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골프의 천적은 경직(硬直)이다!
[골프한국] 죽음은 경직(硬直)을 동반한다. 사망 후 2~6시간 사이 경직이 진행된다. 12시간이 지나면 경직 현상이 급격히 가속화됐다가 24~48시간 후 경직이 풀린다.
의학적으로 경직은 아데노신 삼인산(adenosine triphosphate, ATP)이란 유기화합물의 농도가 감소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아데노신 삼인산은 근육 수축, 신경 세포에서 흥분의 전도, 물질 합성 등 살아있는 세포에서 다양한 생명 활동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물질이다. 우리 몸의 모든 대사(代謝) 과정은 결국 생명 활동에 쓰이는 ATP를 충당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경직은 근육의 수축과 이완 기능에 이상이 생겼을 때 일어난다. 심장이 멈추지 않더라도 운동을 하다가 쥐가 나는 경우도 일종의 경직이다. 과도하게 근육을 사용하다 근육의 에너지원인 글리코겐의 고갈이나 심한 탈수로 나트륨 칼륨 칼슘 마그네슘 등의 전해질 부족, 혈액순환에 장애가 있을 때 나타난다. 운동선수들이 틈날 때마다 전해질 음료를 마시는 것도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원활히 하기 위한 예방책이다.
골프에서 경직은 치명적이다. 골프를 하면서 나타나는 경직은 죽음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만병의 근원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골퍼들이 겪는 고통이나 고민의 근본적 원인은 바로 경직에서 비롯된다.
톱 클래스 선수들의 스윙을 보면 한결같이 힘차면서도 부드럽고 아름답다. 그러나 이들을 흉내 내려고 애쓰는 아마추어 주말 골프들의 스윙은 거칠고 괴기스럽고 옹이투성이다. 근육이 이완되어 있느냐 경직되어 있느냐의 차이가 이렇게 극명한 모습으로 갈린다.
프로선수들은 물 흐르듯 하면서도 강한 스윙을 만들어 내기 위해 필요한 근육을 키우고 그 근육이 파워를 발휘할 수 있도록 원활한 회전동작을 무리없이 구현하는 데 연습을 집중한다.
그러나 주말골퍼들은 손과 팔다리 어깨에 힘을 잔뜩 주고 공을 때려내는 데만 급급한다. 심지어 몸통에까지 힘을 주어 부드러운 회전운동을 방해한다. 중력의 법칙이나 관성의 법칙 등 운동의 법칙, 시계추의 원리 같은 것은 안중에 없다. 멀리 힘껏 공을 때려내려 할수록 근육의 경직만 고질화할 뿐이다.
그립을 꽉 움켜쥐고 도끼질하듯 힘껏 드라이버를 휘두르지만 헤드 스피드는 오히려 떨어지고 원활한 회전도 이뤄지지 않는다. 중심축도 흔들리고 무너진다. 경직된 근육이 만들어낸 스윙은 되레 헤드 스피드를 저하시키는 브레이크 역할만 할 뿐이다.
부드럽게 운동방향을 바꾸고 힘을 온전히 전달하는 유니버설 조인트 역할을 해야 할 관절과 근육들이 딱딱하게 굳어 스윙을 방해한다. 그립을 잡을 때 작은 새를 쥐듯 하라는 레슨 고수들의 가르침에 경직의 교훈이 담겨 있다.
좋은 건축물을 세우려면 집터를 제대로 다져야 하듯 부드러우면서도 힘찬 스윙을 만들어 내려면 근력과 체력을 키워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좋은 근육을 갖춰야 힘들이지 않고 부드러운 스윙을 할 수 있다. 내 신체에 근육이 있어야 힘을 빼고 부드러운 스윙을 할 수 있다는 역설이 통하는 게 골프다.
신체적 경직만이 문제가 아니다. 다짐, 각오, 전의, 복수심, 욕심, 과시욕 등의 정신적 경직도 골퍼들을 괴롭힌다. 경직은 골프의 천적이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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