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호텔 화재는 총체적 ‘인재’…경찰, 소유주 등 4명 영장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부천시의 한 호텔에서 경찰 및 소방 관계자 등이 오전 합동 감식을 마친 뒤 건물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월 22일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친 경기 부천 호텔 화재사고는 부적합한 전기배선 시공·방치, 화재경보기 임의 차단, 소방시설·피난기구 관리 소홀 등에 따른 총체적 인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남부경찰청 부천 호텔 코보스 화재 사고 수사본부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호텔 소유주 A씨(66), 운영자 B씨(42)와 A씨의 딸인 C씨(45), 매니저 D씨(36·여) 등 4명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은 우선 투숙객 진술, CCTV 영상,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등을 통해 호텔 810호 에어컨 실내기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판단했다. 국과수는 지난달 4일 “현장 연소 현상 및 전기적 특이점을 고려할 경우 810호 벽걸이형 에어컨 실내기 부분에서 발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에어컨에 배선된 실내·외기 연결 전선에서 식별되는 아산화동 증식 과정에서 발생된 전기적 발열이 주변 가연물을 착화시키는 발화원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감정 결과를 내놨다. 아산화동 증식은 도체의 접촉 저항이 증가해 접촉부가 산화해 발열하는 현상이다.

앞서 A씨는 지난 2004년 10월 준공된 호텔을 2017년 5월 인수하고 이듬해 5월 에어컨 교체 작업을 했다. 이 과정에서 설치업자는 기존 실내·외기 전선의 길이가 짧아 새로운 전선을 연결하고도 안전장치 없이 절연테이프로 허술하게 마감했다. 전기설비기술기준상 에어컨 전선은 통선 사용이 원칙이고, 불가피하게 전선을 연결할 경우에는 안전장치 밀착, 열수축 튜브 피복, 절연테이프 마감 등을 해야 하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이후 에어컨 A/S 기사로부터 전선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권고를 여러 차례 들었지만, 호텔 관계자들은 별다른 배선 공사를 하지 않고 방치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63개 객실 중 15개에서는 에어컨 전선 연결 상태가 부실한 것이 육안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경찰은 화재 피해가 커진 원인으로 도어클로저 미설치를 먼저 꼽았다. 방화문은 도어클로저를 통해 닫혀 있어야 하지만, 호텔 전체 객실에는 도어클로저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화재 당시 810호의 객실 문도 열려 있었고 이를 통해 화염과 연기가 복도로 급속히 확산됐다. 환기 등을 이유로 복도 비상구 방화문 역시 생수병 묶음으로 고정된 채 열려 있었고 이곳을 통해 화염과 연기가 다시 위층으로 빠르게 번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이와 함께 D씨는 화재 발생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울리기 시작한 화재경보기를 임의 조작으로 껐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810호 객실에서 불이 난 것을 확인한 뒤 화재경보기를 다시 작동시켰지만 이미 2분24초가 지난 뒤였다. 경찰은 D씨가 화재경보기를 임의로 끄지 않았으면 802·807·902호 투숙객 5명이 대피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 중이다.

전체 객실 중 31개 객실에는 간이완강기가 비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9개 객실에 설치된 간이완강기의 줄 길이는 층고에 미달했다. B씨는 교육을 이수하지 않고도 소방안전관리자로 자격을 유지했을 뿐 아니라 소방계획서를 부실하게 작성하거나 종업원 소방교육 등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방화문 등 소방시설과 피난기구에 대한 관리가 소홀한 가운데 화재경보기 임의 차단 행위 등이 더해져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부천=김민 기자 ki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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