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먹거린 축구협 이임생 "사퇴하겠다"…카톡 캡처본 뭐길래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작업을 맡았던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국회 현안 질의 도중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난 5월 축구협회 행정의 핵심인 기술 분야의 총책임자가 된 지 약 4개월 만이다.
이 기술이사는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 질의에 증인으로 출석해 “홍 감독 선임 전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5명에게 모두 동의를 받았다. 이건 거짓이 없는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이것은 제 명예가 달린 일”이라며 “내가 사퇴하겠다”라고 자신 발언에 직을 걸었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현안 질의에서 이 기술이사와 한 전력강화위원이 나눈 카카오톡 대화 캡처본을 자료로 제시했다. 이 대화는 축구협회가 홍 감독을 대표팀 사령탑으로 낙점한 다음 날인 지난 7월 8일 오후 이뤄졌다.
■ 민형배 의원이 공개한 카카오톡 대화
「 ▶이임생 이사=그냥 ○○기자에게 제가 최종 결정하겠다고 전화드리고 동의받은 부분만 컨펌해주면 됩니다. 기사가 무기명으로 나가고 다른 3분 컨펌됐는데요. 대표님만 연락이 안 돼서요. (9시 38~39분)
▶이임생 이사=대표님? (9시41분)
▶전력강화위원 A씨=저는 제외하고 진행해주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9시 45분)
」
공개된 대화를 보면 이 기술이사는 “XX기자에게 제가 최종 결정하겠다고 전화드리고 동의받은 부분만 컨펌(확인)해 주면 됩니다”라고 전력강화위원 A씨에게 당부했다. 9시 38~39분에 걸쳐 이렇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자 A씨는 6분 뒤인 9시 45분쯤 “저는 제외하고 진행해주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답했다.
이런 대화는 홍 감독과 면담 전 전력강화위원 5명으로부터 ‘최종 결정에 대한 위임’을 받았다는 이 기술이사의 주장과 배치되는 대목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민 의원이 “다섯 명에게 모두 동의받았느냐”고 묻자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인 이 기술위원은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고 “유선상으로요?”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민 의원은 “(동의받았다면서) 왜 저렇게 동의해 달라고 하나? 이분(A씨)은 내가 물어봤더니 당신에게(이) 동의를 구한 적이 없다더라”라며 “왜 그렇게 회유하려고 했나?”라고 말했다. 감 독 선임 과정에서 이 기술이사가 전력강화위원을 회유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 기술이사는 자신이 각 위원에게 위임을 분명히 받았다고 밝혔다. A씨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는 회유가 아니라 자신에게 위임한 것을 기자에게 확인해주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참고인으로 참석한 박주호 전 전력강화위원은 이 기술이사에게 동의해줬는지를 묻는 민 의원 말에 “(이 기술이사와) 전화 통화를 한 1분가량 한 것으로 기억한다. 동의를 구하는 이야기는 나눴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통보에 가까웠다”고 답했다.
민 의원 질타가 거듭되자 이 기술이사는 사퇴를 갑작스럽게 발표했다. 이 기술이사는 “내가 사퇴하겠다”라며 “이건 내 명예가 걸린 일이라 꼭 말씀드리겠다. 내가 (감독을) 결정하게끔 부탁을 드려서 동의를 다섯 분으로부터 다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박주호 위원은 아까 1분이라고 했지만 내가 2분 44초를 통화했다. 내가 사퇴하겠다. 하지만 내가 통화를 안 하고 동의를 안 받은 것은 절대 동의 못 하겠다”라며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이 기술이사는 말을 이어가는 중간 울먹거리거나 손을 가슴 위에 얹는 행동도 했다.
이 기술이사는 정해성 전 전력강화위원장이 홍명보, 거스 포예트, 다비드 바그너 3명의 최종 후보를 추린 뒤 급작스럽게 물러나자 그 대신 감독 선임 작업을 이끌었다. 유럽으로 가 7월 3일 스페인·독일에서 외국인 후보들에 대한 면접을 진행한 데 이어 한국으로 돌아와 같은 달 5일 홍 감독을 만났다. 이 기술이사는 홍 감독을 만나기 전 전력강화위원 5명에게 동의를 구했다고 기자회견 등을 통해 설명해왔다.
이 기술이사는 24일 현안 질의 도중 ‘하고 싶은 말이 더 있냐’는 전재수 위원장 말에 “대표 선수들이 한국에 와서 잔디 상태가 정말 뛰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위원님들이 한국 축구를 위해 우리 선수들에게 좋은 잔디에서 좋은 경기를 보여줄 수 있도록 도와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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