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빼라지만 말처럼 쉽나"… 당뇨병 환자들 겪는 가장 큰 고충은?

한희준 기자 2024. 9. 2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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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2형 당뇨병 환자의 당화혈색소 인지율은 높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병 환우회 당뇨와건강은 여론조사 전문 기관인 한국리서치를 통해 지난 6월 24일부터 7월 5일까지 만 19세 이상의 성인 2형 당뇨병 환자 500명을 대상으로 ‘당뇨병 관리 행태 파악을 위한 2형 당뇨병 환자 인식 조사’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 대상은 2형 당뇨병으로 진단받은 동시에 현재 치료제를 복용 또는 투여하고 있는 환자였다.

2형 당뇨병은 당뇨 관련 합병증으로 인한 삶의 질 감소 및 사망 위험 증가를 야기하는 만성 진행성 질병이다. 대한당뇨병학회와 미국당뇨병학회에서는 진료 지침을 통해, "당뇨병 진단 초기부터 엄격한 혈당 조절을 목표로 관리함으로써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합병증을 예방하고 건강 상태 및 삶의 질을 개선시키라"고 권고한다. 한국 당뇨병 팩트시트(2022)에 따르면 현재 당뇨병은 3대 만성질환(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중 조절률(당화혈색소 6.5% 미만)이 가장 낮은 수준인 24.5%에 불과하며, 당화혈색소 7.0% 미만 기준에서도 절반은 치료 목표 달성에 실패하고 있다.
설문조사에서, 2형 당뇨병 환자의 대부분(91%)은 당화혈색소를 알고 있었다. 다만 "당화혈색소는 진단 지표일 뿐 아니라 심혈관계 질환 발생을 예측할 수 있는 지표임을 알고 있다"고 대답한 비율은 75%에 그쳤다.

대한당뇨병학회 차봉수 이사장은(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일반인과 달리 당뇨병 환자는 당화혈색소에 대해 들어봤지만, 정확한 의미와 수치를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며 “당뇨 관련 심혈관계 합병증의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는 당화혈색소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지속적인 모니터링 및 관리가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연구에 따르면 당화혈색소를 1% 감소할 때마다 당뇨 관련 사망률 및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이 14% 줄고, 질환별로는 미세혈관 합병증 위험이 37%, 말초혈관질환으로 인한 절단 및 사망 위험이 43%, 심근경색, 뇌졸중, 심부전 발생 위험이 각각 14%, 12%, 16% 감소한다.

한편, 대부분의 환자들이 올바른 복약(85%), 정기적인 의료진 상담(84%), 정기적 당화혈색소 검사(83%)를 실시하고 있음에도, 10명 중 6명은 당화혈색소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당화혈색소 조절 목표 달성률 40%). 특히 당뇨병 유병 기간이 길수록 치료에 실패할 가능성이 증가했다(유병기간 별 달성률 1년 미만 50%, 1년 이상 5년 미만 47%, 5년 이상 10년 미만 40%, 10년 이상 34%).

대한당뇨병학회 최성희 교수(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는 “2형 당뇨병도 유병 기간이 길어지면 췌장의 인슐린 분비 기능이 점차 떨어지고, 인슐린 저항성은 높은 상황으로 비슷한 생활요법에도 혈당이 계속 상승할 수 있다”며 “유병 기간이 긴 2형 당뇨병 환자들은 적어도 2~3개월에 한 번씩은 당화혈색소 수치가 자신의 치료 목표에 맞게 잘 관리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생활습관을 점검하고 적절한 약제를 추가하거나 다른 약제의 사용을 고려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혈당을 조절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2형 당뇨병의 주요 위험 요인 중 하나인 체질량지수의 관리 실태도 포함했다. 비만한 2형 당뇨병 환자는 의학영양요법과 운동요법으로 체중을 5% 이상 감량하고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설문에 참여한 2형 당뇨병 환자 중 과체중 또는 비만을 동반하는 비율은 진단 당시와 현재 모두 71%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2형 당뇨병 진단 후에도 여전히 체중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반영한다.

실제 환자들은 대부분(93%) 2형 당뇨병 관리에 있어 ‘꾸준한 체중 관리’가 중요하다고 응답했으나, 정작 꾸준히 체중 관리를 하고 있는 경우는 54%였다. 그 결과 체중을 정상 수치까지 감량하는 데 성공한 환자는 5%에 그쳤다. 현재 과체중 또는 비만이지만 진단 당시 대비 체중을 감량한 환자를 포함해도 성공률은 13%였다.

현재 과체중 이상인 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체중 조절이 어려운 이유를 분석한 결과, 동반질환이 있는 환자가 동반질환이 없는 환자보다 식욕·식단 조절(74%, 65%), 정기적인 운동(62%, 53%), 생활패턴 관리(53%, 38%)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대한당뇨병학회 박세은 교수(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는 “비만은 2형 당뇨병 위험을 증가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환자가 체중을 5~10% 감량하면 당화혈색소 수치가 최대 1% 감소하고, 10~15% 감량하면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등 대사 지표를 개선할 수 있으며, 9~13kg 감량하면 효과적으로 사망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당뇨병 환자들의 체중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특히 동반질환이 있는 경우 더욱 체중 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이러한 고위험군은 당화혈색소와 체중 두 지표를 함께 관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뇨와건강 염동식 대표는 “환자들의 질환 관리 실패 요인을 파악하고, 치료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발견하는 계기였다”며 “환우회는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확인된 국내 2형 당뇨병 환자들의 미충족 수요를 기반으로 환자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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