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추진 잠수함과 핵재처리... 일본 뒤를 따라갈 건가

양이원영 2025. 11. 4.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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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핵추진 잠수함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는 다른 얘기... 동북아 군비경쟁 촉발 우려된다

[양이원영 기자]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월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며 대화하고 있다.
ⓒ 대통령실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끝난 바로 다음날(10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이 원자력추진 잠수함(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을 승인했다"며 "필리(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밝혔다.

이 계획대로라면, 핵추진 잠수함을 가진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인도와 개발 중인 브라질, 북한에 이어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운영하게 되는 것이다.

핵추진 잠수함은 핵무기를 탑재한 핵잠수함과 다르다. 핵무기가 아닌 재래식 무기를 가지고 있지만 잠수함을 움직이는 동력은 디젤 발전기가 아닌 원자력 발전기인 것이다. 국내 용어로 하면 '원자력추진 잠수함'이다.

핵분열성 우라늄인 우라늄 235의 농축도를 높인 핵연료를 공급받아야 하는 현실은 잠수함의 특성 때문이다. 군사용인 핵추진 잠수함은 적에게 들키지 않고 잠행하는 능력이 중요한데, 디젤 발전기를 이용한 잠수함은 배터리 용량에 따라 다시 시끄러운 발전기를 돌리기 위해 수면 위로 올라와야 한다. 반면, 원자력을 이용한 잠수함은 우라늄235 농축도에 따라 수십 년 또는 잠수함의 수명 동안 핵연료 교체 없이 사용할 수도 있다.

문제는 우라늄 235 농축도가 높아지면 핵무기로 이용될 수 있어 핵확산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영국, 러시아, 인도의 핵추진 잠수함은 무기급인 90% 이상으로 농축된 핵연료를 사용하지만 프랑스와 중국 등은 대부분 20% 미만의 저농축 우라늄 연료를 사용한다고 추정된다. 경수로 원전에 사용하는 우라늄 235 농축도는 4% 안팎이다.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기술은 핵무기 기술

대한민국은 미국으로부터 원자력 기술을 수입할 때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약정'으로 한미원자력 협정을 체결했다. 석탄이나 가스발전,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 등과 달리 원자력 발전에서만 이런 협정이 필요한 이유는 원자력 기술은 핵무기 기술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핵 비확산 원칙에 따라 국내법으로 원전 관련 기술 협력과 부품 수출을 하는 상대국에 이런 협정을 요구하고 있다.

높은 농도로 농축된 우라늄과 원전에서 사용한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할 때 발생하는 플루토늄은 핵무기로 전용될 수 있다. 그래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핵비확산조약(NPT) 체제 하에서 원전을 평화적으로 이용하는 나라들은 '핵 비확산 원칙'에 따라 우라늄 농축기술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기술을 금하고 있다. 한미원자력협정에 이를 명시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0월 23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우리는) 현재 26기의 상업용 원자로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정도 원자력을 가진 나라에서 연료를 100% 수입해서 쓰는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업적 차원에서 이 연료를 우리가 만들기 위해서는 우라늄 농축을 해야 하고, 쓰고 난 사용 후 핵연료는 지금 수조에 두고 있는데 머지 않아 포화 상태에 이를테니 재처리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을 아주 강력히 요청했고, 그게 (미국에게) 받아들여졌다"고 밝혔다.

농축 기술이 있든 없든 국내 원전을 공급할 만한 우라늄 광산은 국내에 없으니 어차피 우라늄은 수입해야 한다. 다만 지금은 농축된 우라늄을 수입할 뿐이다. 원자력추진 잠수함을 도입하게 되면 역시 농축된 우라늄을 수입해야 한다.

원전 가동과 원자력추진 잠수함 운영을 위해서 국내에서 우라늄을 농축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우리와 같이 NPT 체제 하에서 핵 비확산 원칙을 준수하고 있는 다른 원전 운영 국가들과 예외적으로 적용받아야할 근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우라늄 농축 공장과 재처리한 플루토늄을 쌓아 놓고 호시탐탐 군비경쟁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는 일본이나 막대한 핵무기를 갖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에 둘러싸인 채, 한반도 비핵화 선언이 폐기될 기로에 놓인 상황에서 대한민국에서도 핵무기 생산이 가능한 우라늄 농축 기술을 허용하는 것이 동북아 평화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끝없는 군비경쟁과 핵무기 증산을 막는 안전장치로, 평화의 지킴이로 대한민국의 역할을 자임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 아닐까.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핵폐기물 양 늘리고 환경 오염에 비싸기도

원자력추진 잠수함 도입을 논의하는데, 조현 장관은 사용후핵연료가 가득 차서 재처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것이 사용후핵연료 양을 줄이고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는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 본다.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로 핵폐기물 양을 줄이고 우라늄 등을 재활용하겠다는 주장은 환상에 가깝다는 것이 그동안의 재처리 과정에서 확인되었다.

이론적으로 재처리는 전기화학반응을 통해서 사용후핵연료에 있는 우라늄 238(약 95%), 우라늄 235(1%)와 플루토늄(1%)을 수백 종의 핵분열 생성물(3%)과 분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라늄을 원전에 재활용하고 플루토늄을 고속로에 사용하면 나머지를 고준위핵폐기물로 처분해 핵쓰레기 양이 줄어든다는 발상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재처리로 분리된 우라늄들에는 미량이지만 핵분열 생성물이 섞여 있어서 방사능 오염으로 인해 작업이 어렵다. 다시 핵연료를 만드는 데는 우라늄 광산의 천연우라늄을 농축하는 것보다 몇 배의 비용이 든다.

플루토늄을 사용하는 고속로인 일본의 몬주, 프랑스의 피닉스, 수퍼피닉스 등이 차례로 고비용과 위험성 등으로 실패했다.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섞어서 산화시킨 MOX 연료 역시 경수로 원전에서 사용하는 것이 제한적이고 고비용으로 인해 거의 사용하고 있지 않다.

결국, 재처리 과정에서 유일하게 유용성 있는 것은 플루토늄을 핵무기로 사용하는 것이다.

재처리가 환경적으로 의미가 있다는 주장은 더 심각히 왜곡된 것이다. 재처리 과정에서 모든 기기, 용액, 환경이 오염되어서 핵폐기물 양은 더 늘어난다. '공기와 바다, 토양으로 방출되는 방사성물질이 원전이 1년간 방출하는 양에 맞먹을 만큼 주변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분석도 있다.

결국 재처리는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을 확보할 게 아니라면 돈만 많이 들고 환경은 오염되고 핵폐기물 양은 더 늘어나는 기술이다. 핵무기를 보유하는 나라를 제외하고는 재처리를 하는 나라가 없고 상업용 재처리를 하던 프랑스와 영국은 사실상 공장을 거의 중단한 상태인데, 거의 유일한 고객이었던 일본의 위탁 재처리가 끝났기 때문이다.

오직 일본만이 우라늄 농축 공장이 있는 롯카쇼무라에 상업용 재처리 공장을 건설해서 운영할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가동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일본은 평화헌법을 내세워 침략적인 전력 보유를 금지함에도 실제로는 핵무기 연료인 플루토늄을 수십 톤 확보하고 우라늄 농축 능력을 갖고 있으며 재처리를 추진하고 있다. 겉으로는 원전 이용과 핵폐기물 양 감소를 위한 것이라고 포장하면서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이용해 사실상의 핵무기 보유 능력을 키워오고 있는 것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지난 10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종합감사에 출석해 있다.
ⓒ 남소연
대한민국도 일본의 뒤를 따를 것인가. 현재 조현 외교부 장관의 발언으로 보면, 원자력추진 잠수함을 명분으로 미국의 대중국과 북한 견제를 위해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추진하려는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 동북아 평화보다는 군비경쟁을 촉발시킬 것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위한 협상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원자력추진 잠수함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금지 여부와 상관 없이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은 필수다.

한미원자력협정에서 원자력의 평화적 목적의 이용에 대한 정의를 '어떠한 군사적 목적도 포함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했기 때문이다. 원자력추진 잠수함을 관광용으로 쓰지 않을 바에야 이 조항의 수정은 필수적이다.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이 2017년 노벨평화상을 받고 냉전시대 이후 지속적인 감소 추세에 있는 핵무기 개수가 트럼프의 핵무기 실험 지시로 인해 다시 확대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핵확산을 반대하는 국제적인 힘은 핵확산 우려가 높아지는 방향으로 한미원자력협정이 개정되는 것을 그냥 두고 보고만 있을까.

다가오는 개정 실무 협상 과정에서 원자력추진 잠수함 운영을 위한 농축 우라늄 제공 정도만 가능하도록 개정되는 것이 최선이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광명 시민의 신문에도 개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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