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했던 노인 소변줄 차고 묶인다, 입원 한달 뒤 닥칠 일

이경희 2024. 9. 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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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더중플 - 김범석의 살아내다

「 병원에서 태어나 병원에서 떠나는 게 현대 인간의 일생이지요. 그런데 그 방법 뿐일까요? 임박한 죽음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오늘의 '추천! 더중플'은 암 전문가가 본 삶과 죽음의 의미를 다룬 '김범석의 살아내다(https://www.joongang.co.kr/plus/series/178)'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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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의 환자, 병원에서 한 달 버티기 힘들다


일러스트 미드저니.

개인적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세상에 입원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암 환자가 되면 좀 달라진다. 외래에 오자마자 입원부터 시켜 달라고 하는 환자도 많고, 30분이면 끝나는 항암치료를 입원해서 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사정하기도 한다. 좋아져서 퇴원하라고 해도 퇴원하지 않으려는 환자도 있다. 퇴원 후 집 대신 요양병원으로도 가는 경우도 많다. 특히 고령의 암 환자가 경우 그렇다.

팔십 중반의 어르신들이 병원에 입원하면, 입원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나빠지는 일이 허다하다. 병원에 입원하면 우선 공간이 제한된다. 집에서는 그래도 살살 집 밖에도 나가보고, 거실도 왔다 갔다 하고 소파에도 앉고, 화장실도 다니고, 식사하러 부엌까지 오는 등 소소한 활동을 하게 된다. 하지만 병원에 입원하면 아무리 1인실이라도 공간 여유가 없다. 특히 다인실이면 공간이 침대로 국한되니, 침대에 누워 있는 일밖에 딱히 할 일이 없게 된다. 노인분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잘 못한다. 병원 내에서 복도를 걸으며 산책하는 일도 잘 안 하려 한다.

젊은 사람도 침대에 2주만 누워 있으면 다리의 근육이 다 빠져서 못 일어나게 된다. 노인들은 근육 빠지는 속도가 빠르고, 한번 빠진 근육을 다시 만들기가 무척 힘들다. 병원에 입원한 노인분들은 대부분 종아리가 팔처럼 가늘고 흐느적거린다. 그러면 병원에서는 낙상 위험이 높으니 침대에서 내려오지 말라고 한다. 침대에 누워서만 지내면 낙상은 안 하겠지만 대소변을 침대에서 봐야 하게 된다. 졸지에 화장실도 못 간다. 사람들이 와서 소변줄을 꽂고 기저귀를 채워 놓고 가버린다. 누워서 기저귀에 대변을 보는 건 참 곤혹스러운 일이다. 누워서 배변을 하려면 힘도 잘 들어가지 않는다. 대변을 치우는 간병인에게도 미안한 일이다.

온몸의 근육이 빠지면 삼키는 근육도 기능이 떨어져 식사할 때 사레가 걸린다. 콧줄을 달아 영양을 공급하기 시작한다. 콧줄이 목을 자극하니 자다가 무의식적으로 잡아 빼는데, 그러면 다시 콧줄을 못 빼도록 손발을 묶어 놓는다. 졸지에 소변줄, 콧줄, 기저귀를 찬 채 사지를 결박당하면 정신이 온전해질 리 없다. 그렇게 드러눕기 시작하면 한 두 달을 못 버티고 돌아가신다. 특히 팔순 중반의 노인분들은 아무리 잘 케어를 해도 그렇다.

당연히 의료진은 최선을 다했고, 가족들도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이게 과연 의료이고 효도일까.

▶결국 소변줄 꽂고 기저귀 찬다…어르신 입원 한 달 뒤 닥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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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을 지키는 자식은 따로 있다


환자가 곧 숨을 거둘 것 같았다. 환자 가까이 살던 막내딸을 비롯해 각지에 흩어져 살던 자녀들은 모두 일상을 팽개치고 한달음에 달려왔다. 엄마… 엄마… 자식들은 울며 엄마 곁을 지켰다. 그토록 보고 싶던 자식들이 한데 모이자 할머니는 기운이 났는지 오히려 좋아지기 시작했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시간은 계속 흘렀다. 자식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다시 올게, 네가 수고 좀 해줘라’, 하며 막냇동생에게 뒤를 부탁하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평소에 늘 엄마와 함께 있던, 막내딸만 남게 되자 할머니는 갑자기 돌아가셨다.

▶“엄마 언제 돌아가세요?” 의사 민망해진 그날 생긴 일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90085


때가 되면 바통을 넘겨야 한다


그는 72세 폐암 환자였다. 폐암 중에서도 독한 유형이었다. 힘든 내색 없이 열심히 치료를 받던 그가 중요한 일이 있어 항암을 잠시 쉬겠다고 했다. 평생 일궈 온 사업을 정리해 자녀에게 물려주는 작업을 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윤영호 교수의 책 『나는 품위 있게 죽고 싶다』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삶은 이어달리기와 같다. 우리는 아직 해야 할 일이 있기에 더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어느 날 떠나야 하는 때가 오면 기꺼이 바통을 넘겨주어야 한다.’

▶“항암치료 좀 쉬면 안될까요” 죽음 앞둔 72세 마지막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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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더중플 - 김범석의 살아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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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이런 사람이었어요?” 암 진단 뒤 딸에게 온 ‘현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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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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