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 도장’ 성실히 찍은 김세영…“2000년대생 후배들과 경쟁해야 하잖아요”

“사실 예전에는 체력 훈련 스케줄의 절반은 빼먹었는데….”
김세영(33)은 지난해 10월 국내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정상을 밟았다. 무려 5년 만의 우승. 본인은 물론 후배들조차 “많은 감정을 들게 한 순간이었다”고 할 만큼 긴 여운을 남긴 우승이었다.
LPGA 투어의 12년차 베테랑 김세영이 올 시즌을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최근 태국에서 열린 혼다 LPGA 타일랜드 공동 10위를 시작으로 지난 26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 탄종코스에서 개막한 HSBC 여자 월드 챔피언십도 공동 11위로 반환점을 돌면서 통산 14번째 우승을 향해 진격했다.
2라운드가 끝난 27일 만난 김세영은 “지난해 우승 덕분인지 올 시즌은 무언가 ‘상큼하게’ 시작하는 기분이다. 몸도 가볍고, 마음도 가볍다”면서 “지난해에는 중반부터 샷 감각이 올라와서 막판 들어는 아쉬운 느낌이 많았다. 올 시즌은 초반부터 달려가기 위해서 준비를 많이 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2008년 창설된 HSBC 여자 월드 챔피언십은 한때 한국 선수들의 우승 텃밭으로 불렸다. 2009년 신지애(38)가 처음 정상을 밟았고,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박인비(38)와 장하나(34), 박인비가 차례로 우승했다. 2019년 챔피언은 박성현(33)이었다.
코로나19 여파로 개최가 취소된 2020년을 건너뛰어 2021년에는 김효주(31)가 정상을 밟았고, 고진영(31)이 이듬해부터 2연패를 달성했다.

이처럼 여러 선수들이 우승 트로피를 나눠 가졌지만, 이곳 클럽하우스 챔피언 액자에는 김세영의 얼굴이 없다. 2015년부터 LPGA 투어에서 뛰며 통산 13승을 거둔 김세영이라 의문부호가 따른다. 지난해까지 8번 출전한 이 대회 김세영의 최고 성적은 2018년 공동 10위다.
김세영은 “사실 나도 신기하다”며 멋쩍게 웃고는 “코스 자체는 정말 아름답지만, 세팅이 은근히 까다롭다. 거리가 길고, 페어웨이도 좁아 조금만 방심하면 스코어가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이번에는 샷 감각이 좋은 만큼 조금은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김세영은 “몸이 가볍다”는 이야기를 수차례 했다. 자신감이 올라온 배경에는 올겨울 강도 높게 소화한 체력훈련이 있다. 김세영은 “한 달 반 조금 넘게 체력훈련을 했다. 사실 예전에는 스케줄 가운데 절반은 빼먹었는데 이번에는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출석 도장을 찍었다. 그래서 퍼포먼스 기대감이 높다”고 했다.
경쟁력을 기르기 위한 노력이다. 김세영은 올해 데뷔하는 2003년생 황유민(23)과는 10살 차이가 난다. 이제 2000년대생 후배들과의 경쟁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김세영은 “이제 후배들과의 나이 차이가 10살 넘게 난다. 지금 내 체력으로는 게임이 되지 않는다. 모든 것을 끌어 써야 한다”면서도 “경쟁은 경쟁이지만, 후배들을 보면 정말 귀엽고 예쁘다는 생각이 든다. (황)유민이도 그렇고 다른 동생들이 필요한 것을 물어보면 항상 도와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싱가포르=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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