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26만명 울린 日애니…"韓 본받아야" 감독 깜짝 발언, 왜

나원정 2024. 10. 11. 14:1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日애니 '룩백' 26만 관객 육박
오시야마 키요타카 감독 내한
"日애니 강점, 다채로운 물량 공세
일본이 한국 본받으면 하는 점은…"
만화에 대한 두 소녀의 열정을 그린 일본 애니메이션 '룩백'이 개봉(9월 5일) 한달여만에 26만 관객에 육박했다. 제목은 좋아하는 그림에 열중한 등(Back) 모습과 아름다운 배경(Back)을 보여주는(Look) 장면이 많은데서 따왔다. 사진 메가박스중앙

" “AI(인공지능) 기술이 사람 손을 대체한다는 뉴스를 접하고 AI가 흉내 못 낼 작품을 만들고 싶었죠.” " 초등생의 손때 묻은 4컷 만화부터 밑그림 선이 그대로 살아있는 캐릭터 묘사까지. 만화를 향한 두 소녀의 열정을 새긴 일본 애니메이션 ‘룩백’이 개봉(9월 5일) 한 달여 만에 26만 관객을 사로잡았다. 흥행을 기념해 내한한 오시야마 키요타카(42) 감독을 11일 서울 메가박스 성수에서 만났다.


日감독 "인간의 감정은 국경을 뛰어넘는다"


일본 애니메이션 '룩백'의 오시야마 키요타카 감독이 개봉 한달여 만에 26만 관객에 육박한 흥행 기념으로 내한해 11일 서울 메가박스 성수 극장에서 관객과 만났다. 사진 메가박스중앙
세계적 만화가 후지모토 타츠키의 동명 원작을 그가 각본·캐릭터 디자인까지 겸해 극장판으로 연출했다. 그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 작화를 비롯해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바람이 분다’ ‘마루 밑 아리에티’ 같은 지브리 스튜디오 작품 원화를 오래 작업해온 베테랑. 원작자 후지모토의 대표작 ‘체인소 맨’의 악마 디자인을 맡기도 했다.
‘룩백’의 한국 흥행 소감을 묻자, “스튜디오에만 처박혀 만든 작품이 외국에서도 사랑받으니 얼떨떨하다. 인간의 감정을 움직이는 것에는 국경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원작은 2021년 일본 온라인 만화 플랫폼(소년점프+)에서 300만 넘는 조회수를 올렸다. 어떤 점이 독자를 사로잡았다고 봤나.
“크리에이티브한(창의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 가장 많은 시대 아닌가. 창작자 주인공에 대한 공감대가 늘어난 게 첫째 이유다. 또 팬데믹 시기였고, 요즘 이해 불가능한 사건·사고·재해가 잦아 사람들의 좌절감이 쌓여왔다. 원작은 그런 좌절을 스스로 구제하려는 동기에서 그려졌고, 독자도 그에 공감하고 구원감을 느낀 게 아닐까. 애니메이션에선 구원 자체에 큰 초점을 맞추진 않았다.”

Q : -그럼 어떤 점에 중점을 뒀나.
“주인공들의 심리. 특히 후지노(카와이 유미, 이하 목소리)가 비극을 겪고도 계속해서 작품을 해나가는 창작 노력에 원작 이상의 초점을 뒀다.”

Q : -특히 초등생 시절 후지노와 등교거부 중인 쿄모토(요시다 미즈키)의 첫 만남 장면의 감정 묘사가 풍부하다. 만화가 꿈을 키워온 후지노가 쿄모토의 그림 솜씨에 열등감을 느껴 1년간 만화를 그만뒀던 시기다.
“그 빗속 장면이 18초나 된다. 책상에 앉아 만화 그리는 장면이 많은 ‘룩백’에서 가장 다이내믹하게 감정을 폭발한 장면이라 가능한 많은 에너지를 담으려 했다. 후지노가 라이벌 쿄모토에게 인정받고 좌절감에서 해방된 환희를 물웅덩이를 차고, 점프하는 등 대량 원화 작업으로 표현했다. 직접 스튜디오에서 달려도 보고, 거울로 내 표정을 참고하고, 욕실에서 물방울의 움직임을 연구했다. 여타 작품과 차별화한 어려운 기법으로 애니메이터의 존재를 대변할 수 있는 작업을 해내고 싶었다.”


세계적 강세 日애니 "이런 점은 한국 부럽죠"


애니메이션 '룩백'에서 등교 거부 중이던 쿄모토(사진)는 선생님 심부름으로 자신을 찾아온 후지노 만화에 대한 팬심을 고백하기 위해 처음으로 방 밖에 뛰쳐나온다. 사진 메가박스중앙

Q : -밑그림 선을 그대로 살려 만화책을 옮긴 듯한 그림체를 구현했다.
“원화의 밑그림은 기존 애니메이션 작업 과정에선 당연히 지워야 한다. AI 기술이 사람 손을 대체한다는 뉴스를 접하고 인간이 그린 선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AI 기술로도 밑그림을 남기는 건 가능하겠지만, 그건 가짜고 일종의 패션이다. 본질적인 부분은 흉내 내지 못한다.”

Q : -애니메이션 참여가 처음인 배우들이 목소리를 맡았는데.
“전문 성우까지 폭넓은 녹음테이프 오디션을 다 듣고 원작의 리얼한 느낌에 맞는 자연스러운 목소리로 결정했다. 후지노 역은 성격이 다소 나쁘면서도(웃음)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이 필요한데 카와이 유미는 대사 한마디를 듣자마자 결정할 만큼 잘 맞았다. 쿄모토 역은 캐릭터의 배경을 충분히 담을 여유가 없어서 방에서 튀어나와 내뱉는 첫 대사에 뉘앙스가 다 담겨야 했다.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고 소박하지만 내 갈 길은 간다는 느낌이 요시다 미즈키 목소리에 딱 맞았다.”

애니메이션 '룩백'에서 후지노 목소리는 배우 카와이 유미가 맡았다. 한국에서도 화제가 된 일본 TBS 드라마 '부적절한 것도 정도가 있어!', 영화 '플랜 75', '썸머 필름을 타고!'(2022) 등으로 얼굴을 알린 배우다. 사진 메가박스중앙

Q : -할리우드의 3D 애니메이션 강세 속에도 일본 애니메이션이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비결은.
“일본 애니메이션은 대량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대중적 작품과 골수 팬을 위한 작품이 다채롭게 나온다. 또 애니메이션 장인은 기본적으로 프리랜서다. 여러 스튜디오에서 다양한 작품에 참여하기 때문에 창작자끼리 노하우 공유가 쉽고 재능이 다채롭게 모여 훌륭한 작품이 나오는 것 같다. 다만, 단점도 있다. 일본은 경제가 활력을 잃고 인구도 매년 60만명씩 줄어들어 애니메이션 업계의 자금 유입도 어려워진 실정이다. 한국은 애니메이션을 포함한 영상 분야에 국가 지원이 많다고 들어서 부럽다. 일본도 하루빨리 한국을 본받아야 할 것 같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