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는 작은 감옥", 프랜차이즈 가맹점 사장의 슬픈 고백

권성훈 2025. 9. 24.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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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국회 입법 박람회' 현장에서 드러난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의 이중고

[권성훈 기자]

▲ 국회 입법 박람회장 국회에서 최초로 입법 박람회가 열렸다.
ⓒ 권성훈
23~24일 양일간 서울 여의도 국회 중앙잔디광장에서 처음 열린 '2025 국회 입법 박람회'는 국민이 직접 입법 과정에 참여하는 새로운 시도였다. '국민 참여로 열린 길, 입법으로 여는 미래'라는 슬로건 아래 진행된 이번 행사는 국회의장 토크 콘서트, 민생 시민의회, 지방의회 라운드 테이블, 국민 입법 제안소, 정책 강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법과 제도를 국민과 함께 설계하려는 취지를 담았다. 정당뿐만 아니라 업종별 사업자 단체와 시민단체까지 참여하여 국민 모두가 입법의 주체임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이번 박람회의 주요 의제는 기후 위기 대응, 수도권 집중 완화와 지방 소멸 방지, 민생 경제 강화,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동체 조성이었다. 특히 민생 경제 분야에는 수많은 업종의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처지를 호소하며 참여했다.

그중에서도 자영업자로 불리지만 사실상 기업에 종속되어 노동자처럼 일하는, 이른바 '종속적 자영업자'인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 한 공간을 차지했다. 이들은 박람회 현장에 매장에서 준비한 음료수와 간식을 가져와 행사에 참석한 정관계 인사와 시민들의 이목을 끌며, 자신들이 서류상 '사업자'로 분류되지만 실제로는 계약 구조상 권리를 전혀 행사하지 못하는 현실을 알렸다. 불공정 계약, 높은 수수료, 일방적 비용 전가, 본사 정책 변화로 인한 손실까지 떠안고 있으면서도 이름만 '사장'일 뿐 권리도 보호도 없는 노동자와 다름없다는 호소였다.

유명 브랜드의 이면에 숨겨진 현실
▲ 입법 박람회에 참가한 가맹점주 단체들 입법 박람회에 참석한 유명 프랜차이즈 점주들의 호소
ⓒ 권성훈
이번 입법 박람회에는 연돈볼카츠, 굽네치킨, 던킨, 배스킨라빈스 등 프랜차이즈 점주들이 자사 이름을 걸고 부스를 마련했다. 이들 브랜드의 공통점은 '독보적 존재감'이다. 연돈볼카츠는 비교적 신생 브랜드지만 백종원이라는 스타 경영자와 <골목식당> 간판 식당과의 컬래버레이션 만으로도 상징성이 크다. 던킨과 배스킨라빈스는 글로벌 브랜드로서 국내외에서 매우 높은 인지도를 자랑한다. 굽네치킨 역시 오븐 치킨이라는 독자 영역을 구축해 온 업체다.

하지만 부스에서 만난 점주들의 이야기는 그 명성과는 달랐다. 한 프랜차이즈 점주는 "브랜드의 위상은 독보적이고 수익도 한때 좋았지만, 최근 본사가 판촉 행사 비용을 점주들에게 부당하게 부담시키고 있다"며 "특히 신규 출점을 급격히 늘리면서 가맹점 간 경쟁이 심해져, 이제는 인근 점포가 문을 닫으면 차라리 반가운 각박한 상황이 됐다"고 토로했다.

소비자가 모르는 가맹 산업의 민낯

점주들이 자리 잡은 부스를 방문한 시민들 대부분은 이들 브랜드가 마련한 커피와 간식을 즐기려는 가벼운 마음이었을 것이다. 실제 방문자 대부분은 해당 부스를 단순한 브랜드 홍보 공간으로 여기는 듯했다.

이들에게 해당 부스가 브랜드 홍보가 아닌 점주들의 생존에 직결된 입법 호소의 자리이며, 점주들이 생업을 뒤로하고 직접 나와 입법 촉구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면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이 장면이야말로 우리나라 가맹 산업계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소비자 대부분은 멋진 인테리어의 겉모습만 볼 수 있을 뿐, 그 뒤에서 벌어지는 기업의 '갑질'은 볼 수 없다. 이런 무질서를 바로잡아야 할 관계 기관의 느슨한 태도, 스타 마케팅과 브랜드 인지도를 이용한 여론 호도 속에서 자영업계는 끝없는 '치킨 게임'에 빠졌다. 그 사이 아무것도 모르는 중장년 은퇴자들은 평생 모은 자금을 들고도 여전히 이 시장의 출입구 앞에서 대기표를 뽑고 있는 실정이다.

제도적 해법이 시급하다
▲ 국회의장 방문 입법박람회에 참가한 가맹점주단체 부스에 국회의장이 방문했다.
ⓒ 권성훈
종속적 자영업자를 규율하는 공정거래법과 가맹사업법이 부분적으로 보완되어 왔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크다. '자영업자'라는 이름 때문에 노동자의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채 산재보험, 고용보험 같은 사회안전망에서도 배제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루 14시간 넘게 일해도 남는 게 없는 구조 속에서 종속적 자영업자는 파산과 빚의 위기에 내몰린다.

이번 입법 박람회가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니라면 종속적 자영업자의 목소리를 반드시 담아내야 한다. 기후 위기나 지방 소멸만큼이나 절박한 것이 생업의 붕괴, 중산층의 붕괴다. 최소한의 협상권 보장, 불공정 계약 시정, 사회보험 확대 등 제도적 해법이 입법으로 구현되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민생 경제 강화를 위한 핵심 과제다.

왜 우리는 여전히 이래야 되는가?

이번 박람회에 생업에 지친 몸을 이끌고 이틀 연속 참여한 한 점주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사장이자 주부였다. 필자와 담소를 나누던 점주는 오후 4시가 되자 무척 어두운 표정으로 가게로 돌아가야 한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점주가 내뱉은 한 마디는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가게로 가는 게 '지옥'으로 가는 것 같아요. 몸이 힘들어도 이곳에 오는 건 사람들과의 이런 소소한 대화가 제게 너무 소중하고 즐겁기 때문이죠. 가게는 작은 감옥처럼 세상과 차단되어 뉴스조차 모릅니다. 예전에 넷플릭스에 '지옥'이란 시리즈가 있었죠. 전 사람들에게 제게 '지옥'은 가게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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