우리도 계절이 바뀌는 것을 느끼고 길가의 나뭇잎과 꽃잎의 색이 변하는 것들을 보면서 살자고 말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SNS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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