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텐 먹고 4㎝ 컸다는 국대? 약사 아빠 “성장 치트키 따로있다”

■
「 “약국 아저씨가 하루 3개만 먹으라고 하셨는데, 죄송해요. 벌써 13개째예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쇼트트랙 국가대표 김아랑 선수가 소셜미디어(SNS)에 올려 화제가 된 글이다. 그가 13개째 먹고 있었던 제품의 정체는 어린이 영양제 텐텐츄정. 당시 22세였던 김 선수가 4년 전 소치 올림픽보다 4㎝ 더 컸다고 알려지면서 전국에 ‘텐텐 열풍’이 불었다. 한미약품은 김 선수를 광고 모델로 기용하고, 다른 키가 작은 운동선수들에게도 팬들의 텐텐 선물 공세가 이어졌다. 이후 양육자 사이에서는 “텐텐 먹으면 키 큰다”는 말이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말 그럴까?
」
" 정확한 답은 ‘알 수 없다’입니다. 김아랑 선수가 텐텐 덕분에 키가 큰 것인지, 원래 클 시점에 텐텐을 먹은 것인지 모르기 때문이죠. " “텐텐이 키 성장에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 정재훈(52) 약사는 이렇게 답했다. 김 선수가 텐텐 덕분에 키가 큰 것인지 확인하려면 비교 대상이 필요하다. 그와 똑같은 유전자를 가졌지만 텐텐을 먹지 않은 또 다른 개체 말이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정 약사는 “그렇기 때문에 ‘텐텐을 먹어서 키가 컸다’는 인과관계도 성립하지 않는다”며 “이게 바로 개인적 경험이 가진 함정”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요즘 너무 많은 양육자가 이 같은 함정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 약대를 졸업한 그가 “영양제에 대한 오해를 풀겠다”고 나선 이유다. 그는 “불안하다는 이유로 아이에게 필요하지도 않은 영양제를 먹이는 양육자가 너무 많다”며 “양육자의 불안함을 먹고 성장한다는 점에서 사교육과 똑 닮았다”고 꼬집었다. 최근 영양제에 빠지는 심리와 과학적 효과를 정리해 『건강 구독 사회』를 펴낸 것도 그 때문이다. 지난 2일 그를 만나 영유아 영양제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파헤쳤다.
■
「 Intro. 영유아 영양제, 오해와 진실
Part 1. 불안해서 먹인다? 하나면 된다
Part 2. 유산균 100억이 10억보다 좋다?
Part 3. 성장주사? 효과 보는 애 따로 있다
」
💊불안해서 먹인다? 하나면 된다
초유·마그네슘·칼슘·비타민D·비타민C·마그오메가·철분…. 한 인플루언서가 생후 6개월부터 섭취를 권장하는 영유아 영양제 목록이다. 3세부터는 여기에 멀티비타민도 추가된다. 이를 보는 양육자는 불안해진다. ‘우리 애만 아무것도 안 먹나?’ 하는 생각 때문이다. 영양제를 꼭 먹어야 할까? 정재훈 약사는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는 평범한 아이는 굳이 먹지 않아도 된다”고 딱 잘라 말했다.
Q : 아이 건강을 위해 영양제는 필수 아닌가요?
A : 어렸을 때 영양제 먹고 자란 부모가 얼마나 될까요? 부모 세대는 영양제 하나 없이 잘 컸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너도나도 챙기다 보니 마치 필수품처럼 느껴지죠. 양육자의 불안을 등에 업고 시장도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전 세계 영유아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시장 규모는 2023년 약 67억 달러(약 10조원)로, 2019년보다 43% 성장했습니다. 국내 시장 규모도 같은 기간 2850억원에서 3290억원으로 커졌고요. 영양제는 ‘몸에 좋고 안전하다’는 전제부터 다시 생각해 봐야 합니다.
Q : 영양제가 약보다 안전한 거 아닌가요?
A : 정확히는 약보다 안전한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죠. 오메가3를 예로 들어볼게요. 오메가3는 전문의약품인 오마코 연질캡슐로도 판매되고 건기식으로도 나옵니다. 성분은 둘 다 EPA와 DHA예요. 하지만 설명서를 보면 완전히 다른 제품처럼 느껴집니다. 의약품에는 복부 팽만감이나 구토 같은 이상 반응을 자세히 기재하지만, 건기식은 ‘특이체질인 경우 과민반응이 나타날 수 있음’ 정도로 간단히 안내하죠.
Q : 같은 성분인데, 왜 그런 차이가 생기나요?
A : 검증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죠. 의약품은 수만 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며 이상 반응을 추적합니다. 반면에 건기식은 의약품만큼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로 안전성을 검증하지 않습니다. 인체 적용시험 기간이 짧고 규모가 작을뿐더러 동물실험 결과를 근거로 하는 경우도 많죠. 약은 알려진 위험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지만, 건기식은 확인된 정보가 적은 겁니다.
[구독하기] 내용을 더 보시려면 아래 URL을 복사해 주소창에 붙여넣으세요.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35556?utm_source=bmp&utm_medium=art&utm_campaign=260611
이 기사는 중앙일보의 프리미엄 유료 구독 서비스, ‘더중앙플러스(The JoongAng Plus)’ 전용 콘텐트입니다. 월 4,900원으로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깊이 있는 인사이트를 무제한으로 경험해 보세요.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용산 이전 신의 한 수” 욕 먹어도…유현준의 ‘광화문 소신’ | 중앙일보
- 박정희 “이제 그만합시다”…서거 며칠 전 MB에 온 ‘천운’ | 중앙일보
- “일베 금지법? 순교자만 양산” 홀로코스트 생존자 딸의 경고 | 중앙일보
- 꽁꽁 묶어 때리고, 옷 벗겨 조리돌림…‘불가촉천민’ 충격 군중재판 | 중앙일보
- 성매매 민원 터졌던 ‘박카스 할머니’…인천 만월산에 다시 떴다? | 중앙일보
- “여기 미쳤어, 오자마자 소맥 4잔을”…숨진 女소방관 카톡엔 | 중앙일보
- “일진 다 끌고와”…여교사도 참교육한 엄마의 ‘학폭 복수’ | 중앙일보
- 보고싶다, 그 환희의 눈물…손흥민, 오늘 네 번째 월드컵 | 중앙일보
- 악몽 된 제주 수학여행…만취 50대 남성, 여고생들에 다가가 벌인 짓 | 중앙일보
- 박지성이 내놓은 체코전 전략 “후반 25분 ‘이 선수’ 투입하라”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