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적절한 법제처장의 대통령 개인 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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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철 처장 국감서 “이 대통령 사건 다 무죄”
법치 지원 기관장으로서 정치 중립 훼손 논란
조원철 법제처장이 국정감사장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받는 여러 혐의에 대해 “다 무죄”라고 단언했다. 조 처장은 지난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서 이 대통령이 기소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등 5개 재판, 12개 혐의에 대한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를 받자 “이 대통령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답했다. 법제처 수장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를 두둔하는 발언을 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법제처는 행정부의 법률 유권해석과 입법정책 조정·지원을 맡는 핵심 기관이다. 각 부처가 마련한 법령안에 위헌·위법 요소를 걸러내는 역할도 한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법치주의 실현과 법제 행정의 중추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기관의 책임자가 마치 대통령의 개인 변호인처럼 행동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야당의 공세가 있더라도 “법제처장으로서 개인 의견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어야 했다. 국민의힘은 당장 조 처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등 공세를 폈다.
조 처장은 이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정부 내 대표적 ‘친명 법조 인맥’으로 불려 왔다. 26년간 판사로 일하다 2015년 변호사로 개업하면서 대장동 사건 변호인단에 합류한 이력이 있다. 변호사 시절이라면 의뢰인의 무죄를 주장하는 것은 정당한 변론 행위의 영역에 속한다. 그러나 지금은 대통령의 개인 변호인이 아니라 차관급 고위 공직자다. 유무죄를 판단하는 판사는 더더욱 아니다.
이 대통령 관련 5건의 재판은 6·3 조기 대선 이후 모두 중단된 상태다. 재판이 중단된 상태에서 유무죄를 언급하는 것은 법적으로 무의미하며, 정치적 논란만 키울 뿐이다. 그럼에도 조 처장은 “검찰이 검찰권을 남용해 무고한 대통령을 유례없이 기소했다”는 등 정치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대법원이 대선 직전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데 대해서도 “대통령 선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고 했던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법제처장으로서 입법·사법·행정의 삼권분립을 훼손할 수 있는 위험한 발언이다.
법제처의 정치적 중립이 의심받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윤석열 정부의 이완규 법제처장은 지난해 12·3 비상계엄 다음 날 서울 삼청동 대통령 안가에서 정권 핵심 인사들과 비밀 회동을 했다는 의혹으로 내란 수사 대상에 오른 상태다. 법제처가 정권의 ‘법률 방패’처럼 행동하거나 정치적 편파성 시비에 휘말린다면 국민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사법 문제에 대한 평가는 법원의 몫이지 행정부 공직자가 함부로 언급할 일이 아니다. 국가 법제의 수장이 법치의 경계를 허물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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