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베테랑 김태리의 눈물이 깨부순 나의 편견
짧은 숏폼 콘텐츠가 대세인 시대에 느림에 주목합니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성공보다는 태도'를 보여주는 드라마나 예능에서 마음의 위로를 얻고 인생의 지혜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김지은의 그거 봤어?'에서 다루는 이야기입니다. <편집자말>
[김지은 기자]
김태리가 문경의 전교생 18명뿐인 작은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연극 수업을 진행한다. 선생님이 처음인 배우 김태리와 연극이 처음인 아이들이 연극 공연을 올리는 과정을 담은 tvN 예능<방과후 태리쌤>이다. 믿고 보는 배우 김태리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는 소식에 기대하는 마음으로 첫 화를 봤다.
별말 없이 TV를 보며 식사하던 우리 부부는 김태리가 연극 수업 전날, 부담감에 눈가를 휴지로 닦는 장면에서 멈칫했다.
"지금 김태리 울었어."
내 말에 남편은 그럴 리가 없다고 했다.
"에이, 잘못 봤겠지. 연기 베테랑인데..."
"아니야, 분명히 휴지로 눈가를 쿡쿡 찍었다고."
우린 화면을 뚫어져라 봤다. 곧 김태리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불안감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는 자막과 내레이션이 나왔다. '내 말이 맞지?'라고 말하려던 찰나, 김태리는 노트북 앞으로 가 수업 때 할 1인극 대사를 쓰기 시작했다. 그 대사에는 '너희들이 첫 제자'라는 표현이 있었다. 솔직한 김태리의 대사에 덮어두었던 예전 기억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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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vN 예능<방과후 태리쌤> 한 장면. |
| ⓒ tvN |
1년 뒤쯤, 신입사원이 들어왔는데, 그 친구는 내가 힘들게 했던 업무를 수월하게 해냈다. 그 비결을 물어보자 이렇게 대답했다.
"방문 교사 교육은 처음이니 많이 도와달라고, 저도 노력하겠다고 솔직히 말씀드렸어요."
쉬운 방법이 있었다. '처음이라 부족하지만, 노력할게요'라고 솔직히 말하는 것. 그러면 상대방도 평가 대신 도움을 주려는 태도로 바뀐다. 김태리 또한 연기 고수임에도 불구하고 가르치는 건 처음이라며 솔직하고 겸손한 모습으로 수업을 준비했다.
연극반은 모두 7명인데 사교적인 아이, 장난꾸러기 아이, 관심받기를 즐기는 아이, 부끄럼을 타는 아이 등 저마다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김태리와 아이들이 주고받는 호흡이 좋다. 각자가 자신만의 색깔로 대본을 읽고 몸으로 배역을 표현한다.
그런데 최근 방영된 3화에서 또 김태리의 눈물이 터졌다. <오즈의 마법사>의 배역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허수아비'를 맡게 된 효민이가 자신의 배역에 대한 서운함을 표시한 것이다. 김태리는 따로 효민이를 불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네가 원하는 역할은 조금 쉬운 역할이라 어쩔 수 없이 더 어린 친구에게 주기로 했다', '너는 뭘 해도 너무 잘할 친구라 '허수아비'를 맡긴 거다'라며 배역 선정의 이유를 설명했다. 효민이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아이를 다독이던 김태리도 함께 울며 말했다. 넌 '허수아비'도 무척 잘할 거라고. 네가 정말 잘해서 그 역할을 너에게 맡긴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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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vN <방과후 태리쌤> 포스터 |
| ⓒ tvN |
딸이 어릴 때 봤던 육아 프로그램에서 '엄마가 훈육하면서 울면 아이가 혼란스러워한다'고 했다. 눈물이 많은 나는 아이를 훈육하거나 고민 상담을 해줄 때 눈물이 나와 난감할 때가 많았다. 그럴 때면, 고개를 돌려 다른 곳을 봤다.
앞에 있는 종이를 만지작거리고, 식탁 아래에 떨어진 물건(애당초 그런 건 없다)을 줍기 위해 상체를 숙이거나 갑자기 뭐가 생각난 듯 방에 들어갔다 나오기도 했다. 세상에서 가장 경청하지 않는 자세로 아이의 말을 들었다.
하지만 김태리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앞에 앉은 효민이를 봤다. 눈물 따위는 김태리의 진심을 가로막지 못했다. 김태리는 할 말을 끝까지 다 한 후,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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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vN 예능<방과후 태리쌤> 한 장면. |
| ⓒ tvN |
중학교 3학년인 딸은 나를 닮아 눈물이 많다. "눈물이 날 것 같아서 말을 못 했어"라는 말을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모른다. 그럴 때, 나는 "아이고, 그랬구나" 하며 등을 쓰다듬어 줄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게 말해주고 싶다. "눈물이 나도 괜찮아. 눈물이 나도 할 말을 끝까지 하는 사람이 정말 멋진 사람이야."
연극을 올리기까지 이들에겐 아직 많은 과정이 남았다. 힘에 부치는 일도, 잘 되지 않는 일도, 갈등도 있을 것이다. 이 모든 난관을 어떻게 넘어 공연을 완성할지 궁금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또 어떤 진심 어린 눈물이 흘러나올지도.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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