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명태균 2번밖에 안 만났다? 부실 해명 들통

곽우신 2024. 10. 10.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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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자들 반박에 하루 만에 주요 사실관계 무너져...이준석, 국힘 정치인들 주장에 '역공'

[곽우신 기자]

 2013년 창원대학교에서 열린 기부금 행사에 참석 중인 명태균씨.
ⓒ 오마이뉴스
김건희 여사의 4·10 총선 공천 개입 의혹 핵심 당사자로 지목된 명태균씨의 발언을 두고 정치권의 '진실공방'이 거세다.

명씨가 윤석열 대통령 그리고 김 여사와 언제부터 어떻게 관계를 맺어왔는지가 정치권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용산 대통령실의 부실한 해명이 허위 논란을 자초하며 하루 만에 조목조목 반박당하고 있다. 관련자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며, 윤대통령 부부와 용산 대통령실을 향한 압박도 그 무게를 더하고 있다. 용산 대통령실의 해명이 오히려 혼란을 부추기며, 추가로 해명해야 할 사안이 시시각각 늘어나는 모양새이다.

'두 번' 만났다더니 확인된 것만 4번... 시점도 안 맞는다

용산 대통령실이 대변인실을 통해 공식적으로 인정한 만남은 '두 번'이었다. "대통령이 정치를 시작한 뒤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인 2021년 7월 초, 자택을 찾아온 국민의힘 고위당직자가 명씨를 데리고 와 처음으로 보게 됐다"라는 게 하나였고, "얼마 후 역시 자택을 방문한 국민의힘 정치인이 명씨를 데려와 두 번째 만남을 가지게 된 것"이라는 이야기였다(관련 기사: 명태균 폭탄 발언에 대통령실 해명 "윤 대통령, 두 번 만났다").

여기서 말하는 '국민의힘 고위당직자'는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이준석 개혁신당 국회의원으로 특정된다. '국민의힘 정치인'은 이후 대통령실 고위관계자가 '경남 지역 정치인'으로 범위를 좁혀서 설명했고, 박완수 현 경상남도지사였음이 확인됐다. 박완수 지사 측에서도 만남 사실 자체는 인정하고 있다.

10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2021년 7월 말~8월 초 박 지사가 명태균씨 제안으로 윤 대통령의 서울 서초동 집을 찾아가 만난 적이 있다"라며 명씨의 제안으로 성사된 자리라고 강조했다. 당시 현역 국회의원이었던 박 지사가 먼저 명씨를 윤 대통령에게 소개해준 게 아니라는 취지이다.
 싱가포르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9일 오후(현지시간)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동포 오찬 간담회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런데 김영선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본인이 명씨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소개해준 것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10일자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2021년) 윤 대통령에게 명씨를 추천했다"라며 "명씨와 함께 윤 대통령 부부를 한 차례 만났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대통령실이 이야기한 앞선 두 번의 만남 외에 한 번의 만남이 또 있었던 셈이다.

여기에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윤 대통령 부부를 만나는 자리에 명균씨가 함께했다고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처음 만날 적에 밥 먹자고 해서 (식당에) 갔더니 거기에 명씨가 있더라"라며 "2021년 7월인가 그렇다"라고 당시를 기억했다. 즉, 윤 대통령이 김 전 위원장과 함께 명씨와 자리한 게 한 번은 있었던 것이다.

즉, 윤 대통령이 2021년 7월 전후로 명씨와의 함께하는 자리는 최소한 '4번'은 있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용산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그렇게 "기억"한다고 했으니, 윤 대통령 기억에 오류가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왜곡해서 숨긴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윤 대통령이 아니라 김 여사가 별도로 명씨와 소통한 것은 또 얼마나 있을지 미지수이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명태균씨가 나에게 전화해 김건희 여사를 바꿔 줬다"라며 "김 여사가 명씨의 전화기로 '자기 남편을 만나 달라'고 했다"라고 전하면서 기름을 부었다. 특히 당시 통화 시점을 '2021년 6월 28일'로 특정했는데, 이 역시 윤 대통령 부부가 명씨를 처음 만난 게 '7월 초'라고 했던 용산 대통령실의 공식 입장과 배치된다.

친윤계의 '명태균-이준석' 엮기? 이준석, '강공' 모드 전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지난 7월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진행발언을 하고 있다.
ⓒ 남소연
이준석 의원은 본인이 윤 대통령에게 명씨를 처음 '소개'한 게 아니라고 연일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있다. 명씨는 지난 9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당시 대통령 선거 후보가 사전조율 없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게 된 배경에 본인의 조언도 있었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10일 오전,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고자 입당하는 사람이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없는 날짜를 골라 기습 입당한 일은 아마 지난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있었던 가장 황당한 일 중 하나일 것"이라며 "만약 실제 명태균 사장에게 먼저 입당 전에 이런 조언을 구하고 패싱 입당의 조언을 받아들였다면, '명 사장을 김종인·이준석이 소개시켜 줬다'느니 하는 모든 언플(언론 플레이) 자체가 지탄받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준석과 당에게 불리한 조언을 이준석이 추천한 인사가 했다?"라고 반문하며 "나름 윤 대통령 당선을 위해 자신의 입장에서는 이리저리 뛰었던 명 사장을 그냥 졸로 쓰고 버리려고 하니까 이런 사태가 발생하는 거 아닌가? 타조 머리를 아무리 모래 속에 박고 숨어도 문제 해결 안 된다"라고도 꼬집었다.

친윤계가 명씨를 이준석 의원과 엮으려는 듯한 움직임은 계속 나오고 있다. 명씨는 이날 페이스북에 대구광역시에서 치러진 3건의 선거에서 김재원 최고위원이 모두 고배를 마신 배경에 본인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뉘앙스의 글을 올렸는데, 김 최고위원이 방송에서 명씨의 주장을 '헛소리'라고 직격하자 이에 발끈한 것이다.

그러자 김 최고위원은 명씨의 주장을 반박하는 차원에서 <서울경제>와 통화하며 "가소롭게도 (대구광역시) 중구·남구는 명씨가 당시 이준석 대표에게 무공천하라고 해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준석 의원이 국민의힘 당대표였던 2022년 초, 대구 중남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무공천'을 결정하게 된 배경에 명씨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맥락이었다. 본인의 페이스북에도 비슷한 취지의 글을 남겼다.

그러자 이준석 의원이 나섰다. "대구 중남구 보선 무공천은 권영세 공관위원장이 무공천 원칙을 발표했다"라며 "그리고 잘 아시겠지만, 그 당시 권영세 사무총장(겸 공관위원장)이 임명된 것은 제가 한기호 사무총장을 유임시키는 것에 윤석열 후보가 반대하고 교체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친윤계' 권영세 공천관리위원장이 결정한 사안으로, 정치적으로 갈등 중이었던 본인이 개입한 게 아니라는 취지이다.

그러자 김재원 최고위원은 "명씨의 주장이 사실이 아닐 것이라는 전제 아래 허풍쟁이라고 했는데, 마치 제가 이준석 대표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으로 착각하신 모양"이라며 "명씨 관련해서 왜 이리 발끈하시는지 모르겠다"라고 이야기했다. 본인의 페이스북 글과 관련 기사 내용 역시 '명태균씨의 허풍'이라는 데 방점이 맞춰져서 수정됐다.

홍준표 "검찰, 나온 의혹들 머뭇거리지 말고 모두 수사하라"

국민의힘 소속인 홍준표 대구시장 역시 같은 날 "문제 인물로 보고 애초부터 접근을 차단했던 인물이 여권을 뒤흔들고 있다"라며 참전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작업한 여론조사를 들고 각종 선거캠프를 들락거리던 선거 브로커가 언젠가 일낼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파장이 클 줄은 예상 못 했다"라며 "연루된 여권 인사들 대부분이 선거 브로커에 당한 사람들"이라고 정의했다.

"굳이 부인해서 일 크게 만들지 말고 솔직하게 인정하고 넘어 가는 게 좋겠다"라며 "어차피 사법처리가 불가피한 사람이라서 자기가 살기 위해서 사실 여부를 떠나 허위, 허풍 폭로전을 계속할 텐데, 조속히 수사해서 진실을 규명하고 다시는 정치판에 이런 아류의 선거 브로커가 활개 치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을까?"라고도 이야기했다.

그는 "검찰은 성역 없이 나온 의혹들 모두 수사하시라. 머뭇거리지 말고 수사하시라"라며 "검찰은 아예 잔불도 남기지 말고 깨끗하게 정리하시라. 그게 검찰이 할 일"이라고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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