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 보는 현지의 두 가지 시선] ① 우호적인 'tz' 기자 "실력은 동등, 주전자리 빼앗지 못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풋볼리스트=뮌헨(독일)] 김정용 기자= 김민재의 경기력이 거의 전성기 수준으로 회복됐음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경기에서 선발로 뛰진 못하고 있다. 실력이 이 정도인 것일까? 그러나 뮌헨 지역지 '타게스차이퉁(tz)'의 바이에른뮌헨 담당 필립 케슬러 기자는 능력이 아닌 다른 요인 때문에 선발 경쟁에서 밀려 있는 거라고 설명했다.
김민재는 최근 선발 자리를 꽤 회복했다. 비록 가장 중요한 대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서는 선발로 못 나간지 좀 됐지만,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는 고정적으로 출장한다. 분데스리가 우승을 확정한 20일(한국시간) 슈투트가르트전도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탁월한 활약이었다.
이쯤 되면 UCL에서도 김민재를 선발 투입했으면 하는 게 한국 축구팬 마음이지만, 8강전에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김민재는 요나탄 타와 다요 우파메카노 듀오에게 왜 밀려 있는 걸까? 케슬러 기자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 이번 시즌 김민재의 경기력과 팀내 입지에 대한 의견은?
경기력은 아주 좋다. 다들 알다시피 뮌헨에 처음 왔을 때 거의 모든 경기에 출전했던 것에 비하면 요즘 그만큼 많이 뛰진 못한다. 지금은 세 번째 센터백이다. 출전할 때마다 아주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잘 하고 있음에도 선발 라인업에 드는 건 쉽지 않다. 아시다시피 요나탄 타는 독일 국가대표고, 안정적이고, 과감한 플레이를 안 하니까 실수도 적은 성향이고, 새로 영입된 선수라 뛰어야 했다. 다요 우파메카노는 팀이 그를 세계 최고의 수비수라고 추켜세우는 상황이니 선발로 써야 한다.
하지만 내 관점에서 우파메카노가 김민재보다 딱히 낫진 않다. 비슷한 유형인데, 체격은 우파메카노가 더 좋다. 반면 경기 운영, 공격 전개, 전진 패스는 김민재가 더 훌륭하다.
- 전진 패스를 김민재의 중요한 장점으로 꼽는 시각은 흥미로우면서 매우 공감이 간다.
김민재의 빌드업은 훌륭하다. 바이에른 수비수 중 김민재의 빌드업이 최고다.
그럼에도 주전 자리를 되찾는 건 아주 어렵다. 바이에른 구단은 두 시즌 전 레알마드리드전 때문에 큰 경기에서 안정감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다른 선수들도 빅 매치에서 실수를 저지르는데 유독 김민재만 부각된다. 또한 2년 전 팀의 완성도가 떨어졌다는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번 시즌 김민재가 주전으로서 꾸준히 뛰었다면 나폴리 시절만큼 좋은 경기력을 발휘했을 거라고 본다. 팀 전체가 잘 돌아가면 수비도 안정되는 법이다.
- 2년 전 김민재를 비난한 사람들 중 일부는 아직까지도 불신을 거두지 않는다.
구단은 김민재를 매각하려 했다. 막스 에베를 단장이 그랬다. 바이에른 구단이 김민재를 탓하기 쉬웠던 건 한국 선수고 독일어를 못하니까 언어 장벽이 있다고 생각해서다. 비판을 집중시키고 팀에서 제거하기 쉬운 표적이었다. 공정한 평가는 아니다.
- 독일어 구사 능력과 국적 면에서 비판이 집중된다는 건가?
인종차별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구단과 팬 모두 김민재를 비난하기 쉬운 상황이라는 말이다. 김민재가 언론 앞에 나서 스스로 자신을 변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민재의 측근들도 마찬가지다. 사실 선수들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할 때 언론에 '나는 불공평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말을 흘려 상황을 바꾸곤 한다. 반면 김민재는 입을 다물고 경기에 집중한다.
- 독일 매체들은 김민재를 '내성적'이라고 묘사하곤 한다. 당신 말대로라면 내성적이라는 말은 동료들 사이에서가 아니라 기자를 대할 때 그렇다는 건데.
팀원들은 김민재를 정말 좋아한다. 예를 들어 세르주 그나브리와 요주아 키미히에게 한번 물어봐라. 다들 김민재에 대해 말할 일이 있다면 아주 좋게 이야기한다.
구단 입장에서는 인건비를 절약하고 선수를 팔아야 했기 때문에 김민재를 파는 게 쉬운 수익 창출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알기로 감독은 김민재를 아주 좋아한다. 뱅상 콩파니 감독이 좋아하는 종류의 수비수이기 때문이다. 전진 패스를 잘 하고, 빌드업이 좋다. 불평하지 않고 열심히 뛰는 모습도 감독이 좋아하는 것이다. 하지만 구단 고위층에서 다른 선수의 기용을 좋아하는 상황에서는 쉽지 않다. 사실 바이에른 구단은 김민재를 가졌다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 어느 빅 클럽에서도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선수니까.
이 이야기를 덧붙이고 싶은데, 지난 시즌 김민재가 아킬레스건 부상을 달고도 여러 경기를 소화했다는 걸 기억할 것이다. 상당한 희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단이 김민재의 경기력 저하를 대신 변호해주지 않았다. 내가 아는 바이에른은 선수를 감싸주는 팀이었는데 요즘엔 그만큼 감싸지 않는다.


- 내 생각엔 선수를 감싸기보다 구단과 감독 자신을 감싸기에 급급했던 것 아닐까? 외부의 공격에 대해서는 감쌀 수 있어도, 부상을 안고 있는 선수를 경기에 출전시킨 결정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자기 변호가 먼저였던 것 같다.
그렇게 볼 수 있다.
- 이번 시즌 바이에른 팀은 얼마나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리그 역사상 최다골 기록을 조기 달성했다. 지난 수십 년을 통틀어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정말 잘 하고 있다. 동시에 적절한 시기에 운도 따랐다. 지금은 원하는 대로 뭐든 할 수 있다. 18세 선수를 기용하고 싶으면 그냥 기용할 수 있다. 거의 실수가 없고, 경기력이 훌륭하고, 승리도 따낸다.
가장 큰 이유는 감독이 모든 선수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감독은 모든 선수를 중요한 존재로 대한다.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을 비판하지 않는다. 그래서 선수들이 감독을 좋아하고, 결국 훌륭한 팀이 됐다. 팀의 멤버 구성은 토마스 투헬 감독 시절과 그리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투헬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엄격했고,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에게 원하는 바를 이야기하곤 했다. 사교성 면에서 콩파니만큼 좋지 못했다.
물론 지금도 모든 게 긍정적인 건 아니다. 아마 알고 계실 텐데 많은 선수들이 부상을 안고 뛴다. 선수단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가벼운 부상 정도는 달고 뛰어야 한다. 콩파니 감독은 선수들과 면담할 때 "네가 뛸 수 밖에 없다는 걸 알아달라. 나도 선수 시절에 100% 몸 상태가 아니어도 뛰었다"라고 말하곤 한다.
물론 훌륭한 팀은 맞다. 특히 리로이 사네를 팔고 루이스 디아스를 영입한 건 큰 업그레이드였다.
-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이 유력하다고 보나?
유력한 팀 중 하나다. 아스널과 파리생제르맹(PSG)은 같은 수준이라고 본다. 이길 수 있다. 레알마드리드보다는 PSG를 상대하는 게 더 쉬울 것 같다. 레알마드리드는 항상 역습에 의존하는 까다로운 팀이었고, PSG는 경기를 주도하려 한다는 점에서 바이에른과 비슷한 경기를 한다. 비슷한 팀을 만나는 게 더 수월하다.
- 김민재 이야기로 돌아가겠다. 팀과 에베를 단장이 그의 매각을 추진한 뒤로 김민재의 이적설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 유벤투스, 페네르바체 등이 거론됐다.
왜 이적설이 날까? 제일 중요한 이유는 김민재가 훌륭한 선수니까. 유벤투스, 페네르바체, 갈라타사라이에 간다면 당연히 주전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중개인들이 김민재를 다른 구단에 제안하는 것 같다. 지난 시즌에는 구단이 나서서 사우디아라비아 구단들에 김민재를 제안했던 것처럼.
요즘 이적 뉴스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실 것이다. 뛰어난 선수들을 뉴스에 이용해야 한다. 요즘에는 인터넷에 일명 이적 전문가들이 활개 친다. 출전 기회가 적은 선수들, 구단이 판매하려는 선수들의 소문을 잔뜩 퍼뜨린다. 그러나 당장 이적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바이에른처럼 좋은 구단에 있고, 계약 조건도 좋고, 출전 기회도 충분하다. 더 좋은 팀을 찾는 건 어려운 일이다.
X(구 트위터)를 보면 별로 주목받지 않는 선수의 부상 소식은 실제로 일어난 것을 취재했다 할지라도 '좋아요'를 많이 받지 못한다. 이적설을 꾸며내면 '좋아요'를 많이 받는다. 그러니 김민재의 이름을 더 많이 팔아먹는 것이다.
- 마지막으로, 한국 축구팬들은 독일 매체들이 김민재에게 유독 가혹하다고 생각하는데, 당신이 보기엔 어떤가?
김민재가 스스로를 변호하지 않으니까. 바이에른 선수들 중에는 비판하는 기사를 쓰거나 낮은 평점을 주면 다음에 만났을 때 다가와서 퉁명스럽게 "왜 그런 평점을 줬어? 난 잘했고 다른 선수들이 더 못했잖아"라고 따지는 경우도 있다. 혹은 언론에 적극적으로 연락을 돌리는 에이전트가 있는 경우도 본다. 김민재는 그러지 않으니까 비판하기 쉬운 것이다.
사실 김민재가 언론에 협조적이지 않은 건 사실이다. 선수, 에이전트, 선수와 가까운 누군가가 언론에 뒷이야기를 풀어주고, 좋은 인터뷰나 우호적인 말을 해주면 언론은 그 선수에게 좋은 평가를 하는 습성이 있다.
- 바이에른은 빅 클럽치고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이 활발한 것 같다. 다른 빅 클럽 중에서는, 예를 들어 파리생제르맹(PSG) 같은 경우 믹스트존을 아예 운영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독일 기자들이 선수들에게 많은 멘트를 기대하는 것 같은데.
그런데 바이에른도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몇 년 전에는 프랑크 리베리, 필립 람,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토마스 뮐러, 아르연 로번,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등이 먼저 다가와서 기자들에게 말을 걸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세대가 달라졌다. 마이클 올리세 같은 선수는 언론 응대를 정말 싫어해서 인사도 안 하고 지나가기도 한다. 지금은 해리 케인, 키미히, 콘라트 라이머, 마누엘 노이어, 요나탄 타 등이 주로 이야기한다. 말을 많이 해 주는 선수가 얼마 남지 않았다.
사진= 바이에른뮌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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