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지 없는 티' 너무 나네...'클린업 12타수 2안타 5삼진' 침묵한 두산 쌍포 [WC1 냉탕]

차승윤 2024. 10. 3.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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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잠실구장에서 열린 KT위즈와 두산베어스의 2024신한쏠뱅크 KBO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1차전. 두산이 4-0 패배했다. 경기종료후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빠져 나가고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정규시즌 63홈런을 합작해도, 포스트시즌에서는 아무 소용 없었다. 두산 베어스가 '쌍포' 김재환(36)과 양석환(33)이 침묵하며 영봉패로 무너졌다. 양의지(37)의 존재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하루였다.

두산은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KBO리그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 0-4로 KT 위즈에 완패했다. 정규시즌 4위로 KT에 시리즈 1승 또는 1무만 거둬도 됐던 두산은 이날 완패로 오히려 궁지에 몰렸다. 2차전에서 패한다면 KBO리그 역사상 최초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패하는 4위 팀이 된다.

이날 두산의 패인은 물론 경기 시작과 함께 무너진 에이스 곽빈이었다. 선발진이 불안했던 두산은 그래도 정규시즌 공동 다승왕(15승)에 오른 곽빈이 있기에 사실상 단판 승부인 1차전 승리를 기대했다. 하지만 곽빈은 1회 초 선두 타자 김민혁을 시작으로 연속 출루를 내주며 연달아 4실점했다.

1회 4실점이 크긴 했지만,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 기회가 와도 타선이 잡질 못했다. 클린업 트리오 3명이 합산 12타수 2안타 5삼진에 그친 게 영봉패의 가장 큰 이유였다. 팀 잔루도 8개나 됐다.

두산은 실점 직후인 1회 말 선두 타자 정수빈의 기습 번트 안타로 만회 기회를 얻었다. 이어 김재호까지 후속타.만회점이 기대되는 때였다.

그런데 믿었던 중심 타선이 침묵했다. 정규시즌 타율 0.326 10홈런 39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80을 기록한 제러드 영, 29홈런 92타점 OPS 0.893을 기록한 김재환, 34홈런 107타점 OPS 0.804를 기록한 양석환이 연이어 무안타로 물러났다. 제러드는 잘 친 타구가 직선타에 그쳤고, 이후 두 타자는 모두 땅볼로 물러났다.

세 타자는 두 번째 타순 때도 반전을 만들지 못했다. 제러드는 조수행이 기습 번트 후 상대 실책으로 살아난 뒤 도루를 기록, 2사 2루 득점권 찬스를 만들어줬으나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4회 말 타석에 들어선 김재환은 3구 삼진. 양석환은 좌익수 뜬공에 그쳤다.

세 번째 타순. 밥상이 또 찾아왔으나 결과는 같았다. 두산은 가을마다 불방망이를 휘두르는 정수빈이 첫 타석 안타에 이어 6회 말에도 선두 타자로 안타를 치고 나갔다. 이어 1사 후, 제러드가 드디어 좌전 안타로 무안타를 탈출했다.

하지만 다른 두 사람은 탈출에 실패했다. 김재환은 루킹 삼진. 바깥쪽 낮은 코너에 정확히 꽂히는 윌리엄 쿠에바스의 슬라이더에 얼어붙었다. 이어 양석환마저 4구 삼진을 당했다. 슬라이더와 커터로 스트라이크존 바깥쪽을 집요하게 노린 쿠에바스의 '유혹'을 참지 못했다. 초구 볼을 지켜본 후 헛스윙만 세 번. 공을 맞히지도 못하고 물러났다. 김재환이 그나마 9회 안타를 더했으나 이미 흐름은 내준 뒤였다. 두산은 2사 2·3루 마지막 기회 때 신인 여동건의 헛스윙 삼진으로 무력하게 패배를 떠안았다.

이날 두산의 9번, 1번, 2번 타자는 총 네 번 베이스를 밟았다. 하지만 득점 기회가 모두 클린업 트리오에서 막혔다.

자연히 양의지의 공백이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양의지는 올 시즌 119경기 타율 0.314 17홈런 94타점 OPS 0.858을 기록했던 공수겸장이다. 파워는 물론 콘택트까지 갖춘 타자라 삼진을 감수하는 김재환, 양석환과 시너지를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선 양의지를 볼 수 없었다. 지난달 21일 LG 트윈스전 도중 왼쪽 쇄골 통증을 느낀 그는 이후 그라운드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2일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양의지는 "준플레이오프에서 복귀할 수 있게 준비 중"이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양의지가 없는 두산은 어쩌면 준플레이오프에 오르지도 못하고 가을을 마칠 위기에 놓였다.

잠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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