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조 주한 가나 대사 “‘경제 협력 파트너’ 한-가나 가교 역할 할 것” [HIS STORY]
“가나는 자원의 보고이자 서아프리카 진출의 관문 역할을 하는 국가입니다. 제가 기회의 땅 가나와 한국을 잇는 진정한 가교 역할을 하겠습니다.”
최고조 주한 가나 대사가 한국에 전한 포부다.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난 최고조 대사는 중학생이던 1992년 선교사인 아버지를 따라 서아프리카의 가나에 정착했다. 현지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통신 유통·핀테크 사업가로 성공한 그는 한국을 위한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해왔다. 한국 특사와 가나 대통령과의 면담에 숨은 조력자 역할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주한 가나 대사로 부임했다. 한국계로는 가나 최초이자,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 중에서도 최초의 주한 대사다. 그의 부임은 아프리카 인접국에서도 화제가 됐다.
다만 최 대사는 ‘상징적인 인물’로만 소비되는 데 선을 그었다. 선교사의 아들, 검은 머리 외교관, 귀향 서사는 이미 충분히 알려졌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존 드라마니 마하마 가나 대통령이 민간인이던 저를 서울로 보낸 것은 가나가 한국과 지속적인 관계를 원한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1977년생/ 가나국립대 경영학과/ 나나텔레콤 설립/ 페이스위치 설립/ 주한 가나 대사(현) [윤관식 기자]](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14/mkeconomy/20260214124801183ilpp.jpg)
“이제는 다음 50년 위해 협력해야”
이어 경제와 산업의 언어로 한국과 가나의 관계를 설명했다.
그는 한국과 가나 양국 관계에 대해 “신뢰만 쌓아온 50년”이라고 표현했다. 두 나라는 1977년 수교 이후 반세기 동안 큰 갈등 없이 관계를 이어왔다는 것. 문제는 그 신뢰가 산업 협력으로 전환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는 “내년 한국-가나 수교 50주년을 앞둔 지금, 다음 50년은 협력과 공동 성장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가나는 자원뿐 아니라 젊은 인구와 노동력, 시장성 등 다양한 잠재력을 지녔다. 한국은 산업 발전 노하우와 근면한 문화가 강점이라는 진단이다. 따지고 보면 두 나라 간 시너지를 낼 만한 요소가 곳곳에 있다. 그런데 왜 산업 협력으로 이어지지 못했을까.
최 대사는 책임을 어느 한쪽에만 돌리지 않았다. 한국 기업은 먼 나라 가나 시장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접근했고, 가나 역시 장기 투자를 고민하는 기업에 행정과 인프라 측면에서 명확한 신호를 주지 못한 면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토지·전력·물류·인허가 과정의 예측 가능성이 중요한데, 신중한 가나 문화에서는 이 조건을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데는 시간적인 한계가 있었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그간 (한국 기업이) 가나 시장에 진출하려는 시도가 없진 않았지만 문제는 ‘속도’였습니다. 한국 기업은 왜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느냐며 답답해했고, 가나 사람들은 왜 우리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느냐며 급한 문화에 거부감을 느꼈을 겁니다.”
아프리카 지역 사업은 계약서 한 장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게 최 대사의 설명이다. 가나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관계 중심의 사회며, 시간을 들여 지역 사회와의 관계를 쌓는 신뢰가 필수라는 얘기다.
최 대사는 가나에서 직접 사업을 해본 경험을 토대로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기준을 제시했다. 핵심은 가나를 ‘시장’으로 봤는지, ‘사회’로 봤는지 차이다.
그는 “가나 문화를 존중한 기업은 시간이 걸려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고,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성공을 이어간다”고 덧붙였다. 아프리카를 시장으로만 바라보고 빠른 실적을 내려는 접근은 실수를 낳기 쉽다. 반면 사회로 인식하고 협력의 미래를 그리면, 더뎌 보이는 과정도 투자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는 비단 가나만의 특성이 아니라, 외부 투자자와 아프리카 시장이 서로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학습 과정이라는 해석이다.
이런 노력만 뒷받침되면 양국이 더할 나위 없는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가나는 사하라 이남 서아프리카 지역에서도 안정된 정치와 정책, 물류 구조와 공급망을 갖췄으며 무엇보다 ‘시간에 투자할 줄 아는 파트너’라고 자신한다. 한국처럼 ‘빨리빨리’ 문화는 없지만, 시간을 들여 한 번 신뢰를 쌓아놓으면 누구보다 의리 있는 협력자라는 의미에서다.
최 대사는 “중학생 시절부터 가나에서 생활한 저도 가나 시민권을 얻는 데 16년이나 걸렸다”면서도 “기다림은 길었지만 이 기간은 오히려 현지 사업가로서 신뢰를 쌓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물론 아프리카 진출 후보지로는 가나 외에도 케냐, 에티오피아, 모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다양한 국가가 거론되지만, 최 대사는 정치·외교적 안정성과 정책의 연속성 등 가나의 경쟁력을 차근차근 꼽아냈다.
가나는 사하라 이남 국가 가운데 대통령제 민주주의 체제가 일찍이 자리 잡은 나라며, 정권이 바뀌어도 정책의 큰 틀이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나이지리아와 더불어 가나는 서아프리카의 경제 강국으로 손꼽히며 주요 수출품은 금, 리튬, 망간 등 핵심 광물과 농산물 등 천연자원이다.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 사무국이 가나 수도 아크라에 위치한 만큼 아프리카 진출의 전략 거점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마침 내년은 한국과 가나 수교 50주년의 해이자 가나가 아프리카연합(AU) 의장국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시기인 만큼, 가나뿐 아니라 아프리카 여러 국가와 한국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
지리적 조건도 빼놓을 수 없다. 가나는 서아프리카 해안에 위치해 미국과 유럽 접근성이 좋다. 특히 수입 비중이 높은 산업 구조상, 선박이 입항할 때는 가득 차지만 출항 시에는 여유가 많다. 이로 인해 수출 화물 물류비용이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갖는 구조다.

자원 협력 다음을 봐야
다만, 최 대사는 가나가 더 이상 ‘캐서 가져가는’ 자원국이 아니라, 함께 키우는 공급망 파트너가 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자원 개발이 일자리와 기술 이전, 산업 생태계로 이어질 때 비로소 가나 사회로부터 정당성을 얻는다는 것이다. 이는 가나 정부가 지향하는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공급망 불안정이 구조적 문제가 된 상황에서, 가나는 단순한 자원 공급국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함께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는 전략적 파트너라는 설명이다. 최 대사는 “한국이 가나의 진정한 파트너가 되려면 자원 ‘확보’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개발과 동시에 현지 가공, 인력 양성, 산업화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업에는 컨소시엄 방식의 가나 진출을 제안했다.
“아직 제조 인프라가 두루 갖춰지지 않은 가나에 한 기업만 진출해 모든 것을 다 하려면 힘에 부칠 수밖에 없습니다. 대기업과 원료 공급, 제조, 포장 등 각 분야 중소기업이 한 팀이 돼 가나로 오면 가나 정부 투자청과 아프리카자유무역지대를 활용해 재미있는 그림을 그릴 수 있겠습니다.”
한국 청년에게도 아프리카 진출을 적극 권했다. 그는 “당장 돈을 벌기 위해 아프리카에 오는 것보다는, 아프리카 전문가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몇 년간 문화와 언어를 배우며 친구를 만들면 사업의 길이 보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47호·설합본호(2026.02.11~02.24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c) 매경AX.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李, 장동혁에 정면 반박 “집 팔라 강요 안해”…“난 1주택자”- 매경ECONOMY
- “SK하닉 성과급 1억 넘는데”…삼성전자 노사, 임단협 ‘집중교섭’ 돌입- 매경ECONOMY
- 중장년 인생 2막 치트키 기·술·자·격·증 [스페셜리포트]- 매경ECONOMY
- 정통 미국식 수제버거 ‘왁버거(WAK BURGER)’ 첫선- 매경ECONOMY
- 골프를 뭐라고 생각하나요[정현권의 감성골프]- 매경ECONOMY
- 6070도 “레버리지 ETF 사달라”…코스닥 연기금 동원령까지- 매경ECONOMY
- “반도체 꼭 쥐고 계세요”…‘20만전자·100만닉스’ 꿈 아니다- 매경ECONOMY
- 부동산 세금 카드 효과 낼까...증여 급증, 매물 잠김 우려도 [스페셜리포트]- 매경ECONOMY
-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부활…부동산 세제 패닉? [스페셜리포트]- 매경ECONOMY
- 반도체 다음은 전력·패키지 부품…AI 타고 ‘부품 슈퍼사이클’ 본격화- 매경ECONOM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