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 금값, 중동전쟁 불안에도 하락… “긴축 공포가 압도”

박세환 2026. 3. 23.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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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최근 7거래일 연속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금값은 지난달 20일 이후 유지해오던 5000달러선을 결국 내줬다.

금값 하락의 직접적인 배경으로는 중동발 유가 충격이 꼽힌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은 안전자산이자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이지만, 지금 시장에서는 긴축 공포가 이를 압도하고 있다"며 "이번 금값 약세의 가장 큰 배경은 긴축 발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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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급등… 고금리 장기화 우려
운송비 인상에 할인 처분 증가
증시 변동성 커져 현금확보 분석도


금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급등세를 이어가던 금은 미국·이란 전쟁 이후 급락세로 전환했다. 안전자산 대표 격인 금이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 고조 시점에 오히려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동결 이후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이어지면서 금의 투자 매력이 하락한 측면이 결정적이다. 최근 금 금 시장은 지정학적 불안보다 긴축 공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22일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1일 국제 금 시세는 온스당 4501.56달러를 기록했다. 전 거래일보다 193.04달러 떨어진 수치다. 최근 7거래일 연속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금값은 지난달 20일 이후 유지해오던 5000달러선을 결국 내줬다. 통상 지정학적 불안이 커지면 금값이 오르는 흐름이 나타나지만 이번에는 정반대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금값 급락 여파는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HANARO 글로벌금채굴기업’은 주간 수익률 -14.19%로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KODEX 골드선물(H)’은 -8.04%, ‘SOL 국제금’은 -7.54%를 기록하는 등 금 관련 ETF도 하락률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금값 하락의 직접적인 배경으로는 중동발 유가 충격이 꼽힌다. 유가 급등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연준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동결했다. 이후 시장에 금리 인상 지연과 고금리 장기화 시그널이 퍼지면서 금 시장에는 악재가 됐다.

금은 예금이나 채권처럼 이자를 주지 않는 자산이다. 따라서 금리가 높은 환경이 길어질수록 상대적인 매력이 떨어진다. 여기에 최근 달러 강세까지 겹치면서 금 투자 부담이 한층 커졌다. 국제 금값이 달러로 거래되는 만큼 달러 가치가 오르면 금 매수 비용도 함께 상승하기 때문이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은 안전자산이자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이지만, 지금 시장에서는 긴축 공포가 이를 압도하고 있다”며 “이번 금값 약세의 가장 큰 배경은 긴축 발작”이라고 설명했다. 긴축 발작은 중앙은행이 금리를 오래 높게 유지하거나 더 긴축할 수 있다는 신호가 나올 때 시장이 과민하게 흔들리는 현상을 뜻한다.

중동 사태에 따른 물류 차질도 금값 하락 요인으로 꼽힌다. 금 유통 허브인 두바이의 항공 운송에 차질이 생기면서 운송비와 보험료가 치솟았고 신규 주문은 줄었다. 거래업자들은 금을 제값에 넘기기보다 현지에서 할인해 처분하는 추세다. 두바이에서는 금이 국제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현상도 나타난다.

주식시장 하락의 후폭풍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금 투자로 쌓아둔 수익을 실현해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식시장 손실 보전이나 마진콜(투자자 손실이 커질 때 증권사나 금융회사가 추가 자금·담보를 요구하는 것) 대응을 위해 금을 파는 수요가 늘면서 하락 압력이 더 커졌다는 것이다. 일부 자금은 최근 강세를 보이는 에너지 관련 자산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금값 하락 국면에서 섣부른 저가 매수는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황 연구원은 “장기적으로는 금 투자에 긍정적이지만, 당장은 관망이 유리하다”며 “전쟁 불확실성이 완화돼 유가가 안정을 찾고 과도한 긴축 우려가 잦아들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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