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 너무 높았다…여자탁구, 중국 만나 세계선수권 8강 완패
(엑스포츠뉴스 부산, 조은혜 기자) 한국 여자탁구 대표팀이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8강에서 중국에게 단 한 게임도 얻지 못하고 패하며 대회를 마감했다.
세계랭킹 5위의 한국 여자탁구 대표팀은 22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대회 8강전에서 '세계랭킹 1위' 중국을 만나 매치스코어 0-3(0-3, 0-3, 0-3)으로 패했다. 이시온(삼성생명), 신유빈(대한항공), 전지희(미래에셋증권)가 나선 한국은 중국을 상태로 분투했으나 결국 만리장성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앞서 여자탁구 대표팀은 조별리그 예선에서 5조 1위로 토너먼트에 진출을 했다. 이탈리아와 말레이시아, 푸에르토리코를 차례로 꺾으며 3전 전승으로 승점 6점을 획득, 쿠바전 결과와 상관 없이 조 1위로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여유가 생긴 한국은 4차전 쿠바와의 경기에서 신유빈(대한항공), 전지희(미래에셋증권) 대신 이시온(삼성생명)과 함께 그간 경기에 나서지 않았던 이은혜(대한항공), 윤효빈(미래에셋증권)에게 출전 기회를 부여했고, 쿠바전에서도 매치포인트 3-0 완승을 거두며 4전 전승을 기록했다.
16강전에서는 세계랭킹 14위의 브라질을 상대로 매치스코어 3-1 승리를 거둔 한국 여자탁구는 이번 대회 8강 진출팀에게 주어지는 2026 파리올림픽 단체전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8강에서 난적을 만나면서 아쉽게 여정을 마감하게 된 한국은 파리올림픽 출전권을 얻은 것에 위안을 삼아야 했다.
중국 여자탁구 대표팀은 남자대표팀과 함께 팀 랭킹 세계 1위에 올라있다.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 단체전에서 2012년, 2014년, 2016년, 2018년, 2022년까지 5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고, 이번 부산 대회에서 6회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1매치에는 앞선 조별리그와 달리 이시온이 첫 주자로 나섰다. 상대는 세계랭킹 1위의 중국, 그 중에서도 1위인 쑨잉사. 중국 대표팀 에이스 쑨잉사는 이미 자국에서 개최된 2022년 청두 대회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지난해 세계선수권 개인전 여자 단식 챔피언에 오른 바 있다.
명성답게 쑨잉사는 초반부터 이시온을 압박했다. 1게임에서 쑨잉사는 회전이 빠른 서비스를 앞세워 2점을 앞서며 경기를 시작했다. 이어 쑨잉사는 안정적인 랠리와 리시브로 점수를 쌓았다.
노련한 쑨잉사는 이시온의 범실을 유도하며 이시온을 무득점으로 묶고 8점을 앞섰고, 이시온은 쑨잉의 범실을 틈타 첫 득점을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좀처럼 쑨잉사의 기세를 막지 못했다. 이후 쑨잉사가 3점을 내리 득점하며 1게임을 그대로 끝냈다.
2게임에서도 쑨잉사가 5점을 먼저 앞섰으나, 이시온은 포핸드 공격으로 2게임 첫 득점을 따냈다. 이어 첫 연속 득점까지 성공, 또 한 번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쑨잉사는 다시 10-3까지 달아난 뒤, 이시온은 다시 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따라붙었다. 하지만 쑨잉사는 더 이상의 흐름을 허용하지 않고 그대로 게임을 끝냈다.
3게임에는 이시온이 엣지로 첫 득점을 가져가며 시작했다. 그러나 곧바로 쑨잉사가 동점을 만든 뒤 점수를 뒤집었고, 그대로 이시온을 묶고 내리 10점을 뽑아내며 이시온을 따돌려 쑨잉사가 게임스코어 3-0(11-1, 11-5, 11-1) 완승를 거두며 경기를 그대로 매조졌다.
2매치에서는 대표팀의 맏언니이자 에이스 전지희가 세계랭킹 3위의 천멍과 맞붙었다. 앞선 상대전적은 천멍이 6승1패로 우위. 이날도 접전이 펼쳐졌으나 천멍이 게임스코어 3-0(11-5, 11-7, 11-9)으로 1승을 추가했다.
천멍이 1게임 3점을 먼저 앞서며 시작했다. 전지희는 천멍의 실수를 틈타 첫 득점을 올렸고, 이후 실점했으나 포핸드 직선 공격으로 다시 따라붙기 시작했다. 천멍은 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전지희를 따돌렸으나, 전지희도 집중력 있는 랠리로 5-10까지 추격했으나 게임을 가져오지는 못했다.
2게임 역시 천멍이 주도권을 잡았지만, 승부는 대등하게 흘러갔다. 점수를 주고받으면서 5-4. 이후 천멍이 달아나자 전지희가 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6-7을 만들며 한 점 차를 만들었다. 천멍이 도망가면 전지희가 따라붙는 양상. 그러나 점수를 뒤집지는 못하며 천멍이 2게임을 챙겼다.
전지희는 3게임에서 초반 3득점을 하며 먼저 주도권을 잡았다. 천멍의 추격이 매서웠으나, 전지희는 리드를 내주지 않고 경기를 이끌었다. 6-5에서 타임아웃을 사용한 뒤, 전지희는 내리 2점을 올리면서 3점을 앞서나갔다. 그러나 곧 천멍이 8-8 동점을 만들었고, 9-9에서 점수가 뒤집힌 뒤 천멍이 그대로 게임을 끝냈다.
3매치에서 신유빈은 세계랭킹 2위 왕이디를 상대해 0-3(5-11, 3-11, 10-12)로 패했다. 앞서 왕이디와의 4번의 맞대결에서 모두 패했던 신유빈은 이날도 왕이디를 상대로 첫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1게임, 점수를 주고받으며 2-2 동점으로 시작했다. 이후 왕이디가 먼저 앞서 나갔으나 신유빈도 차분하게 점수를 쌓았다. 하지만 이내 왕이디가 신유빈을 묶고 점수를 벌리기 시작했고, 신유빈의 추격을 뿌리치고 1게임을 잡았다.
2게임 역시 왕이디가 주도권을 잡고 승부를 이끌었다. 신유빈은 2-5에서 백핸드 공격으로 따라붙었으나 이후 왕이디가 내리 6점을 몰아내고 게임을 가져갔다.
신유빈은 3게임에 왕이디에게 리드를 내주며 시작했지만, 침착하게 추격해 왕이디가 일방적으로 앞서나가지 못하도록 했다. 와이디의 실수를 유발하면서 점수는 6-7. 이어 7-7 균형을 맞췄다.
이어 8-8 동점에서 9-8 역전까지 성공했다. 이후 9-9에서 점수를 가져오며 이날 한국의 첫 게임포인트. 하지만 역시 만만치 않은 왕이디는 10-10 듀스를 만들었고, 리드를 가져온 뒤 이날 마지막 점수를 올렸다. 그대로 경기 종료, 승리는 중국의 몫으로 돌아갔다.
대회를 마무리한 후 8강에서 '세계 최강' 중국을 만나는 대진에 오광헌 감독은 "미안해서 잠을 못 잤다. 이때까지 잘 뽑았다가 부산대 한 방에 그냥 끝났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오 감독은 "준비를 하면서 선수들한테 '내 손목이 별로 안 좋은 것 같다' 이렇게 얘기했더니, 전지희 선수가 '아닙니다. 저희가 랭킹이 낮아서 이렇게 된 건데, 감독님 픽이 나쁜 거 아닙니다. 저희가 앞으로 잘해야죠' 하더라. 그 말에 너무 감동해서 눈물이 나올 뻔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중국과의 실력 차를 절감한 경기였다. 1매치에서 '세계 최강' 쑨잉사와 첫 맞대결을 펼친 이시온은 "세계랭킹 1위 선수와 시합을 하게 돼서 영광이었다. 왜 세계랭킹 1위인지 알았던 경기인 것 같다. 더 부족한 부분을 계속 보완해서 더 나은 경기력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오광헌 감독은 "이 상태로 가면는 우리는 항상 8강, 4강이다. 중국을 한번 이겨 보려면, 역시 예전 유승민 회장님이 금메달 땄듯이, 풋워크의 움직임, 강한 파워, 공격적인 탁구가 아니면 중국을 이길 수 없다. 그걸 좀 더 보강해야 나가야 할 것 같고, 선수들에게도 그렇게 강조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이날 유일하게 게임포인트를 잡았던 신유빈은 "결과를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냥 과정에 집중했고 다른 건 없었다. 왕이디 선수와 했던 마지막 경기를 배경으로 처음부터 작전을 가지고 들어갔는데, 그게 약간 오류가 난 것 같아서 그 부분이 좀 아쉽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아쉬운 마무리를 하게 됐지만, 홈팬들의 함성에 뿌듯함도 느낀 대회였다. 그는 "많은 분들 앞에서 경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또 응원도 많이 해주셔서 정말 탁구선수 할 때의 행복함을 다시 느낀 것 같다. 대한민국 대표로 뛸 수 있어서 영광이다"라고 기쁜 마음을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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