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컷에 코픽스도 '뚝'…둔화한 가계대출 다시 불어나나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치솟던 가계대출의 상승세가 9월 들어 다소 둔화한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빅컷(기준금리 0.50%포인트 인하)'과 이에 따른 시장금리 하락의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권에선 현 시장금리에 이미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먼저 반영된 만큼 대출금리가 바로 내려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다만 부동산 등 자산시장과 관련한 투자심리에는 이런 흐름이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20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8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전월 대비 0.06%포인트 내린 3.36%로 집계됐다. 코픽스 지수는 지난 6월 하락세로 전환한 이래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코픽스는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준거 금리가 되는 수치다. 코픽스가 변화함에 따라 각 은행은 이날부터 금리 조정에 나선다. 예컨대 우리은행의 경우 코픽스 6개월물을 적용하는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전일(5.11~6.31%) 대비 0.06%포인트 하락한 5.05~6.25%로 내렸다.
최근 주택담보대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고정·주기형 주택담보대출의 근거가 되는 은행채 금리도 하락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 13일 기준 3.145% 수준까지 내렸다. 3.8% 안팎을 유지하던 연초와 비교하면 0.7%포인트가량 하락했다. 기준금리엔 변동이 없었지만 Fed의 금리 인하가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면서 시장이 이를 선반영한 것이다.
이에 앞서 Fed는 지난 17~18일(현지시간)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하했다. 유럽연합(EU) 일부 국가가 금리 인하를 단행한 가운데 Fed도 그 대열에 동참한 것이다. Fed가 기준금리를 낮춘 것은 지난 2022년 이후 약 2년 6개월 만이다.
금융권에선 Fed의 금리 인하와 이에 따른 시장금리 조정이 자칫 둔화세를 나타내는 가계대출 증가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연초부터 금리 인하가 '상수'로 여겨졌던 만큼 시장금리에 이미 반영돼 있는 측면이 있지만 투자심리엔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현 시장금리가 기준금리 인하를 선반영한 만큼, 내려가긴 하겠지만 시장금리가 빠르게 내릴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태"면서 "다만 Fed의 금리 인하가 부동산 투자심리엔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당국도 이런 흐름이 가계부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사전 진화에 나섰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수장과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주택시장이 과열되거나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할 경우 추가적 관리 수단을 적기에 과감하게 시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13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71조4234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2조7618억원 늘었다. 한 달 새 8조2000억원이나 대출잔액이 늘었던 8월과 비교하면 추세는 다소 둔화했으나 증가세 자체는 유지되고 있다.
이런 만큼 한은도 기준금리 인하엔 신중한 태도를 내비치고 있다. 한은의 금리 인하가 자칫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까닭이다. Fed의 금리 인하에도 미국의 기준금리는 5.0%로 한국(3.5%)과 비교해 여전히 1.5%포인트 높다. 예고대로 연내 0.50%포인트를 추가 인하하더라도 그 차이는 여전히 1%포인트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이유는 2+2 계약갱신청구권이 끝나가고 있다는 점, 한은의 충분치 못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시장을 자극하고 있는 점 등이 있다"면서 "현 상황에선 금리 인하보다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 대출 등으로 쌓여있는 가계부채의 총액을 줄이는 시도가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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