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받았지만 승부조작 아니다"…수원FC, 손준호와 계약해지 [오피셜]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중국축구협회에서 영구 자격 징계를 받은 손준호가 현 소속팀인 계약해지 방식으로 K리그1 수원FC를 떠나게 됐다.
수원FC는 13일 최순호 단장 명의로 된 입장문을 뿌려 손준호와 이날 계약해지했음을 알렸다. 수원FC는 14일 전북 현대와 K리그1 홈 경기를 치른다. 이에 따라 13일엔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출전 강행 ▲출전 정지 ▲계약해지 등을 통한 퇴단 등의 가능성이 고려된 가운데 수원FC와 손준호는 조기 결별로 결론을 내렸다. 이로써 지난 6월14일 수원FC와 자유계약 신분으로 올시즌 말까지 사인했던 손준호는 정확히 3달 만에 무적 신세가 됐다.
당연한 수순이었다. 지난 10일 중국축구협회가 손준호를 승부조작 근거로 중국 내에서의 선수 자격 영구 박탈 징계를 내렸고, 이를 전세계 처분으로 확대하기 위해 국제축구연맹(FIFA)과 아시아축구연맹(AFC)에도 통지했기 때문이다. 대한축구협회도 지난 12일 중국축구협회가 FIFA와 AFC에 손준호 전세계 자격 정지 징계 안내문 보낸 것을 확인했다.
최 단장은 입장문에서 "지난 9월10일 발표된 중국축구협회의 손준호 선수 징계 발표와 관련하여 구단은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최상의 모습을 보이도록 도와야 할 의무가 있다는 생각 아래 지금까지 진중한 자세로 숙고하는 시간을 보냈다"며 "한 시즌 열심히 달려온 우리 선수단과 응원을 해주시는 팬들께 경기 외적인 혼란을 더 이상 드릴 수 없다는 판단 중에 구단과 동료 선수 및 팬들을 생각한 손준호 선수의 계약 해지 요청에 따라 구단도 이를 받아들여 계약을 종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 단장은 이어 "수원FC 팬 여러분과 모든 한국 축구 팬들께 걱정을 끼쳐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팬 여러분의 응원과 격려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앞서 중국축구협회는 지난 10일 "사법기관이 인정한 사실에 따르면 옛 산둥 타이산 선수 손준호는 정당하지 않은 이익을 도모하려고 정당하지 않은 거래에 참여, 축구 경기를 조작하고 불법 이익을 얻었다"며 "손준호의 축구와 관련된 어떠한 활동도 평생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그 동안 수면 아래 가라앉았던 손준호 승부조작 유죄설을 중국축구협회가 사실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손준호는 중국 사법당국에 10개월 가까이 구금됐다가 지난 3월 풀려났다. 손준호는 지난해 5월 중국 상하이 훙차오공항을 통해 귀국하려다 공안에 연행됐고, 이후 형사 구류돼 랴오닝성 차오양 공안국의 조사를 받았다. 그의 혐의는 '비(非)국가공작인원 수뢰죄'로, 정부 기관이 아닌 기업 또는 기타 단위에 소속된 사람이 자신의 직무상 편리를 이용해 타인의 재물을 불법 수수한 경우 등에 적용된다.
이후 지난 3월 풀려난 즉시 귀국, K5리그를 거쳐 6월 수원FC와 계약했다.
그러나 수원FC와 사인하기에 앞서 오랜 기간 함께 훈련했던 전북 현대와 계약 직전 협상이 중단돼 의문점을 낳았다. 지난달 말 축구대표팀 명단 발표 땐 홍명보 대표팀 신임 감독이 손준호 미발탁 이유로 '중국 리스크'를 들어 국내 축구계를 술렁이게 만들었다.
이후 지난 10일 중국축구협회의 영구 제명 징계가 발표됐고, 다음 날인 11일 손준호가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해명에 나섰다.
결과적으로 손준호의 회견은 해명은커녕 물음표가 남긴 시간이 되고 말았다.
손준호와 그의 대리인은 승부조작 등 불법적인 돈거래가 전혀 없었다며 중국축구협회 주장을 일축했다. 오히려 중국 공안으로부터 거짓 자백을 강요받고 가족 등을 이유로 협박까지 받았다고 역설했다.
약 10개월간의 구금 기간 내내 무혐의를 호소했다는 손준호 측은 "20만 위안(약 3765만원) 금품 수수 혐의를 인정하면 이른 시일 내에 석방하고, 한국에서 축구 선수 생활을 이어 나갈 수 있게 해주겠다"는 중국 법원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또 '금품 수수 혐의'만을 인정하고 유죄 판결을 받아 석방됐을 뿐, 승부조작 등 금품에 대한 대가성은 단 한 번도 인정한 적이 없다는 주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옛 소속팀 동료였던 전 중국 국가대표 재중동포 축구 선수 진징다오(한국어 이름 김경도)로부터 중국축구협회와 사법기관이 손준호의 승부조작 관여 경기로 제시한 지난해 1월 산둥-상하이 맞대결 며칠 뒤 20만 위안을 받은 이유에 대해 묻는 질문엔 "이유는 기억나지 않는다"면서도 "승부조작 등 불법적인 거래는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손준호는 "진징다오에게 20만 위안을 받았다는데 승부조작에 가담하는 대가로 받은 것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는 물음을 받은 뒤 "정말 승부조작을 한 적도, 가담한 적도 없다. 그런 돈이 절대 아니다"며 "그 친구(진징다오)는 산둥이란 팀에 갔을 때 유일하게 한국말을 하는 선수였다. 적응에 큰 도움을 준 선수였다. 가족들이 왔을 때 정말 잘 챙겨줘서 사이가 돈독해졌다. 나 또한 그 친구의 어머님을 위해 한국에서 병원 예약도 해주고 축구교실 하는데 선물도 보내주고 2년 6개월간 돈독했던 사이다"며 "그렇게 지내다 보니 내가 중국 돈이 필요할 때 돈을 빌리기도 했고 서로 친구였으니 돈거래가 있었던 거였다. 승부조작을 해서 그 돈을 받고 불법적으로, 그런 돈이 아니었다고 조사할 때 진술했다. 그 부분에 대해 진실되게 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자 곁에 있던 대리인이 "진징다오와 손준호의 관계는 너무나 돈독했다. 금전적 거래도 많이 왔다 갔다 했다. 1만 위안, 2만 위안, 그리고 선물도 큰 금액이 오갔던 사이다. 그런데 20만 위안에 대한 진술을 판사가 말했을 때, 진징다오와 손준호 사이 진술에서 금액의 격차가 있었던 것 같다. 그걸 인정하라고 했다. 증명하라고 한다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왜냐하면 승부조작 관련해 돈을 안 받았다는 걸 증명할 방법이 없다"고 부연 설명했다. 이 역시 손준호의 결백을 뒷받침할 근거는 되지 못했다.
결국 진징다오에게 3000만원이 넘는 돈이 승부조작으로 받은 돈 아니라는 뚜렷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한 것이다.
손준호는 다시 한 번 받은 이유를 생각해달라며 취재진이 부여한 마지막 기회에서도 "내가 그 당시 정말 많이 생각해 봤다. (진징다오)부모님을 한국에서 돌봐서 수술도 잡아드리고 있지 않았나 등 여러 생각을 했다. 한국에서 그 친구를 도와주는 부분도 있었다. 축구교실 어린이들이 한국에 오면 나 또한 지원을 해줬고 친구에게 받고 해주는 것도 마음으로 해줬기 때문에 그런 돈일 수도 있다. 고마움의 표시일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한다"며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댔다.
오히려 중국 공안이 손준호가 승부조작에 가담했다고 지목한 경기 며칠 뒤 실제로 돈을 받았다고 시인했다.
손준호는 "경기 한참 후다. 5~6일 정도였다. 그 금액이 20만 위안이었다. 상하이 상강 경기를 얘기하자면 이름 나온 그 친구들은 경기를 안 뛰었다. 나 혼자 90분을 뛰었다. 다른 선수들은 많이 뛰어봤자 10분이었다"며 "수비형 미드필더 혼자 어떻게 승부조작을 하나. 축구인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그 친구들은 뛰지도 않고 나 혼자 뛰었는데 어떻게 승부조작을 하는지 생각해 줬으면 한다"고 항변했다. 이 역시 진징다오에게 3765만원 거액을 한 번에 받은 것을 오히려 뒷받침하는 증거가 됐다.
손준호는 자신의 결백을 증명할 중국 사법기관 판결문 제시 요청도 거부했다.
회견 하루 뒤인 지난 12일엔 중국축구협회가 손준호의 승부조작 징계를 FIFA와 AFC에 통지했다. 이어 같은 날 중국 외교부가 손준호 회견과 관련된 질문에서 손준호의 주장을 단호하게 반박하면서 손준호의 주장은 힘을 잃게 됐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올해 3월 중국 사법기관은 한국 시민(公民) 손준호의 '비(非)국가공작인원 수뢰죄' 혐의 사건에 대해 공개 판결을 내렸다"며 "손준호는 죄를 인정해 처벌을 받아들였고, 법정에서 참회하면서 상소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마 대변인은 "중국은 법치 국가로, 사법기관은 엄격히 법에 따라 사건을 처리하고 당사자의 합법적 권익을 충분히 보장한다"고도 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규정에 따르면 손준호는 경기 출전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수원FC도 처음엔 FIFA의 처분을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이었다.
손준호 회견 뒤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흘렀고, 수원FC도 출전 강행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결국 계약해지로 결론이 났다.
손준호는 앞으로 FIFA가 중국축구협회의 영구 제명 징계 전세계 확대 요청을 거절할 경우,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다. FIFA가 중국축구협회 징계의 전세계 확대를 받아들이면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항소를 통해 마지막 희망을 걸어볼 수 있다.
이번 사건은 손준호 외에 수원FC 구단도 책임을 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북이 석연 찮은 이유로 손준호와 협상테이블을 걷어차면서 중국축구협회 징계 리스크가 어느 정도 알려졌음에도 계약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세금 160억원이 투입되는 시민구단이 졸속 행정을 펼치면서 범죄자의 재기를 돕다가 망신을 당한 셈이 됐다.
손준호가 수원FC로부터 받기로 한 총급여는 옵션을 포함해 5억원에 달하는 걸로 알려졌다. 계약기간은 올해 12월까지다. 6월 입단했고 급여는 매달 쪼개서 받기로 했으니, 이미 1∼2억원은 받은 셈이다. 수원시청 홈페이지 등에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수원FC의 한 해 구단 운영비(예산)는 약 200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2023년 기준으로 약 75%에 해당하는 약 158억원이 경기도와 수원시가 마련한 출연금, 이른바 세금이다.
이날 계약해지를 하면서 5억원을 모두 지급하는 불상사는 피했으나, 최순호 단장 등 수원FC 고위층은 승부조작 혐의가 있는 선수를 자세히 알아보지도 않고 온정주의로 품은 것은 물론 억대 급여까지 지급했다는 책임론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FIFA가 중국축구협회 징계 통보를 수용, 손준호의 전세계 영구 제명이 확정되면 손준호 영입을 밀어붙인 최 단장은 물론 구단주인 이재준 수원시장에도 불똥이 튈 수밖에 없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수원FC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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